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앱스토어, 남부연합기 나오는 게임 퇴출

정윤나 기자
입력일 2015-06-26 11:29 수정일 2015-06-26 11:32 발행일 2015-06-26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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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경제 정윤나 기자 = 애플이 미국에서 인종차별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남부연합기’가 나오는 게임을 앱스토어에서 퇴출했다

애플은 26일(현지시간) 앱스토어에서 남부연합기를 ‘공격적이고 모욕적인 방식으로 쓰는’ 앱들을 제거했다고 밝혔다.

이는 공개된 앱스토어 가이드라인에 따른 것으로 교육적 또는 역사적 목적으로 남부연합기를 표출하는 앱은 제거 대상이 아니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애플의 앱스토어 가이드라인은 “어떤 종교, 문화, 종족 집단에 관해 명예훼손이 되며 공격적이거나,모욕적이거나 혹은 이 집단을 위해 폭력을 노출시킬 개연성이 큰 앱은 거부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애플이 앱스토어에서 퇴출시킨 게임은 ‘얼티밋 제너럴: 게티스버그’, ‘헌티드 카우’ 등 미국 남북전쟁을 배경으로 한 것 들이다.

애플의 이번 조치는 이달 17일 사우스캐롤라이나 찰스턴의 흑인 교회에서 총기를 난사해 9명을 살해한 백인 우월주의자 딜런 루프(21)가 남부연합기를 배경으로 찍었던 사진이 대량으로 발견되면서 이 깃발이 증오 범죄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역사를 배경으로 한 게임에서 실제로 쓰였던 상징물을 제거하는 것은 과잉 대응이라는 논란도 제기됐다.

게임에서 남부연합기가 남부연합을 미화할 목적으로 쓰이고 있는 것도 아니고 실제로 쓰인 전투 깃발을 나타낸 것 뿐인데 퇴출하는 것은 너무 심하다는 것.

‘얼티밋 제너럴: 게티스버그’의 개발사인 게임-랩스는 만약 게임에서 남부연합기를 없애면 앱스토어에 다시 들어갈 수 있다고 애플이 알려 왔으나 이런 요구를 따르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게임-랩스는 블로그에서 책, 영화, 게임 등은 역사를 소재로 한 예술은 실제로 있었던 일에 충실하게 사건을 묘사해야 한다고 반발하면서 “우리는 역사를 바꿀 수는 없지만 미래를 바꿀 수는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경제 매체 포브스 인터넷판과 정보기술(IT) 매체 기즈모도 등도 애플이 과잉 대응을 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내용의 칼럼을 실었다.

애플의 이번 조치는 구글, 아마존, 이베이 등 인터넷 전자상거래업체들과 깃발 제작사들이 남부연합기의 판매·제작 중단 방침을 잇따라 밝힌 가운데 나온 것이다.

이에 앞서 이달 21일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는 트위터를 통해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희생자 유족들에게 위로의 뜻을 전하면서 “인종주의를 근절하고 인종주의에 동력을 공급하는 상징물들과 단어들을 제거함으로써 이들의 삶을 기리자”고 제안했다.

공개적 동성애자인 그는 미국 남부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지역 중 하나로 꼽히는 앨라배마 출신이다.

정윤나 기자 okujy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