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사외이사 전원 연임…'비정상의 정상화'(?)

장애리 기자
입력일 2016-03-03 16:58 수정일 2016-03-03 17:39 발행일 2016-03-03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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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이사 업무 특성 파악전 규정마련 서둘러
사분사태를 봉합 위한 졸속 조치 비난도
“어차피 내분사태를 봉합하려는 졸속 조치였다. 다시 2년으로 늘리는 건 ‘비정상의 정상화’로 봐야 한다.”(금융권 한 관계자)

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내부 규정을 바꿔 사외이사 7명 전원을 연임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KB금융은 2014년 주전산기 교체를 둘러싸고 벌어진 ‘내분사태’를 겪은 후 2년인 사외이사 임기를 1년으로 줄였다. 당시 이사회가 중재자나 견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편가르기로 갈등의 골을 키웠다는 지적을 받자 내놓은 지배구조 안정화 방안 중 하나였다. 당시 내·외부평가를 통해 매년 하위 1인 이상을 연임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천명했다.

그러나 최근 KB금융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이하 사추위)는 사외이사 7명 전원을 유임시키기로 의결했다. 임기는 1년이다.

사외이사는 최영휘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 박재하 아시아개발은행연구소 부소장, 최운열 서강대 교수, 한종수 이화여대 경영대 교수, 김유니스 이화여대 로스쿨 교수, 이병남 LG인화원 원장, 유석렬 전 삼성카드 사장 등이다.

KB금융 관계자는 “사외이사가 회사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려면 1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며 “(내분사태 이후) 회사가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상황이고, 1년만에 사외이사를 새로 뽑는데 시간 등 여러 제약이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KB금융과 당시 내부규정 마련에 참여했던 이사회 관계자들은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사외이사 제도와 역할 등에 대한 충분한 조사 없이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졸속으로 규정을 마련하고, 1년만에 말을 바꾸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이사회의 전문성,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해 제시한 방안이었지만 채 1년도 가질 못했다”라며 “내분사태를 봉합하는 과정에서 쫓기듯 내놓은 조치였다”고 말했다.

장애리 기자 1601chang@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