금투업계 "정부 주도 인위적 구조조정, 명암 극명…부작용만 낳을 수 있어"

김민주 기자
입력일 2016-04-27 16:14 수정일 2016-04-27 16:17 발행일 2016-04-27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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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경기 침체된 상황에서 인적 구조조정으로 가계 피해 예상돼
"투자자 대규모 손실 불가피…이 역시도 정부가 고려해야 해"
"'승자독식' 현상 우려…경제민주화와 멀어질 수도"
"주식시장 영향은 미미…조선·해운 체질개선의 기회 될 수도"
정부가 기업 구조조정에 본격 나섬에 따라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27일 금융투자업계는 정부 주도의 인위적인 구조조정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자칫 투자자들과 가계살림에 피해가 집중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전날 ‘3트랙’ 원칙에 따라 철강·석유화학·조선·해운·건설 등 5개 분야를 경기민감업종으로 분류하고 이 가운데 조선과 해운업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 인위적인 구조조정, 자칫 투자자·가계에 피해 집중 될 수 있어

정부 주도의 인위적인 구조조정으로 투자자들의 대규모 손실이 우려된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판매한 채권은 3조원을 넘어섰다. 두 회사가 발행한 공모채와 회사채 신속인수제 차환 발행액은 각각 1조5040억 원과 1조2500억 원 규모다. 사모채를 통해서도 큰 자금을 끌어모았다.

문제는 연체로 인해 채무자 대신 정부가 빚을 갚아주는 비율이 0%에 가깝다는 점이다. 이들 채권은 대부분 산업은행과 신용보증기금, 시중은행, 보험, 자산운용사, 개인투자자 등이 샀으며, 이들의 대규모 손실이 예상된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기존의 투자자들이 손실을 피할 수 없다”며 “이 역시도 정부가 고려해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정부 주도의 인위적인 구조조정으로 가계도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김형렬 교보증권 연구원은 “내수 경기가 여전히 침체돼 있는 상황에서 비용절감을 위한 인적 구조조정으로 가계의 여건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발생 가능한 부작용(해고 등)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구조조정을 실시한다면 도리어 우리 경제에 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실기업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피해가 약자 쪽으로만 치우쳐질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정부가 강조하던 경제민주화와 다른 행보”라고 지적했다.

또 정부의 강제적인 구조조정 자체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과거 IMF(국제통화기금) 사태와 같은 절대적인 위기 상황이 아니라면 정부가 강제적으로 구조조정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방향은 맞으나 접근이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이어 “부실기업이 정리돼야 하는 것은 맞지만 속도감만 높인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 주식시장 영향은 미미…조선·해운 체질개선의 기회 될 수도

다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조선, 해운 등을 중심으로 속출하고 있는 만성적 한계기업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어떻게 부실기업을 다 떠안고 가겠느냐”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그간 공적 자금 지원으로 근근히 살아가던 기업들을 구조조정 하는 일은 벌써 이뤄졌어야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주식시장에서 구조조정에 따른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구조조정 대상에 오른 조선, 해운 등의 업종이 전체 코스피시장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아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조선, 해운은 단기 노이즈가 예상되나, 중장기적으론 체질개선의 기회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민주 기자 stella2515@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