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성과연봉제' 출발전부터 위태

장애리 기자
입력일 2016-03-30 17:26 수정일 2016-03-30 18:05 발행일 2016-03-3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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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협회, 현재 산별교섭 형태론 성과연봉제 도입 어려워
금융노조, "개별교섭 없다"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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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 4차 대표자회의를 마친 하영구 회장이 '7개 금융공기업, 사용자협의회 탈퇴와 2016년 산별교섭 노사 양측 요구한 보고'등 현안 브리핑을 하려다 금융노련 노조원들의 저지를 받고 돌아서 가고 있다.(연합)

금융권 성과연봉제 도입이 출발전부터 삐걱거리면서 난항이 우려된다.

산업·기업·수출입은행과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자산관리공사, 주택금융공사 등 7개 금융공기업은 빠른 성과연봉제 도입을 위해 금융산업사용자 협회를 탈퇴, 개별협상을 추진하기로 했다. 금융 노조는 노사관계를 뒤흔드는 위해행위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어 순탄한 진행이 어려울 것이란 보인다.

30일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는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4차 대표자 회의를 마친 후 “7개 금융공기업이 협의회를 탈퇴하겠다고 결정했다”고 밝혔다. “금융노조는 성과주의 저지를 위해 6월 중 교섭을 결렬하고 쟁의권을 확보한다는 방침이어서 현재의 산별교섭 형태로는 성과연봉제의 기한 내 도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또한 “성과연봉제 도입이 정부의 경영평가에 큰 영향을 미치고 기한 내에 도입하지 못하면 직원들이 불이익을 받기 때문에 조속한 도입이 시급하다”며 “금융공기업은 각 기관별로 임금과 직무체계 등 처한 여건이 다르고 일반 금융회사와는 큰 차이가 있어 개별 협상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는 17개 은행을 포함한 34개 기관을 회원사로 설립한 사용자단체다. 금융노조와 산별교섭을 진행한다.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에 따르면 금융노조는 산별 노사 공동 태스크포스(TF) 구성을 거부하고, 지난 24일 ‘산별교섭 노측 요구안’을 통해 “성과연봉제 도입, 신규직원 초임 조정을 통한 신규채용 확대, 저성과자 관리 방안 도입” 등 사측의 요구사항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금융공기업들이 탈퇴 의사를 밝히면서 갈등도 더욱 격화되고 있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법적으로 교섭 권한은 산별노조인 금융노조에 있기 때문에 금융공기업들이 사용자협의회에서 탈퇴한다고 해도 각 지부가 산별노조에서 탈퇴하지 않는 한 금융노조와 계속 교섭해야 한다”며 “정치적 쇼를 통해 노조 교섭력을 낮추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공기업들이 협회를 탈퇴한다고 해도 원칙적으론 교섭권이 금융노조에 있기 때문에 노조가 협상을 요구할 경우 사측이 협상에 응할 의무가 있다”며 “성과주의 도입 여부, 방안을 놓고 서로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장애리 기자 1601chang@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