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전야' 한진해운, 자율협약 신청…사재출연 진통 예상

이나리 기자
입력일 2016-04-25 18:21 수정일 2016-04-25 19:08 발행일 2016-04-2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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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조양호 회장 경영권 포기 각서 제출
채권단, 한진해운에 자율협약 자료 보완 요구
한진해운이 25일 오후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에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를 신청했다.

한진해운은 대주주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 포기 각서와 자구계획 등을 함께 제출했으나 대주주의 사재 출연에 대한 내용을 담지 않아 자율협약 개시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진해운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이날 오후 한진해운으로부터 자율협약 신청을 받았으나, 금주 중으로 자료를 보완하라고 요구했다.

채권단 내부에서는 경영 부실을 자초한 대주주가 고통분담에 적극 나서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앞서 300억원의 사재를 출연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처럼 경영상 책임이 있는 최은영 전 회장(현 유수홀딩스 회장)이나 조양호 회장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라는 것이다.

특히 최 전 회장은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신청을 앞두고 소유 주식을 매각한 사실이 알려져 비난에 휩싸였다.

그러나 최 전 회장이나 조양호 회장에게 사재출연을 요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필요한지 의문을 제기하는 반대 의견도 나온다.

조양호 회장은 동생인 고(故) 조수호 회장의 부인인 최 전 회장이 경영하던 한진해운이 유동성 위기에 처하자 대한항공 등을 통해 1조원 가량의 자금을 지원해왔고, 무보수로 일하는 등 정상화에 노력을 기울여왔기 때문이다.

한진해운은 이날 영국 런던 사옥의 매각 등을 포함한 자구계획이 담긴 경영 정상화 방안을 함께 제출했다. 이달 중 영국 현지의 부동산 투자회사에 런던 사옥을 666억9000만원에 처분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연간 1조원에 달하는 용선료에 대한 인하 전략 부재와, 글로벌 동맹 화해위기도 한진해운의 발목을 잡고 있다.

현재 글로벌 해운 동맹은 오는 9월까지 팀을 새롭게 재편하는 작업에 돌입해 한진해운은 새로운 얼라이언스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한진해운이 채권단 관리에 들어가면서 적극 뛰어들 수 없는 처지라 글로벌 선사들이 새 동맹으로 받아줄지 여부가 불투명하다.

한진해운의 총 금융부채는 5조6219억원으로 은행 대출은 7000억원, 비중으로는 12.5%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공ㆍ사모채 1조5000억원 △매출채권 등 자산유동화 규모 2000억원 △선박금융 3조2000억원 등이다.

이나리 기자 nallee-babo@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