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하나만 같이 찍어도 될까요?”
25일 오후 중년의 외국인 신사가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서울 종로구 광화문 앞을 활보하는 두 여학생을 불러 세운다. 리비아에서 가족과 함께 관광 온 나샤(42)씨는 옆에 있던 부인을 두 학생 옆에 세우고 사진을 찍는다.
“너무 예뻐서 그냥 지나칠 수 없었어요. 저는 관광객입니다. 한국의 전통, 문화, 옷, 음식 등 모든 게 궁금한 건 당연하죠.”
경복궁에 새로운 트렌드가 생겨났다. 10대와 20대 젊은이들이 한복을 대여해 입고 사진을 찍는 것이 하나의 유행처럼 자리잡은 것이다. 멀리 안동과 청주 등에서도 한복 체험을 위해 젊은이들이 서울을 방문했다.
이들은 SNS 게시글과 사진, 포털 사이트 검색으로 관련 정보를 찾아보고 한복체험을 위해 서울행을 감행했다. 청주에서 온 연찬영(21)·이혜민(21)씨와 김태환(21)·김윤아(21)씨는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송일국이 여기 왔었다”며 “이색 테이트 코스로 요즘 SNS 등에서 선풍적이라 포털에서 검색해보고 왔다”고 말했다.
안동에서 온 여고생 권도연(19)·차예지(19)양도 1박 2일로 서울 관광을 오면서 한복 체험을 미리 알고 일정에 넣었다. 이들은 “예약을 안하면 대여 못할 수도 있다는 걸 (SNS 통해) 알아서 예약하고 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처럼 자생적으로 싹튼 서울 관광 및 한복체험은 오직 ‘국내용’이다. 외국인들은 경복궁 인근에서 한복을 대여할 수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어떻게 전통 의상을 입은 거예요?”
말레이시아에서 온 프렌시스(31)와 아드리나(31) 부부는 지나가는 여학생들을 붙잡고 물었다.
그들은 “여기 저기에서 사람들이 전통 의상을 입고 있는 게 궁금했다”며 “한국에 오기 전에는 이런 체험을 할 수 있는지 전혀 몰랐다. 날씨가 따뜻할 때 여행을 오면 한번 시도해보고 싶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중국인 관광객 쉐린창(28)씨 역시 구체적인 한복 대여법을 몰라 체험을 못한 사례다. 그는 “중국에 있을 때 (한복 체험에 대해) 이미 들었지만 어디서 어떻게 한복을 구해 입을 수 있는지 몰라 5일간 서울 방문 일정에 한복체험을 넣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이는 현재 ‘한복 체험’ 안내 등을 전담하는 공공기관이 없기 때문이다. 외국인이 한복 체험을 하기 위해선 개별적으로 대여 업체를 알아보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구글 등 외국 검색 사이트에 ‘한국 전통 의상’을 영어로 입력하면 소수의 업체 정보만 나온다.
이와 관련해 경복궁 관계자는 “현재 서울시 차원에서 한복 대여를 해주는 곳은 없고 한복 체험과 같은 프로그램을 만들자는 이야기도 (내부에서) 있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시 행정 안내를 담당하는 다산 콜센터도 “현재 한복 대여와 관련된 행정을 전담하고 있는 서울시 기관은 없다”고 답했다.
지난해는 메르스 사태로 12년만에 외국인 관광객 수가 대거 감소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부터 3년간을 ‘한국 방문의 해’로 지정하고 올해 추진하는 정책 중 하나로 ‘융복합 관광콘텐츠개발’을 언급하기도 했다. 자생적으로 싹튼 젊은층의 한복체험 붐을 지나가는 유행이 아닌 관광 콘텐츠로 확장시키기 위한 정부 및 민간 차원의 고민이 필요할 때다.
글·사진=전경진 기자 view@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