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삼성페이 제휴' 못하는 이유는

장애리 기자
입력일 2016-03-08 16:26 수정일 2016-03-08 17:56 발행일 2016-03-08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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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페이, 핀테크 시장선점에서 주요 채널
“하나·외환銀 전산통합에 집중…당분간 삼성페이 제휴 계획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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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서울 중구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사에서 열린 출범식에서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이 통합은행기를 흔들고 있다. (연합)

KEB하나은행이 6대 은행 중 유일하게 삼성페이 경쟁에 합류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우여곡절 끝에 통합 법인이 출범하며 업계 최대 규모의 외형을 갖췄지만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조직 통합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삼성페이와의 서비스 제휴를 꾸준히 검토하고 있다. 삼성페이를 통해 ATM(자동입출금기)에서 돈을 인출하거나 은행 계좌와 연계한 가맹점 결제 서비스 등 다양한 활용 방안을 구상하고 있지만 뚜렷한 시기는 불투명하다.

기존에 독점계약을 맺었던 우리은행을 비롯해 신한·KB국민·NH농협·IBK기업은행 등 하나은행을 제외한 국내 대형은행들은 오는 11일로 예정된 삼성갤럭시S7 출시일에 맞춰 일제히 삼성페이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삼성페이는 실물 카드 없이 삼성 스마트폰만으로 결제가 가능한 모바일 간편결제서비스다. 지난 2월 말 기준 누적 결제금액 5억달러(약 6200억원), 가입자 수 500만명을 넘어섰다. 은행들은 삼성페이 이용자가 빠르게 늘고 있는 만큼 고객과의 접점을 넓히고 신사업 발굴 측면에서 활용도가 높다고 판단한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삼성페이로 인한 당장의 (은행) 수익은 미미하지만 향후 가입자 수, 결제 금액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돼 금융사들이 ‘을(乙)’의 입장이 돼 제휴계약을 맺을 정도로 목을 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고객 편의성을 높일뿐만 아니라 새로운 서비스 플랫폼을 활용해 신사업을 구상·추진할 수 있어 수익성 확보와 미래 먹거리 발굴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하나은행이 페이전쟁 대열에 끼지 못하는 이유는 양분된 ‘전산시스템’에 있다. 지난해 9월 외형적 통합을 이뤘지만 아직까지 옛 하나은행과 옛 외환은행은 서로 다른 전산망을 이용하고 있다. 삼성페이 서비스를 마련하려면 현재로선 삼성페이와 하나·외환은행 각각의 전산과 연계를 맺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전산통합 이후엔 이들 시스템을 다시 하나로 합치는 작업을 해야 한다. 즉 상품가입, 대출과 같은 영업점 업무 외에도 본사 사업부 등의 전산시스템 통합이 완료되지 못해 사업 추진이 지체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경쟁사보다 한 발 늦은 페이서비스 진출로 하나은행이 핀테크 사업에서 뒤쳐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한 시중은행 핀테크 사업 담당자는 “(하나은행이) 전산시스템 통합이 완료되지 않아 삼성페이와의 제휴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있다”며 “핀테크 사업은 빠른 시장 선점이 고객확보와 사업 모델 확보로 이어지는 만큼 뒤쳐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함영주 하나은행장 역시 작년 9월 취임사에서 “금융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며 “핀테크, 스마트금융을 선도하는 은행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현재는 구 하나·외환은행 전산통합의 완료에 전사적 역량을 쏟고 있다”며 “삼성페이 제휴 사업을 신중히 검토하고는 있지만 현재로선 삼성페이 관련 서비스 출시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장애리 기자 1601chang@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