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오너, CEO 연봉 줄여 채용 늘려라” 압박 논란

정윤나 기자
입력일 2015-08-09 14:05 수정일 2015-08-10 10:20 발행일 2015-08-1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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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오너나 CEO 연봉을 줄여 청년 채용을 확대하라”고 기업을 거듭 압박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장관은 최근 한 중앙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노동개혁이 기성세대나 정규직의 양보라고 표현되지만 이게 이뤄지려면 대기업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사 측의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양보를 촉구했다.

나아가 그는 “기업이 적자가 나 근로자를 명예퇴직시킨다면서 오너나 CEO(최고경영자)는 10억원이 넘는 연봉을 다 받아가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하면서 “연봉을 줄이고 그 돈을 청년 채용하는 데 쓰는 게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는 최근 롯데그룹 사태 등을 계기로 반재벌, 반기업 정서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추진 중인 노동개혁에 발맞춰 경영계가 먼저 성의표시(?)를 해 달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임금피크제 등 정부의 노동개혁안에 대해 노동계가 단체투쟁으로 맞설 움직임을 보이자 경영계로 하여금 완충 역할을 맡아달라는 압박으로도 풀이된다.

이 장관은 대기업 오너나 전문경영인들이 과도한 연봉과 배당을 챙겨가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임원과 직원 간 엄청난 임금격차가 직급 간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는 만큼, 기업들이 그 간격을 좁혀준다면 노동계 설득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재벌닷컴 등 최근 재벌관련 통계자료들을 보면 30대 그룹 상장사의 평균 임원 연봉이 일반 직원의 10배가 넘는 것으로 나온다. 삼성그룹의 경우 임원 연봉이 평균 15억원으로 평균 9000만원에 약간 못미치는 직원 평균치에 비해 20배 가량이나 많다. 어떤 기업은 50배가 넘게 차이가 나는 곳도 있다.

연봉의 절대 규모도 견제의 대상이다. 글로벌 기업 삼성전자의 경우 연간 100억원(성과급 포함)이 넘는 고소득자들이 즐비해 평균 이하의 직장인, 아직 취업문턱도 넘어서지 못한 대다수 국민들에게 위화감을 준다는 주장도 ‘부자들 연봉 떼어 채용 늘리기’ 발언의 배경이 된다.

그러나 경제 전문가들은 이런 이유들 때문에 민간기업의 임금 수준에 까지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월권’이라고 말한다. 정부가 청년 고용확대를 ‘기업의 사회적 책무’라고 밀어붙히며, 정작 정부가 해야 할 일자리 창출의 의무를 기업들에게만 떠넘기려 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올들어 재계는 정부의 창조경제혁신센터 투자와 임금피크제 도입 정부친화적 경영을 통해 신규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면서 “이기권 장관처럼 50명의 청년 인력이 필요하면 100명을 채용하는 결단을 내려달라 강요하는 것은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H기업 관계자도 “우수인재 확보는 기업들이 더 절박하다”면서 “지금 상황은 청년 일자리 부족분을 무조건 기업들에게 떠넘기려는 양상”이라고 비판했다. 기업들을 겁박해 억지로 일자리를 만들라 하면 비정규직이 다시 늘 수도 있는 만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부의 솔선수범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한편 정부는 향후 3년 동안 25~29세 청년 19만 명이 고용시장에 추가로 배출되고 정년 연장에 따른 청년 일자리 수나 내년부터 30만개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49만개 일자리가 부족해 질 것이라며 기업에 계속 채용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정윤나 기자 okujy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