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엔 스터디, 퇴근후 독서실" …은행원은 '공부중'

장애리 기자
입력일 2016-03-28 14:53 수정일 2016-03-28 16:13 발행일 2016-03-28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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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성확보, 승진심사 유리한 자격증따기 바람
"'은행원=철밥통' 공식 깨진 영향"
은행권, 대비반 운영하고 학습모임 장려

# 토요일 오전 9시. 서울 강남역의 한 스터디카페에 직장인 5명이 모였다. 오는 8월에 있을 세무사 2차 시험을 준비하는 모임이다. 주 1회 5시간씩 진행되는 이 모임에는 A은행에 근무하는 김(34)씨를 포함, 총 2명이 은행원이 참여하고 있다. 김씨는 “몇 년째 업황도 좋지 않은데다 향후 전망도 밝지 않아 은행에서 설자리가 좁아지고 있다는 불안감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평일에도 퇴근 후 독서실을 간다. 2시간 짜리 인터넷강의를 듣고 학습자료를 훑다 보면 새벽 1시를 훌쩍 넘어간다.

금융권에 공부하는 은행원들이 늘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원은 기본적으로 입행 후 상품영업·판매에 필요한 펀드, 보험, 파생상품상담사, 외환전문역 등 3~4개 자격증을 취득한다.

하지만 최근 세무사, 국제재무설계사(CFP), 공인중개사 등 특화된 전문성을 개발하거나 승진심사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전문자격증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시중은행 PB(프라이빗뱅킹) 팀장인 박모(38)씨는 내달 후기 전형을 통해 서울시내 한 부동산 대학원에 도전할 계획이다. 그는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국을 본 이후 ‘사이버 PB’와의 경쟁이 현실로 다가왔음을 느꼈다”라며 “창의성, 인맥 등 인공지능이 따라올 수 없는 지식과 자격증에 계속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원들이 퇴근을 잊고 공부하는 것은 금융권에 확산되고 있는 구조조정 바람과 무관치 않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은행원=철밥통’ 공식이 깨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저성장, 저금리 시대를 맞아 조직이 점점 몸집을 줄이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자격증 취득, 교육이수 여부가 인사평가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자기계발 필요성을 느끼는 직원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한·KB국민·KEB하나·우리은행 등 시중은행들은 이러한 분위기에 맞춰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학원 수강료나 시험 응시료 등 비용 지원, 인터넷·모바일 학습콘텐츠 제공은 기본이다. 주요 시험 직전 유명 강사를 초빙하거나 사내 학습모임 활성화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현재 CFP, 외환전문역, 신용분석사 등 금융자격증 준비반을 운영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 “오프라인강의의 경우 적게는 50여명부터 인기강좌는 200명이 넘는 직원들이 몰린다”라며 “전문분야 공부의 필요성을 느낀 직원들의 신청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내달 치러지는 ‘국제공인 신용장전문가(CDCS)’ 응시 직원을 위해 토요일마다 집합 연수를 진행 중이다.

우리은행 직원들은 매주 목요일 출근을 서두른다. 각 영업점에 설치된 TV를 통해 ‘목요연수’ 를 시청하기 위해서다. 은행이 자체 제작한 이 프로그램은 주요 상품 분석 등 실무교육이 30분간 진행된다.

장애리 기자 1601chang@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