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러야 낸다' 5조 넘게 번 시중은행 기부금은 2.6%

장애리 기자
입력일 2016-04-07 08:00 수정일 2016-04-07 10:20 발행일 2016-04-07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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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 대형은행 순익 대비 기부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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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기부금으로 841억원을 책정했던 신한은행은 작년 186억원으로 기부금 규모를 80% 줄였다. 당기순이익(1조4899억원)의 1.3%가 채 안되는 금액이다.

IBK기업은행도 1조1506억원의 순익을 거뒀지만 기부금으로는 280억원을 썼다.

한 해 5조원대의 순익을 올린 대형은행들이 사회 환원에는 인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KB국민·KEB하나·우리·IBK기업은행 등 5개 대형은행은 지난해 총 5조2600억원에 육박하는 순익을 거뒀지만 기부금으로는 약 1400억원을 썼다. 벌어들인 돈의 2.6%에 불과하다.

이들 5개 은행은 지난 2011년 총 2726억원이 넘는 금액을 기부했지만 4년 새 이를 절반가량으로 줄였다.

지난해 1조5000억원의 순익을 내 업계 1위를 기록했던 신한은행은 작년 총 186억1400만원의 기부금을 지출했다. 이익금 대비 비율도 1.25%에 불과해 5대 은행 중 가장 낮았다.

지난 2011년부터 4년간 신한은행의 기부금 지출 내역을 살펴보면 2011년 840억9300만원에서 2014년 127억1700만원으로 713억7600만원 감소한 뒤 작년에 60억원 정도 늘어났다. 4년간 기부금이 80% 가까이 곤두박질 친 이유에 대해 신한은행 관계자는 “2012~2014년 새 청년창업재단, 미소금융 등 은행권 공동의 사회공헌활동에 따른 일회성 출연금의 규모가 컸다”고 설명했다.

작년 기업은행의 순익(1조1506억원) 대비 기부금(281억원) 비율은 2.44%다. 신한은행보다 높은 수준이지만 금액을 놓고 보면 4년 전인 2011년(600억원)에 비해 절반 넘게 감소했다.

작년 1조1072억원을 벌어들인 국민은행의 기부금은 418억원(3.78%)이다. 2011년 721억원에서 418억원으로 40% 이상 감소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업계에서 가장 많은 기부금(463억원)을 집행했다. 순익(1조753억원) 대비 비율도 4.3%로 가장 높았고 2011년(380억원)에 비해 5대은행 중 유일하게 기부금액을 늘렸다.

최근 4년 새 기부금이 줄어든 이유에 대해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국 등의 주도로 업계 공동 기부 사업을 제외하면 연간 기부금은 큰 차이가 없다”며 “대표적으로 미소금융, 청년창업재단 사업 출연금이 높았다”고 말했다. 2012년 5월에 설립된 청년창업은 20여개 회원사로부터 매년 570억~1000억원을 출연받아 운영됐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은행권이 당국이 옆구리 찌르기 전에는 기부 활동에 수동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들이 공시하는 기부금은 총액을 적은 수준. 세부적인 내용을 적지 않다 보니 기부금을 부풀리기 위해 마케팅 비용 등을 포함시켰다가 당국의 제재를 받은 경우도 있었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은행들은 기부금 규모를 두고 당국과 경쟁사의 눈치를 보고 있다”며 “최근 몇 년 새 기부금이 줄어든 A은행의 경우 기부금액을 부풀렸다가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은 다음해부터 기부총액의 앞자리 숫자가 줄어든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장애리 기자 1601chang@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