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뉴엘 판박이…수출가 1만배 부풀려 1522억 부당 대출

박시형 기자
입력일 2015-06-11 18:09 수정일 2015-06-11 18:59 발행일 2015-06-12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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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경제 박시형 기자 = 원가 2만원짜리 제품을 무려 2억원으로 조작해 1500억 원대의 무역금융을 대출받은 50대 중소기업인이 덜미를 잡혔다.

이번 사례는 홈시어터 컴퓨터(HTPC) 가격을 부풀려 허위 수출하고 이 수출채권을 담보로 3조4000억원을 불법 대출받은 모뉴엘 사건과 비슷한 수법이어서 은행들의 무역 채권 심사시스템이 지나치게 허술하다는 지적이 높다.

대출금 중 미상환 금액이 300억 원대에 달해 대출해 준 기업은행 등 5개 시중은행의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은 수출품 가격 조작과 위장 수출 방식으로 1522억원대의 무역금융을 부당하게 대출받고, 28억원 상당을 해외로 빼돌린 혐의(관세법 및 특가법상 재산국외도피)로 H사 대표 조모(56)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조씨의 범행을 도운 H사 자금담당과장 유모(34)씨는 불구속 입건됐다.

조씨는 2010년 7월부터 최근까지 291차례에 걸쳐 개당 원가가 2만원인 플라스틱 TV 캐비닛 가격을 1만 배인 2억원으로 부풀려 총 1563억원을 수출신고했다. 이중 1522억원의 수출채권을 시중은행에 매각했다.

조씨는 수출채권 만기가 도래하면 다시 위장 수출 방식으로 확보한 수출채권을 되팔아 기존 대출금을 상환하는 수법을 반복적으로 썼다.

조씨는 지금까지 대출금 중 286억원을 상환하지 않았다. 회사 운영자금으로 신용대출받은 61억원도 갚지 않는 등 미상환 금액이 총 347억원에 달한다.

조씨는 법인카드로 명품과 금괴 등을 사들이고 월세 1800만원짜리 고급빌라에서 거주하면서 페라리 2대, 람보르기니 1대 등 고급 외제차 10여 대를 리스해 몰고다니는 등 호화생활을 했다.

관세청은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무역금융 대출을 하다가 수출 서류를 허술하게 심사해 2만원 상당의 제품을 2억원으로 부풀렸는데도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박시형 기자 luticek@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