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마이이크론 인수계획 '국가전략'…성사 여부 불투명

정윤나 기자
입력일 2015-07-15 10:22 수정일 2015-07-15 10:23 발행일 2015-07-15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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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경제 정윤나 기자 =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중국 칭화유니그룹이 미국의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를 230억 달러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한 것은 시진핑 지도부의 의중을 반영한 것이지만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고 15일 보도햇다.

이 신문은 규모가 작은 중국의 반도체 기업이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업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인수를 추진한다는 것은 ‘반도체의 해외 의존을 탈피하려는 정부의 시책에 부응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현재 중국은 반도체 자급률이 20% 정도에 그치고 있는 상태다.

시진핑 지도부는 타개책으로 지난해 6월 반도체 산업의 진흥을 목표로 하는 ‘국가 IC 산업 발전 추진 지침’을 제정했다. 또한 올해 3월에 발표한 ‘중국 제조 2025’의 역점 사업의 하나로 반도체 산업을 꼽았다.

인수를 추진하는 칭화유니그룹은 반도체 칩을 직접 생산하기보다는 개발에만 주력하는 팹리스(fabless) 형태를 취하면서 스마트폰용 시스템LSI(대규모 직접회로)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94억위안으로, 팹리스 반도체 기업으로서는 세계 최대인 미국 퀄컴의 10분의 1 정도에 그친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칭화유니 그룹 관계자는 현재 마이크론측에 비공식적으로 타진하고 있는 단계이며 가까운 장래에 중국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에 인수 절차 개시를 정식으로 보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국의 정책 금융기관인 국가개발은행의 대출 등 공적 지원이 내정된 것으로 보여 230억 달러의 인수 자금을 조달하는 데는 “불안이 없다”고 밝혔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그러나 중국 정부가 희망하는 반도체 산업의 재편은 정치적인 벽으로 인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의회는 석유 대기업의 구조 조정에서도 중국 국유 기업의 미국 기업 인수에 제동을 건 전례가 있다.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의 경우 이 회사가 보유한 메모리 반도체 기술은 범용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미사일과 군용기 등 군수 산업에 응용할 수가 있다. 미국 의회는 군사, 에너지 등 안보에 관련되는 안건에 반대하는 경우가 많다. 2005년에는 중국 국영 석유 업체인 중국해양석유 (CNOOC)의 미국 정유회사 유노칼 인수를 저지한 바 있다. 2013년 일본의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엘피다가 파산하자 중국계 펀드가 인수를 노렸지만 결국은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에게 넘어갔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미국과 일본 양국 정부가 물밑에서 중국계 펀드의 인수를 반대한 결과로 분석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칭화유니 그룹이 인수를 실현한다고 해도 메모리 반도체 사업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D램 시장은 치킨 게임을 통해 한국의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미국의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등 상위 3개사가 90% 이상의 점유율을 가진 과점 시장이 됐다. 그러나 시황이 악화되면 엄청난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시장이다.

일본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D램 부문에서 제품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회로 가공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해야 한다며 현재 마이크론은 삼성에 비해 기술 경쟁력이 상당히 늦다고 전했다.

정윤나 기자 okujy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