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위에서 누르고 아래서 들이박고… 주진형 사장의 위기

유병철 기자
입력일 2015-09-30 11:16 수정일 2015-09-30 11:31 발행일 2015-09-30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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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 개혁의 상징’ 주진형 한화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흔들리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의 압박이 진행되는가 하면 밑의 직원들도 반기를 들었다. 위아래로 압박이 진행되며 설 곳을 찾기 어려운 상태다.

당장 부하 직원들이 상식을 깨고 파격적으로 ‘반란’을 일으켰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화투자증권의 리테일 본부 사업부장들과 지점장들은 추석 연휴 전인 지난 25일 ‘서비스 선택제도 시행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사측과 각 사업부에 공식 전달했다. 사실상의 집단 성명서다. 지난 15일에는 전국지점장회의 이후 연판장이 돌기도 했다.

이들은 이 성명서에서 이번 서비스 선택제 시행이 고객에게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불편을 주는 업무라고 주장했다. 고객 보호를 위해 자신들의 판단 하에 시행을 ‘전면 중단’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담았다. 회사 대표이사의 지시를 정면으로 거부한 것이다.

또한 이들은 서비스 선택제를 시행하면 고객에게 불편을 초래하는 것은 물론이고, 고객과 영업사원의 연쇄이탈이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영업기반의 심각한 손실이 날 수 있다는 우려다.

한화투자증권은 다음달 15일부터 ‘서비스 선택제’를 시행할 예정이다. 서비스 선택제는 한화투자증권 고객의 주식 위탁계좌를 온라인전용 계좌인 ‘다이렉트 계좌’(비상담계좌)와 전담 PB(프라이빗 뱅커)에게 상담 서비스를 제공받는 ‘컨설팅 계좌’(상담계좌) 두 개로 분류해 수수료를 각각 다르게 부과하는 것이다.

주식 거래 고객은 둘 중 하나만을 선택해야 한다. 지점 직원은 컨설팅 계좌를 선택한 고객에게만 개별 주식 투자에 대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다이렉트 계좌를 선택한 고객에게는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주식이 아닌 다른 금융상품에 관한 서비스는 누구든 여전히 제공한다. 대신 다이렉트 계좌를 선택한 고객에게는 정해진 방식의 주식 거래 수수료율을 폐지하고 단순 정액수수료만 부과한다.

사업부장과 지점장들은 성명서에서 “현 수수료체계로 변경한 지 1년도 안 되는 시점에서, 또다시 제도변경을 한다는 소식에 고객들이 많이 당황해 하고 있다”며 “주 사장의 부임 후 2년여 동안 일관되게 추진해 왔던 ‘고객 지향적 영업제도’과 크게 다른 제도라 고객과 직원 모두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사전에 서비스 선택제도를 이용하겠다고 나선 고객수가 전체의 15%밖에 되지 않는 상황이라 제도를 시행할 경우 많은 혼란이 우려된다”며 “고객과 직원의 생존을 위해 사업부장들과 지점장들이 내린 결론을 존중해주시기를 요청 드린다”고 밝혔다.

한편 한화투자증권은 지난 21일 이사회를 열고 여승주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전략팀장(부사장)을 새로운 이사로 선임했다.

시장에서는 이와 관련해 사실상 한화그룹 차원에서 주 사장 경질작업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힘을 얻었다.

통상적으로 기업은 현 대표이사의 임기 만료 1~2달 전에 후임 대표이사의 선정작업에 들어간다. 주 사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벌써부터 사내이사를 새로 선임한 것은 그룹차원에서 ‘나가라’는 압박을 가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게 증권가의 시선이다.

주 사장은 지난 2013년 9월 한화투자증권 사장으로 영입된 뒤 숫한 화제를 불러왔다. 매도 보고서의 의무 작성 비율을 지정하는가 하면 자율 복장제를 시행하고 매매수수료를 삭감했다.

시장에서는 주 사장이 그룹에 ‘미운털’이 박힌 이유로 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유일하게 비판적인 리포트를 두 차례나 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방산부문의 빅딜을 진행하고 있는 한화그룹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는 것.

주 사장은 자신의 행보가 주목을 받자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연임 불가설과 언론의 보도행태에 대해 질타하기도 했다. 주 사장은 “한국 언론은 사실 확인을 하지 않고 보도하는 것이 예사다”며 “애초에 연임 의사가 없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주 사장은 그간 파격행보와 구조조정을 통해 한화투자증권의 체질 개선을 시도했다. 시장에서는 여전히 그의 행보에 대해 독불장군 혹은 풍운아라며 호불호가 갈리고 모양새다.

주진형식 개혁이 실패한 실험으로 끝날지, 아니면 업계 체질 개선의 마중물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유병철 기자 ybsteel@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