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대한민국, 탈출구를 찾아라] 위기넘는 '기업가 정신'… "제2, 제3의 이병철·정주영이 필요하다"

유승열 기자
입력일 2015-10-11 17:11 수정일 2015-10-12 09:14 발행일 2015-10-12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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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재도약과 활로는

해법은 생각의 영역이 아니라 실천의 결과여야 한다. 통제되지 않는 욕구, 빗나간 욕망, 더불어 사는 가치를 외면하는 이기심은 반드시 위기를 향한다.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과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은 언제나 ‘나’가 아닌 ‘우리’와 ‘국가’를 앞세웠다. 그들이 걸은 길은 삼성과 현대만이 아니라 대한민국 발전 그 자체였다. 그들은 20세기 ‘위대한 전설’이 되어 생각만으로도 우리의 가슴을 벅차오르게 한다.

대한민국이 위기에서 탈출할 길은 바로 여기에 있다. ‘나’를 버리고 ‘우리’와 ‘국가’를 향하는 용기와 전략이 필요하다. 훗날 ‘이재용·정의선의 경영철학’이 21세기 ‘전설’이 되어 그들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뿌듯하기를 희망한다. 그래야 대한민국이, 우리의 삶이, 우리의 미래세대가 우뚝 설 수 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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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창조과학부 우정사업본부가 오는 26일 발행하는 고(故)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 우표.<br> 이번에 발행되는 우표는 총 100만 장으로 두 경제인의 생전 모습과 함께 정주영 회장의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이병철 회장의 '기업은 사람이다'라는 기업인으로서의 철학을 문구로 담았다.(사진제공=우정사업본부)
한국경제의 재도약을 위해 극복해야 할 가장 큰 걸림돌은 반기업 정서다.  대한항공의 ‘땅콩회항’ 사건, 롯데가의 ‘형제의 난’ 등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반기업 정서의 대척점에는 무너진 기업가 정신이 놓여 있다. 국민의 신뢰를 얻고 성장동력을 모아 미래를 향해 나아갈 경영철학 및 전략이 부재하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의 반기업 정서는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대한상공회의소와 현대경제연구원이 전국 20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2014년 하반기 기업호감지수(CFI)’를 조사한 결과 100점 만점에 44.7점으로 나왔다. 2005년 상반기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기업호감지수란 국민이 기업에 대해 호의적으로 느끼는 정도를 △국가경제 기여 △윤리경영 △생산성 △국제경쟁력 △사회공헌 등 5대 요소와 전반적인 호감도를 합산해 지수화한 것이다.
반기업 정서는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은 지난해 ‘땅콩회항’ 사건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 구속기소돼 항공보안법상 항공기항로변경 등 4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자중지란으로 그룹 이미지와 미래성장 동력에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다른 대기업들도 2세 또는 3세 경영시대에 접어들면서 상속과 경영권 승계에 몰두한 나머지 불법·탈법 행위를 서슴지 않고 동원한다. 
미래지향적 기업가 정신의 쇠퇴는 한국경제의 성장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병일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우리 경제가 전반적인 침체에 빠진 것은 투자가 부진하기 때문이며, 투자 부진의 주요 원인은 기업가 정신의 부족과 반기업 정서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가 정신은 △창의와 도전정신 △새로운 먹거리 산업 발굴 등으로 이어지는데 이것이야말로 한국경제의 밑거름이라는 얘기다.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과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에 대한 끊임없는 향수 이면에는 진정한 기업가 정신을 바라는 국민의 염원이 담겨 있다.
이병철 회장은 모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1974년 반도체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9년 만에 64K D램이라는 반도체를 개발했다. 당시 모두가 반도체 사업에 반대했지만, 이 회장은 “삼성의 이익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가적 견지에서 삼성이 먼저 반도체사업을 한다”며 추진했다. 이로써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국이 반도체 초강국이 되는 초석이 놓여졌다.
정주영 회장은 도전정신의 대명사다. 과감하게 자동차 산업에 뛰어들어 놀랄 만큼 빠르게 자체 모델 개발에 성공했다. 불도저와 같은 에너지와 거인과 같은 뚝심으로 중동 건설현장에서 달러를 벌어들였다. 자금차입을 협상하던 영국 버클레이 은행에서 500원짜리 지폐에 그려진 거북선을 보여주면서 “한국은 (옛날부터) 조선 강국”이라고 당당히 외쳤던 그였다. 
황인학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이 가진 마지막 역량은 기업가 정신”이라며 “한국 경제가 회생하려면 도전과 개척의 기업가 정신이 복원돼야 한다”고 말했다. 
유승열 기자 ysy@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