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대한민국, 탈출구를 찾아라] 늪에 빠진 산업들… 사고 싶은 종목이 안보인다

유병철 기자
입력일 2015-10-04 15:37 수정일 2015-10-04 18:47 발행일 2015-10-05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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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모처에서 김정빈(가명, 37)씨를 만났다. 7년간 업계에서 트레이더로 근무한 김씨는 몇 년 전 증권업계를 떠나 정보기술(IT)업계로 전향했다.

수소문 끝에 어렵게 만난 김씨는 “대부분의 산업에서 기회가 사라져가고 있다고 생각했다”며 “증권업계를 평생의 업으로 생각했지만, 앞으로 기회가 있다고 생각하는 IT업계로 투신하게 됐다”고 입을 뗐다.

20대에 증권업계에 투신하게 된 김씨는 처음에는 즐거웠다고 회상했다.

“주식 트레이더 생활이 어렵고 힘든 건 맞습니다. 하지만 성격에 잘 맞았고, 실적도 괜찮았죠. 아무런 문제가 없었어요.”

맡게 된 업무에 불만은 없었다. 행복한 생활을 이어가던 김씨가 고민의 씨앗을 얻은 것은 ‘2008년 금융위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고 나서도 처음엔 괜찮았습니다. 문제는 그 이후였죠. 시장 자체가 거품이 한번 꺼졌어야 하는데 양적완화를 통해 몇 년을 끌고가는 모습을 보며 불안감이 생겼습니다.”

이후 잠깐 반짝했던 증권업계는, 그리고 국내경기는 차츰 침체의 길로 접어들었다. 이를 지켜보던 김씨는 경기의 회복이 요원한데, 앞으로 트레이더 일을 하는 것이 얼마나 비전이 있을 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금융위기와 이에 따른 업계의 침체는 단순히 불안감이 생기는 계기였을 뿐입니다. 정말 걱정하기 시작한 것은 세계 경제가 천천히 침체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죠. 그동안 배우고 알아왔던 산업들이 헤어날 수 없는 늪에 빠지는 것을 보며 트레이더로서의 확신이 사라지기 시작했으니까요.”

그가 바로 떠나지 않은 것은 세계적인 경기침체 때문이다. 김씨는 트레이더로서 사고 싶은 업종이 없어졌다. 어떤 산업을 들여다 봐도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경기침체는 그에게 전직을 결정하는 계기가 됐지만 정작 어떤 산업으로도 전직을 결정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고심 끝에 김씨가 선택한 업종은 IT다. 지난 2012년 아이폰이 촉발한 스마트폰 시장의 급성장세와 이에 따른 앱시장, 그리고 트위터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활성화가 마음을 굳히게 한 것.

“당시 IT의 폭발적 성장을 보며 (미래를 향해 뛰어오를) 로켓에 올라 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로켓에 타려면 지금 당장 뛰어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죠.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더 이상 고민할 이유는 없었죠.”

그는 왜 생소했던 IT를 선택했을까.

“IT가 기존의 사업 영역을 잠식하고 기존 산업을 파괴한다는 것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최근만 해도 한동안 간편결제니, 인터넷은행이니 해서 핀테크 열풍이 불었습니다. 애널리스트들은 인터넷은행의 등장이 기존 은행의 사업영역을 잠식하지 않을 것이라 분석하는 경향이 높던데, 과연 그럴까요.”

그는 중국의 알리바바를 예로 들었다. 중국의 인터넷 B2B 거래 기업으로 출발한 알리바바는 지난 2013년 6월 머니마켓펀드(MMF)인 ’위어바오‘를 출시했다. 서비스 개시 1년도 안돼 우리 돈으로 100조원이 넘는 자금을 끌어들였다.

“최근에 화제가 된 몇 가지 기술만 봐도 기존 산업은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아직도 초기 단계인 3D프린터는 제조를, 드론은 유통을 위협할 것이라 하죠. 앞으로 얼마나 발전할지는 상상도 되질 않네요. 여전히 기회는 IT에 있습니다.”

유병철 기자 ybsteel@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