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자기부상철도 이용기(4)] 아직 갈 길이 멀다

고영화 기자
입력일 2016-02-03 18:36 수정일 2016-02-04 09:18 발행일 2016-02-03 99면
인쇄아이콘
개통 플랜카드
인천공항 내부 자기부상철도 개통 축하 플랜카드(사진=고영화 수습기자)

“이것 타보겠다고 일주일 동안 애가 어찌나 보채던지....”

중년 여성이 10살 남짓 되어보이는 아들의 손을 잡고 자기부상열차 승차장에 와 있었다. 드디어 바라던 열차를 탈 수 있다는 기대감에 아이의 얼굴에는 한껏 생기가 돌고 있었다.

오후 3시 40분경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개통식에 50명이 넘는 사람들이 승강장에 몰려있었다. 그동안 미래의 일로만 여겨지던 ‘공중 부양’ 열차의 등장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사람들은 열차에 올라타서 창밖을 바라보고자 너도나도 앞쪽으로 몰려들었다.

기존의 열차들이 기관사가 타는 운전칸이 있는 것과 달리 무인시스템으로 되어있기에 사람들은 앞쪽에서 자신이 운전사가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더구나 쾌청한 날씨와 따스한 햇살 덕분에 창밖의 풍경은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만들었다.

자기부상열차의 안전성과 장비를 체크하기 위해 열차에 탑승한 현대로템 기술팀 직원인 박민우 씨는 이번 열차에 대해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그는 “자기부상열차는 기존의 지하철 열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지 및 보수 비용이 적게 듭니다”라고 자신있게 얘기했다. 이어 “소음과 진동의 발생이 적으며, 현재 운행거리와 제동거리를 감안해 시속 80km의 속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현대로템 측이 이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외적으로 자기부상열차를 증대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회사 내부에 사업단을 신설했고 사업단이 미국과 같이 이 분야에 관심이 있는 국가들을 대상으로 기술 홍보를 진행해 사업을 확장해 나갈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안전성 부분에 대해 가장 공들였다”고 전했다. 어떠한 경우에도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현재 자기부상열차도 비상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고 전해 주었다.

기술상의 문제나 사건 사고가 발생할 경우 이 배터리가 열차에 전기를 공급하여 모터를 작동시키며 이를 통해 롤러를 작동시켜 열차내 승객들을 안전한 역으로 이동시키는 기능까지 있다고 전하면서 안전상의 문제 가능성을 일축했다.

하지만 그의 말이 무색하게 10분 뒤 열차의 전동문은 원인 모를 이유로 개폐에 문제가 생기면서 차량 운영이 일시적으로 중단됐다. 다행히 큰 사고나 피해는 없었고 금방 해결되었지만 안전성에 대한 의문부호가 달리는 순간이었다.

소동이 마무리되고 승객들은 열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었다. 특히, 자녀와 손을 잡고 온 부모들이 적지 않았다.

시흥에서 아들과 함께 온 박종환(48)씨는 “뉴스를 통해서 열차에 대해 들었다”며 “아들에게 자기부상열차에 타는 경험을 해주고 싶어서 인천공항까지 먼 길을 오게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열차의 소음이 적은 것이 인상적이며, 한국의 자체 기술로 이러한 것을 만들었다는 것이 놀랍다”고 전했다.

기술력에 대해서는 놀라움을 표했지만 아쉬움 또한 적지 않다고 말했다. “전체적으로 좌석이 너무 부족해 계속 서서 가고 있는데, 아들이 다리가 아프다고 한다. 좀 더 좌석이 많았으면 더욱 편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기술적 집약체인 자기부상열차라고 하는데, 흔들림은 기대치에 비하면 심한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자기부상 열차 자체는 최신식으로 잘되어 있었지만 차창 밖으로 보이는 모습은 황량했다. 향후에 이용객들을 끌기에는 어떠한 사회적 인프라나 관광지가 형성되지 못한 채, 대지는 흙모래 만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을 뿐이었다.

들어오는 차량
역으로 들어오고 있는 자기부상열차의 모습(사진=고영화 수습기자)

열차 자체는 최신 기술의 집약체였지만 주변 경관은 아직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처럼 보였다. 자연스레 열차만이 덩그라니 놓여있어,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아 보였다.

이러한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인천공항공사 우종옥 자기부상열차팀 차장은 “현재 6.1km만 개통되었지만 향후 2단계, 3단계 확장 개통을 통해서 영종도 전체를 도는 레일을 건립을 계획하고 있다”며 자신만만해 했다.

하지만 이러한 그의 발언은 현실과 괴리를 보였다. 현재 자기부상열차의 운영권은 인천공항공사가 지니고 있지만 이 운영권은 지방자치단체인 인천시청과의 협의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기존에 사업권 자체를 10년 보장했던 것에서 절반이나 줄어 5년으로 변경된 상태이다.

그만큼 사업의 연속성이 떨어지거나 사업권자가 변경될 우려도 있다. 또한 지자체장이 민선에 의한 선출직으로 지자체장의 성향이나 정책 방향이 변화할 경우 사업의 확장은 물 건너갈 확률도 있어 보였다. 더욱이 전체적인 레일의 확장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경제성이 얼마나 높은 가에 따라 결정된다.

향후 카지노 리조트 개발과 같은 지역사회 개발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는다. 자기부상열차 밖으로 보이던 황량한 대지의 모습은 자기부상열차의 앞날이 그다지 녹록치 않음을 보여주는 듯 했다.

고영화 기자 mov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