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보험 슈퍼마켓 실효성 논란…왜?

심상목 기자
입력일 2015-05-18 18:17 수정일 2015-05-18 18:17 발행일 2015-05-19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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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당국이 오는 9월 개설하기로 한 인터넷 보험 슈퍼마켓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당국은 고객이 직접 다양한 상품을 비교해 가입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슈퍼마켓을 출범시킬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이미 이와 유사한 기능이 제공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보험상품은 펀드 등과 달리 각 보험사별로 상품구조 및 조건이 달라 일부 보험상품을 제외하고 비교해 가입하는 것이 어렵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소비자가 직접 보험상품을 비교, 검색하고 인터넷 상에서 가입할 수 있는 온라인 보험 슈퍼마켓을 이르면 오는 9월 출시할 예정이다.

당국은 시행초기 상품구조가 단순하고 거래 금액이 크지 않은 자동차, 실손의료, 저축성보험에 대해서만 판매 대상을 한정하기로 했다. 다른 상품으로까지 확대는 상황을 지켜보고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출범도 하기 전부터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보험 슈퍼마켓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미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에서 각 보험사별 연금저축 수익률과 수수료 비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서다.

손보협회 사이트를 살펴보면 직전 3년 연간수익률, 수수료율, 유지율, 계좌이체 제도 이용시 수수료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는 생보협회도 마찬가이다.

고객이 받는 연금액은 각 보험사가 매월 정하는 공시이율에 따라 달라진다. 이를 미리 예측해 고객의 연금액을 산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예컨대 A고객이 보험 슈퍼마켓을 통해 가장 많은 공시이율을 제공하는 B보험사의 연금저축을 가입했다고 가정하자. B보험사는 고객이 가입한 이후부터 공시이율을 유지하거나 떨어뜨렸지만 다른 보험사들은 공시이율을 올릴 수도 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결국 고객이 정한 보험료와 나이 등 개인정보, 가입기간을 입력한 후 얼마를 받을 수 있는지 한눈에 알 수 있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그러나 연금액을 정하는 데 있어 핵심인 공시이율이 매년 변동하는 만큼 이를 단순 환산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구현하지 못한다면 기존 협회 사이트와 차별화되는 것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생보업계는 또 일정한 규격에 맞춰진 상품이 없기 때문에 보험 슈퍼마켓에서 동일 조건으로 비교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보험 슈퍼마켓은 상품 비교가 수월한 자동차보험이나 실손보험 등을 뛰어넘어 확산되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편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보험 슈퍼마켓이 보험사 영업력의 핵심인 설계사와의 갈등을 야기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다이렉트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한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온라인 채널을 강화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설계사들의 반발이 예상보다 심하기 때문”이라며 “많은 고객이 인터넷 보험 슈퍼마켓을 통해 상품에 가입할 경우 설계사들의 생계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심상목 기자 ssm@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