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은 왜 ‘핀테크 플랫폼’을 IT기업에 공개할까

심상목 기자
입력일 2015-05-19 16:46 수정일 2015-05-19 16:46 발행일 2015-05-2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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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자 중심으로 금융서비스 이동…서비스 다양화로 고객 편의 상승 기대

올해 들어 금융권과 IT업계 최대 화두는 ‘핀테크’다. 

현재 은행과 IT업체는 핀테크 주도권을 놓고 경쟁 아닌 경쟁을 벌이고 있다.

좋은 기술과 플랫폼 사이에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 이러한 시장상황에서 은행들이 플랫폼을 개방하고 나서 그 배경에 대해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핀테크 육성을 위한 금융 플랫폼을 공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NH핀테크오픈플랫폼업무협약식1
농협은행은 지난 15일 웹케시와 ‘NH핀테크 오픈플랫폼사업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핀테크기업의 지원을 위한 ‘NH핀테크 오픈플랫폼’ 구축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사진=농협은행)

이를 가장 선도적으로 추진하는 곳은 농협은행이다. 

농협은행은 지난 15일 웹케시와 업무협약을 맺고 오픈 플랫폼 구축에 착수했다. 

농협은행은 플랫폼 구축을 통해 표준화된 금융 API(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API는 은행 전산망과 IT기업과의 전산망을 연결해주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IT기업이 인터넷 뱅킹 계좌이체 서비스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보고 싶다면 API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농협에 뒤를 이어 국민은행과 우리은행, 기업은행도 인터넷진흥원과 손잡고 통합 오픈 API 플랫폼 구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은행들은 은행들의 전산망에 데이터가 어떤 방식으로 저장되는지, IT서비스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전혀 공개하지 않았다. 고객정보 유출 등의 우려 등이 원인이다.

이로 인해 IT기업들은 핀테크 서비스 개발에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이디어와 기술은 있지만 은행의 금융서비스가 실제 어떻게 이뤄지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핀테크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그동안 은행들의 입장이 핀테크 관련 IT기업에게 플랫폼을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으로 입장으로 바뀌고 있다. 플랫폼 공개를 통해 IT기업들이 다양한 핀테크 서비스를 개발해 은행에 접목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무리 좋은 기술이 나와도 은행 플랫폼과 연동되지 못하면 서비스 될 수 없다”며 “플랫폼 개방을 통해 IT기업은 실제 은행 전산망이 구동되는 과정과 향후 연동 여부까지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또 플랫폼 공개로 고객 서비스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은행들은 IT기업과 달리 어떠한 기술이 어떠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며, 이러한 서비스들이 고객의 금융 편의 제공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공개된 플랫폼을 활용해 IT기업들이 서비스를 개발해 공급하면 고객들은 보다 편리한 금융생활을 누릴 수 있어 만족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판단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은행들이 플랫폼 공개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 전산망에 IT기업이 접근하게 되면 보안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뿐만 아니라 외부인이 접근해 은행 전산망에 담겨있는 고객정보를 유출시킬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이에 은행들은 이러한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대비책을 세운 상황이다. 농협은행은 사전 신청서를 제출한 기업에 한해 은행 플랫폼을 공개키로 했다.

신청서에 따라 ‘조회’나 ‘이체’ 등 사전에 허가된 사안에 대해서만 플랫폼이 공개된다. 각 IT기업별로 필요한 업무에 대한 플랫폼만 공개될 뿐 모든 것을 열람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농협은행 스마트금융부 관계자는 “IT기업 규모에 따라서도 공개되는 플랫폼의 범위가 결정된다”며 “규모가 작은 회사가 많은 플랫폼 공개를 요구하면 이는 승인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심상목 기자 ssm@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