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대한민국, 탈출구를 찾아라] (1) 대한민국호, 침몰은 이미 시작됐다

이길상 기자
입력일 2015-10-04 18:47 수정일 2015-10-04 18:59 발행일 2015-10-05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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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현대차 등 대표기업 실적 하향세
가계부채, 기업부채…통제능력 벗어날 위험 증폭
강력한 기업경쟁력과 새로운 먹거리 창출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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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은 천천히 소리없이 시작된다. 소니가 그랬고 노키아가 그랬다.

“설마 우리가…”하는 희망을 걸어 보지만 그 대가는 모질고 참혹할 뿐이다.

한국 경제에 드리워진 공포가 예사롭지 않다.

“제국의 몰락이 시작됐다”는 두려움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시장은 기대와 공포가 선반영되는 곳이다. 그들의 공포는 한국경제, 이를 떠받치고 있는 한국 대표기업들의 몰락이 이미 시작됐음을 알리고 있다.

정부에게 ‘몰락’이란 단어는 금기어다. 섣부른 공포감을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최근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에서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로 상향조정하자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다른 나라에 비해 차별화될 만큼 (한국경제가) 선방하고 있다는 뜻”이라며 활짝 웃었다.

과연 그럴까. 아쉽지만 예고된, 이미 시작된 중장기 악재가 워낙 심각하다.

‘단기 마취제’일지라도 일단 반길 수밖에 없지만 몰락의 경고음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 현대·기아차, 현대중공업 등 한국경제를 이끌고 있는 대표기업들의 실적은 지속적으로 하향추세다. 새로운 도약을 위한 먹거리를 마련하지 못한 가운데 중국 등 후발 주자들이 맹추격을 손놓고 쳐다보는 상황이다.

11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 천문학적으로 늘고 있는 기업부채는 일시에 한국경제를 뒤흔들 만큼 커졌다. ‘좀비기업’의 숫자와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정부당국조차 명확하게 파악하지 못할 정도다. 기업이 위축되며 개인 삶도 쪼그라들어 내수회복은 커녕 더 이상의 위축이 없기를 바라는 상황이다.

고령화도 저성장의 고착화를 앞당기는 요인이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의 성장률 하락은 고령화와 생산성 정체에 기인했는데 우리나라가 20년의 시차를 두고 일본과 유사하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성장률이 급속히 하락하는 추세”라고 경고했다.

일각에선 글로벌 경제위축으로 저성장이 고착화되는 ‘뉴 노멀(New Normal) 시대’에 적응하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한국경제와 대표기업들의 위기는 뉴 노멀 시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의 것이 아니다.

해외 주요 투자은행들은 내년 경제성장률을 올해에 이어 2%대 초반으로 제시했다.

모건스탠리, 씨티그룹, BNP 파리바 등이 모두 2.2~2.4%로 전망했다. 독일 데카뱅크는 2.0%를 제시하기도 했다. 올해와 내년에 잘 해야 2%대 초중반, 그리고 최악의 경우 1~2년새 0%대 성장으로 내려앉을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경제 몰락이 이미 시작됐다”며 새로운 좌표와 동력을 강조한다. 그리고 강력한 기업경쟁력 회복과 새로운 먹거리 창출에 해법이 있다고 말한다.

김상윤 포스코경영연구원 연구원은 “대기업, 수출 중심의 산업구조는 한계에 달했다”며 “제조업의 현재 경쟁력과 향후 경쟁력 창출 기회 및 상실가능성을 정확히 파악하고, 미래 관점의 전략과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길상 기자 cupper@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