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전자계열사, 위기극복 카드는 삼성 아니라 중국

정윤나 기자
입력일 2015-03-11 18:07 수정일 2015-03-11 18:58 발행일 2015-03-12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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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전자계열사들이 ‘탈삼성’을 외치며 중화권 공략에 박차를 가하며 위기 극복에 열을 올리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등 삼성전자의 계열사들의 작년 4분기 실적이 전년 대비 다소 개선된 결과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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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성 삼성SDI 사장(좌)과 박동건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이는 삼성 전자계열사들의 탈삼성 전략이 반영된 성과로, 그간 삼성전자 위주로 제품을 공급하며 수익을 내던 기존과 달리 중화권으로부터 독립적인 수익창출 모델을 연구한 결과라는 게 업계 평가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괄목 할만한 성장을 구가하던 과거엔 삼성전자를 향한 계열사들의 올인 전략이 먹혔다. 그러나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며 “계열사들은 주로 삼성전자의 눈치 보기에 급급해 했지만 거듭되는 실적 악화가 곧바로 수장 교체나 문책성 인사로 직결됐기에 ‘삼성전자 상황이 안좋으니 우리도 어쩔 수 없다’는 태도는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 이들 업체는 위기 극복의 일환으로 중화권 진출에 적극 나섰으며 최근 가까스로 위기를 극복한 모습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계열사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중 삼성전기는 삼성전자가 최대 고객사로 핸드폰과 가전제품에 들어가는 칩, 기판, 카메라 모듈, 모터 등을 공급하는 회사다.

매출 50% 이상이 삼성전자를 통한 것으로 삼성전자의 의존도가 절대적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중국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을 보며 사업 전략을 선회한 결과 작년 이 시장 매출 비중이 14%로 증가했다. 전년 대비 7% 오른 수치를 보이며 영업이익이 흑자로 전환됐다.

삼성전기 측 한 관계자는 “지난해 10월부터 태스크포스(TF) 형태로 중국 전담 조직을 올해에는 임원급(상무) 정식 조직으로 개편시켰다”며 “올해도 중국, 대만 등 중화권 사업을 확대시키고 수익 다변화를 통해 실적 개선을 도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작년 한해 인력 보강을 통해 영업망을 더욱 강화시켰고, 올해는 중화권 매출 비중을 2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라고 덧붙였다.

삼성디스플레이도 중국 고객들을 확보하면서 수익을 늘려가고 있다.

이 회사는 삼성전자의 갤럭시 판매량에 따른 매출 의존도를 낮추고 지난해 3분기부터 중국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섰다.

최근 삼성디스플레이는 5.5인치 아몰레드 패널을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 쿨패드의 ‘다젠X7’과 비보의 ‘X5맥스’에 탑재하는가 하면, 지난 1월부터는 쿨패드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모델 ‘다젠’에 5.2인치 아몰레드를 적용했다.

아울러 레노버(시슬리 S90)와 오포(R5), 지오니(엘리페 S5.1) 등도 삼성디스플레이의 제품을 잇따라 공급받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에 아몰레드 전용 마이크로사이트(www.samsungamled.com.cn)를 오픈하고, 아몰레드 전용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4분기 16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 분기 600억원임을 감안할 때 1000억원 이상의 이익을 기록한 수치다.

삼성디스플레이 박동건 사장은 “그간 우리 매출의 60%가 삼성전자 납품으로 발생했지만, 3년내 이 같은 비중을 50% 수준까지 낮추는 게 목표”라며 “마케팅을 강화해 중화권 고객사 비중을 높이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아몰레드 가격이 LCD 가격과 비슷한 수준으로 낮아지면 더 많은 고객들이 우리 제품을 찾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타 계열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삼성전자 매출 의존도가 낮은 삼성SDi도 지난해 4분기 372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 전 분기 대비 14.5% 증가한 수치를 기록했다.

삼성SDI는 자동차용 중대형 2차 전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을 중심으로 중국과 유럽 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중국에 중대형전지 공장을 증설하기도 했다.

김영우 HMC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SDI는 독일 자동차업체들과의 제휴 확대와 중국에 중대형전지 공장 증설로 성장동력을 확보했다”며 “부실사업에 대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도 완료돼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정윤나 기자 okujy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