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은행 고객들은 왜 휴면계좌를 찾아가지 않을까

심상목 기자
입력일 2015-04-27 15:21 수정일 2015-04-27 19:10 발행일 2015-04-28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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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티은행과 스텐다드차타드은행(SC은행) 등 국내 외국계 은행들이 금융소비자의 휴면계좌 환급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외국계 은행들이 수익성 확보에만 열을 올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신학용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2014년 말 기준 최근 5년간 발생한 은행 휴면예금은 총 2671억7500만원이었다. 금융소비자들은 이중 911억6900만원을 찾아갔다. 나머지 1760억600만원을 휴면예금관리재단에 출연되거나 은행이 계속 보유하고 있었다.

씨티그룹,한국·일본등11개국소비자금융매각
씨티은행이 휴면예금을 관리재단에 넘기는 비중이 은행권 평균의 2배를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 한 씨티은행 지점.(연합)

지난 2008년 시행된 ‘휴면예금관리재단의 설립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은행과 보험사, 저축은행 등 금융사들은 휴면예금관리재단에 출연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금융사들은 휴면계좌로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재단에 출연한다. 이용되지 않는 휴면예금을 공익적 사업에 사용하기 위해서다. 물론 출연 이후 고객이 휴면예금을 찾기를 원하면 재단에 출연한 금액을 고객에게 돌려준다.

그러나 외국계 은행들이 휴면예금을 휴면예금관리재단으로 넘긴 비중이 타 은행에 비해 많다. SC은행의 재단출연 비율은 93.69%였으며 씨티은행은 81.16%였다. 이는 은행권 평균 출연비율 44.7%보다 두배 정도 높은 수준이다.

외국계 은행들이 휴면예금을 재단에 넘기는 이유는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휴면예금은 자금의 거래가 활발하지 않아 수수료 수입이 발생하지 않는 잠자는 돈이다. 만약 금융소비자가 한 은행에 잠자는 돈을 맡겨놓을 경우 은행은 그 돈에 대한 이자를 줘야 하는 등 제반관리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은행권 관계자는 “사실상 이자를 주지 않는 자유입출금통장이라면 크게 상관없지만 정기예금 등 매년 이자를 지불해야 하는 예금이라면 빨리 재단에 넘겨 이자 지출을 줄이는 것이 은행 수익성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즉 은행 입장에서는 휴면예금을 갖고 있으면 비용에 대한 부담이 있고, 이를 고객에게 찾아주기 위해서도 고객 확인 등 일이 많아지고 이 또한 비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간편하게 재단에 이를 떠 넘기고 있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휴면예금은 이자뿐만 아니라 관리비용도 든다”며 “은행들이 대대적인 홍보를 통해 고객들에게 휴면예금을 찾아가도록 하는 것은 고객과 은행이 윈-윈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외국계 은행은 이 같은 지적에 반박한다. 휴면예금을 찾아가도록 힘 쓰고 있지만 고객이 찾아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은행차원에서 고객들이 휴면계좌를 찾아가도록 노력했지만 찾아가지 않아 재단에 넘긴 것일 뿐 다른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본인이 보유한 휴면계좌를 확인하고 싶은 금융소비자라면 휴면계좌 통합조회 시스템을 활용하면 된다.

공인인증서를 이용해 이곳을 활용하면 은행 휴면계좌 뿐만 아니라 생·손해보험의 휴면보험금 등의 잠자는 돈을 찾을 수 있다.

또한 보험개발원은 ‘자동차 휴면보험금 조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자동차보험 피보험자는 자신이 지급받지 못한 휴면보험금이 얼마나 있는지 직접 알아 볼 수 있으며 지급받지 못한 휴면보험금을 찾을 수 있다.

심상목 기자 ssm@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