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도 나왔는데…” 국감 기업인 증인채택 불안감 도져

강기성 기자
입력일 2015-09-20 16:31 수정일 2015-09-20 17:49 발행일 2015-09-2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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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에 다시 ‘국감 증인 채택’의 트라우마가 번지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17일 증인으로 출석한 이후부터다. 신 회장 출석을 계기로 국회의원들이 “(천하의) 신동빈 회장도 나왔는데”라며 기업 최고위층의 증인 출석을 다시 압박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현재 진행 중인 1차 국감은 그럭저럭 넘어갔는데 추석 후 10월6일까지 이어질 2차 국감 때 또 어떤 기업인이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거론될 지 벌써부터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실제로 최근 모 금융지주회사의 고위임원이 국감장에 참고인으로 출석했다가 야당의원들이 “회장을 불러 확인해야 한다”고 떼를 써 애를 먹었다. 여당의 저지로 무산은 됐지만 금융권에서는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임원들이 충실히 설명하고 있는데, 무조건 높은 사람을 불러오라니 낭패”라며 의원들의 지나친 갑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안그래도 이번 국감에서 의원들의 수준 이하 질문과 막말, 인신공격에 심지어는 지역 민원 해결 까지, 한계를 넘는 상황이라 또 어떤 일이 일어날 지에 재계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그나마 ‘증인 채택 실명제’ 법안이 여당에서 발의됐지만 이번 국감에는 적용 불가능한 상태다.

추석 후 10월 국감에서는 대형 증권사 사장들과 대규모 손실과 관련한 공기업 기관장 대상의 국감이 예정되어 있다. 때문에 관련기업의 장들이 증인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벌써부터 점쳐지고 있다. 더욱이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하는 중앙노동위원회의 판결이 나온 터라 환경노동위원회 의원들이 대규모 추가 증인 채택을 잔뜩 벼르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두고 정치인들이 자기 이름을 알리려 국감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기업인은 검찰에 들어가는 것 만큼이나 국감장에 서는 것을 부담스러워 한다”고 전했다. 전경련 관계자도 “국감장에 불려가 몇 시간 동안 대기하다 그냥 돌아나오는 경우가 많다”면서 “증인 채택은 최소한이 되도록 배려해 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강기성 기자 come2kks@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