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가는 건 시간 낭비", 취준생에게 설 연휴는 사치

전경진 기자
입력일 2016-01-30 16:48 수정일 2016-02-01 15:55 발행일 2016-01-29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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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진 학원가

“이번 명절에는 고향에 내려가지 않을 겁니다. 고향인 군산까지 오고 가며 낭비되는 시간이 아까울 뿐더러 가더라도 취준생은 좋은 대접 받기 힘들어요. 또 취업부터 학점까지 쏟아지는 친척들의 시선도 부담스러운 일입니다. 괜히 명절 한번 챙기겠다고 여기저기 신경 쓰면서 기운 빼느니 차라리 자습실에서 마음 편히 공부할 겁니다.”

지난 29일 오후 서울 노량진 3번 출구 앞 학원가에서 만난 박현서(24)씨는 다가오는 설날 귀향 계획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박 씨의 경우처럼 설 연휴에 고향을 방문하는 대신 손에 펜을 쥐는 것을 택하는 구직자들이 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취업포털 사람인이 구직자 428명을 대상으로 ‘설 연휴 기간 구직활동 계획’을 조사한 결과, 구직자 10명 중 7명은 명절 연휴에도 구직활동을 쉬지 않을 계획으로 조사됐다.

노량진 대형서점에서 근무하는 구본숙 대리(34)는 “명절에도 학원들이 특강을 실시하면서 학생들이 혼자 자습을 하러 학원에 온다”며 “서점도 설 당일만 제외하고 연휴기간 내내 연다”고 말했다.

경기도 안양이 고향인 늦깎이 공무원 준비생 박모(34)씨도 연휴 동안 학원 특강을 활용해 학습 계획을 세울 계획이다. 그는 “고향이 가깝든 멀든 취준생이 설 명절을 즐기기란 녹록치 않은 현실”이라고 푸념했다.

무료 특강이 있는 노량진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종로 토익 학원 중 설 특강이 있는 YBM 어학원은 올해도 유료 강의를 개설했다. 이 강좌는 지난해 300명 넘는 학생이 수강했을 정도로 인기가 좋다. 대학교 4학년 이수영(25)씨는 “지난해 설 연휴를 이용해 이 강좌를 들었다”며 “오전 9시부터 6시까지 강의가 진행됐는데 점심시간은 30분뿐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올해는 가격도 오른 상태다. 이 어학원에서 진행되는 이번 설특강은 70명 정원에 7만 8000원이다. 그럼에도 취준생들의 문의는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YBM 관계자는 “설 특강 전까지 1주일 넘게 남았는데도 현재 10자리만 남았다”고 밝혔다.

전경진 기자 view@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