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쇼크' 韓 산업현장 강타

정윤나 기자
입력일 2015-06-03 18:54 수정일 2015-06-04 15:26 발행일 2015-06-04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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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경제 정윤나 기자 = 환율과 내수침체로 허덕이던 한국경제에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쇼크'가 덮쳤다.

메르스 확산에 대한 공포가 퍼지면서 경기가 더 위축되는 게 아니냐는 재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국에 사업장을 둔 전자, 자동차, 항공, 건설, 유통 업계 등은 메르스 전파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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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연건동 서울대학교병원 응급실 입구에 설치된 메르스 의심환자 격리센터(의심증상 검사 및 임시 수용시설) 앞에서 병원 관계자들이 마스크를 고쳐 쓰고 있다. (연합)

유통매장을 중심으로 인적이 끊기면서 다중시설인 병원, 백화점, 놀이공원, 쇼핑몰 등을 중심으로 매출 급감 현상이 확산되고 있으며 마케팅의 핵심인 이들 매장에 손님이 끊기자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가전, 자동차 업체들로 점차 피해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항공사들은 잇딴 예약취소로 곤욕을 치르고 있고 중동 비즈니스 비중이 높은 건설, 중공업, IT 등 관련업체들은 사실상 비즈니스 차질이 불가피하다.

동대문지역에서 두타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는 두산그룹의 한 관계자는 “직원들이 틈나는대로 창밖을 내다보고 있으며 중국 관광객들을 중심으로 유동인구 감소를 체감하며 한숨쉬고 있다”며 “환율과 경쟁심화로 안그래도 쉽지않은 현실인데 메르스 변수까지 생겨서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자동차 시장이 환율 악재 등으로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그나마 레저용 차량(RV) 판매로 실적을 유지해 왔는데 걱정”이라며 “메르스가 더 확산될 경우 소비심리가 위축돼 캠핑과 레저활동 인구가 줄면서 자동차 시장의 버팀목 역할을 하던 RV 판매마저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삼성·대우·SK·한화건설·대림산업 등 건설업계도 비상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들 대형 건설사는 해외 건설 공사의 70% 이상을 메르스 발병의 근원지인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해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쿠웨이트 등 중동에서 진행하고 있어 근로자의 건강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

이에 따라 국내·외 건설현장에 메르스 예방수칙 및 대응 지침을 띄우고 모니터링을 강화 중이다.최대 5만 명의 방문객이 몰리는 등 인기를 누리는 아파트 견본주택도 영향권 안에 들어갈 것으로 보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예약 취소가 눈에 띄게 이어지는 상황은 아니지만, 메르스 감염이 자사 여객기에서 발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항공사 이미지에 큰 타격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에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특히 여객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는 여름 성수기를 앞둔 상황이어서 항공사들은 비용이 발생하더라도 국토부 지침보다 강도 높은 대응으로 메르스 악재에서 벗어나겠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메르스 확산 공포에 가장 떨고 있는 곳은 유통업계다.

백화점 및 대형마트 등은 국내·외 소비자들과 밀접한 관계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메르스 확산으로 인해 2분기 들어 살아나려 했던 매출이 주춤하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틀은 메르스에 대한 정부의 대응 능력에 대한 불신과 함께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우리나라 경제 손실이 세월호 사태에 버금갈 충격을 줄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신한금융지주 이코노미스트는 “메르스 확산이 우리나라의 소비심리 위축과 외국인 관광객 감소에 따른 경상수지 악화를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엔저인 상황에서 중국인 관광객의 감소 영향도 클 것”으로 분석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예전 다른 나라에서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등이 퍼졌을 때는 현지 출장 제한 등의 수준으로 대응했는데, 현재는 근원지가 한국이라 특별한 지침을 내리기도 어렵다”며 “직원 모두를 휴무시킬 수도 없는 입장이어서 곤란한데, 여기에 B2C 업계는 소비자들의 발길마저 끊길 상황이어서 사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 우리가 보내는 지침으로는 메르스 감염 예방 수칙 및 초기 증상 확인법 등을 정리해 계열사 내부 게시판과 개인 이메일로 공지하는 등의 조치가 최선의 방책”이라고 말했다.

정윤나 기자 okujyn@viva100.com

'메르스' 공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