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비투자 촉진’ 외화대출, 대기업만 혜택

심상목 기자
입력일 2015-06-21 19:20 수정일 2015-06-21 19:20 발행일 2015-06-21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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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경제 심상목 기자 = 외화대출 제도의 혜택 대부분이 대기업에 돌아간 것으로 나타나 해결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을 이용해 기업들에 68억3000만달러(약 7조5700억원)의 외화대출을 해줬다. 외평기금은 정부가 기업들의 설비투자를 촉진하려고 도입한 제도다.

대기업이 대출한 금액은 총 65억700만달러(96.2%)였으며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대출은 2억6000만달러(3.8%)에 불과했다.

지난해 5월 외평기금을 이용한 외화대출 제도를 도입한 것은 기업이 유리한 조건으로 자금을 마련해 설비투자를 위한 시설재 수입과 해외 건설·플랜트사업 수주에 활용하도록 지원하기 위해서다. 이러한 특징으로 연 0.2∼1%의 금리가 적용된다.

정부는 당초 100억달러가 소진되면 외화대출 제도를 종료하기로 했다. 그러나 엔저 현상이 심화되면서 지난해 7월 한도를 150억달러로 늘렸다.

엔화약세로 일본에서 수입하는 기계설비 가격이 싸진 만큼 이를 설비투자 확대 기회로 적극 활용하려는 의도였다.

정부는 외화대출 제도 시행을 결정하며 중소·중견기업 지원에 활용하도록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실제로는 대기업에 혜택이 집중됐다.

외화대출이 대기업에 쏠린 가장 큰 이유는 ‘쿼터’가 따로 설정돼 있지 않아서다. 중소기업들이 대출심사의 벽을 넘지 못하고 은행들은 안정성이 높은 대기업 위주로 외화대출을 해준 것도 영향을 미쳤다.

류환민 국회 기재위 수석전문위원은 2014회계연도 결산 검토보고서에서 “외평기금을 통한 외화대출은 경제혁신 3개년 계획 과제 중 하나로 선정되는 등 정부 주요 정책의 하나이기 때문에 가급적 효과가 고르게 분배돼야 한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그러나 외화대출을 중소기업으로 유도하기 쉽지 않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중소기업의 외화대출을 적극 유도하고 있지만 대기업에 비해 시설재 수입 수요가 적은 데다 최근에는 매출 전망이 좋지 않아 시설재 수입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외화대출 자금 조달원인 외평기금은 지난해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2조원이 넘는 운용 수익을 기록했다. 외평기금의 연간 운용 수익이 ‘플러스’로 돌아선 것은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2008년 이후 6년 만에 처음이다.

심상목 기자 ssm@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