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안츠발 충격파, 보험업계 강타…'제2의 알리안츠' 속출 예상

이나리 기자
입력일 2016-04-10 15:39 수정일 2016-04-10 18:23 발행일 2016-04-10 3면
인쇄아이콘

알리안츠생명 한국법인이 35억원이라는 헐값에 매각한 가운데 국내 보험업계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장기 고금리 확정형 상품으로 역마진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오는 2020년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이 도입되면 보험사들의 부채가 급증해 제2의 알리안츠생명이 속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알리안츠 헐값 매각이 ‘IFRS발 지각변동’의 신호탄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중국 안방보험이 알리안츠 한국법인을 당초 예상가인 2500억원에 크게 밑도는 35억원에 인수한 배경을 놓고 암울한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25
◇ 알리안츠 헐값 매각, 왜?알리안츠그룹은 1999년 알리안츠생명 매입으로 한국에 진출하면서 1조3000억원을 투자했다. 현재 팔기로 한 35억원의 300배가 넘는 돈이다.

이후 알리안츠생명은 몸집 불리기를 위해 7~8%대 고금리 상품을 대거 판매했으나 저금리 장기화로 역마진이 불가피해지면서 적자 규모는 2012년 200억원, 2013년 513억원, 지난해 874억원 으로 해마다 불어났다.

여기에 올해부터 유럽에서는 자기자본규제를 대폭 강화한 회계기준인 솔벤시(Solvency)Ⅱ가 적용된다. 보험 부채가 시가로 평가되는 것인데, 알리안츠그룹의 자회사인 한국 알리안츠생명도 이 규제를 따라야 해 알리안츠그룹이 한국법인을 헐값에라도 시급히 정리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알리안츠생명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매각 가격을 낮춘 요인으로 꼽힌다. 500~700명의 구조조정을 진행할 경우 퇴직금만 수천억원에 달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때문에 안방보험이 한국 알리안츠생명에 자본을 투입해 정상화를 시키는 조건으로 인수금액을 낮춰 합의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 IFRS발 위기, 보험업권 전체 확산

2020년 국내에 적용되는 IFRS4 2단계로 보험부채를 평가하는 방식이 원가에서 시가평가로 전환되면서 보험업 건전성 감독기준인 지급여력비율(RBC)을 충족하지 못하는 회사들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수십조원의 자산을 갖고도 수십억원에 매각된 ‘제2의 알리안츠생명’이 나타날 것이란 얘기다.

IFRS4 2단계가 도입되면 2014년 재무제표 기준 국내 생명보험사가 추가로 쌓아야 할 준비금은 42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지난달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가 한국의 제안을 받아들여 회계기준을 애초보다 완화하기로 했다. 한국회계기준원은 제안한 내용은 △회계단위 확대 △CSM의 공정가치 측정 △전환시점의 현행이자율 적용 등의 제도 변경 등이다.

그러나 이를 반영하더라도 알리안츠생명처럼 과거 확정형 고금리 장기상품을 많이 판매한 생명보험사의 경우 충격이 불가피하고, 자본금이 부족하거나 추가로 확충하지 못하는 경우 자본잠식 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새로 도입될 IFRS4를 따를 경우 알리안츠생명이 추가로 적립해야 할 적립금은 3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보험사들의 대응은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일부 대형사를 제외하고는 대응 태스크포스(TF)조차 제대로 꾸리지 않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사들로부터 대응계획을 제출받아 검토하고 있는 중”이라며 “올해 중 IFRS4 2단계 기준서가 확정되면 관련 감독체계도 보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나리 기자 nallee-babo@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