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단 해체? 운영?… 우리은행·카드 '오락가락' 행보에 신뢰도 추락

심상목 기자
입력일 2015-04-06 17:18 수정일 2015-04-06 18:55 발행일 2015-04-07 5면
인쇄아이콘

우리은행과 우리카드가 배구단 운영을 둘러싼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배구팬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양사의 신뢰도는 크게 하락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우리카드 배구단 운영과 관련해 우리카드 대주주인 우리은행의 오락가락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회사 이미지만큼은 OK저축은행 밑으로 떨어졌다는 비아냥 섞이 말들이 흘러 나오고 있다.

환호 우리카드
우리카드 배구단. (연합)

◇우리은행, 배구단 해체에 어떤 영향?

6일 한국배구연맹(KOVO)에 따르면 우리카드는 지난 3일 한새배구단을 다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31일 배구단 해체의사를 밝힌 지 3일만에 번복한 것이다.

우리카드가 배구단을 철수했다가 재운영하는 과정에서 회사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는 우리은행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것이 금융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우리카드는 한국배구연맹에 보낸 공식 문서에서 “신설카드사로서 자산규모나 손익, 예산 등을 감안하면 배구단 운영이 역부족”이라며 “그룹 내 스포츠단 중복운영에 따른 운영부담으로 부득이 임의탈퇴 한다”고 밝혔다.

즉 우리은행과 우리카드가 모두 스포츠단을 운영하기 어렵다는 것. 현재 우리은행은 한새 여자농구단을 운영하고 있다. 관계자들은 우리카드가 배구단 해체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은행 측과 충분한 상의를 거쳤으며 은행 결정 없이 해체라는 결단을 내렸을 리 없었다고 단정하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우리금융지주 해체 직전 이순우 전 회장이 행장을 겸직하지 않았냐”면서 “우리은행은 현재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카드 배구단 해체에 깊숙이 관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의 오락가락 행보는 배구단 철수 과정뿐만 아니라 인수 과정에서도 발생했다. 당초 이팔성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매물로 나온 배구단을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OK저축은행보다 후발주자로 뛰어들었지만 신뢰도 높은 1금융을 강조하며 배구단을 인수했다.

그러나 이 회장의 후임인 이순우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 겸 우리은행장은 취임 직후 ‘배구단이 필요하냐’는 의중을 밝혔다. 이에 우리카드는 배구단 인수에 소극적으로 나서면서 발을 빼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역시 배구팬과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졌고 우리카드는 울며 겨자 먹기로 구단을 인수하게 됐다.

◇우리은행 민영화…배구단 해체에도 영향 미쳤나?

금융권 일각에서는 이번 우리카드 배구단 해체와 재운영 과정에서 이광구 우리은행장의 민영화 전략과 연관 짓고 있는 분위기다.

이광구 행장은 취임 직후부터 임기 내에 우리은행 민영화를 완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리은행을 민영화하면 우리카드 역시 민영화된다.

우리은행과 우리카드를 민영화하기 위해서는 소위 ‘돈이 되지 않는 계열사’를 정리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돈이 되지 않는 계열사에 우리카드 배구단도 포함된 것.

금융권 관계자는 “성적은 나지 않고 계열사 충당금만 차지하는 배구단은 우리은행 민영화 과정에서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며 “이 행장이 임기 내 민영화를 완수하기 위해서는 배구단 정리가 필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우리카드는 KOVO에 제출한 문서에서 “우리금융그룹의 민영화 추진과정에서 배구단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 있다”며 “하지만 심층적인 내부검토를 거쳐 배구팬들의 사랑과 지난 두 시즌 동안 보여준 우리카드 선수들의 헌신에 부응하고자 임의탈퇴를 철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즉 우리카드 배구단 해체와 재운영 과정에 핵심영향을 미친 이유가 ‘민영화’라고 공식적으로 말한 것이다.

◇오락가락 행보에 “저축은행보다 못한 카드사” 비아냥

인수와 해체를 놓고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는 우리은행의 경영판단이 우리카드 신뢰도에 악영향을 미쳤다.

우리카드와 함께 배구단 인수 경쟁을 벌였던 OK저축은행은 창단 2년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좋은 성적은 냈을 뿐만 아니라 ‘세월호 참사’로 실의 빠진 연고지(안산) 주민들에게도 ‘위안’을 줘 기업 이미지를 크게 끌어올렸다.

이러한 모습은 우리은행과 우리카드의 행보와는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우리카드가 배구단 철수 결정을 철회하자 네티즌들은 ‘저축은행 보다 신뢰도가 더 떨어졌다’고 지적하고 있다.

우리은행과 우리카드가 배구단 재운영을 결정적인 이유는 ‘신영석’이라는 주축선수를 팔아 구단 운영 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진 것이 가장 컸다고 전해진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민심이 정반대로 돌아섰다.

배구단을 운영하고 있는 한 보험사 관계자는 “선수 한명을 현금트레이드 해 구단 운영을 자금을 마련했다는 점은 그만큼 구단 운영 지원에 인색했다는 것”이라며 “우리은행과 우리카드 수억원을 아끼려다가 ‘이미지 추락’과 ‘신뢰도 하락’이라는 더 큰 것을 잃었다”며 씁쓸해 했다.

이 관계자는 또 “철수를 결정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재운영을 결정한 것 역시 좋지 못한 모습”이라며 “회사 사정상 운영하기 어렵다는 말을 어떤 사람이 믿을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심상목 기자 ssm@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