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에도 더 강해진 달러화… 中·러에 핵펀치

김효진 기자
입력일 2015-03-12 09:00 수정일 2015-03-12 11:08 발행일 2015-03-12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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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의 Global Hug] 2015년판 '달러 제국주의'… 새 판은 없나

세계 주요 신문들을 볼 때면 사뭇 신선한 충격을 받곤 했습니다. 세계 속 다양하고 흥미로운 주제를 접할 때면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습니다. 주요 외신 사이에서 뜨겁게 떠오르는 이슈는 뭘까. ‘글로벌 헉(Hug)’의 뼈대입니다. 지금 세계가 주목하는 신선한 생각, 끌어안을 준비 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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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판 달러 제국주의(Dollar Imperialism)'가 정체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은행(FRB·연준)은 전 세계 은행을 들어다 놨다 하며 금리 변동을 수단으로 국제 경제 정세를 독점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연준 의장 말 한마디면 미국 이자율이 어떻게 변할지 세계가 주목한다. "연준 의장이 세계 경제 대통령"이라는 말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달러 제국의 몰락(Exorbitant Privilege)'의 저자 배리 아이켄그린은 4년 전 "국제금융체제를 위험에 빠뜨린 미국의 불장난에 기름을 대주는 꼴은 있을 수 없다"고 언급했으나 여전히 세계 경제 패권을 장악하고 있는 핵심축은 '달러'다

◇ 벼랑 끝에 몰리자 더 세진 달러

2007~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미국 금융 시장에서 시작됐다. ‘탈 달러’ 현상을 전망하는 움직임이 가속화 됐다. 미국이 주도해 온 국제 경제 질서의 뿌리가 흔들릴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그 어떤 것도 달러화의 위상을 위협조차 하지 못했다. 금융시장이 혼란스러워질수록 시장의 핵심 통화로서 달러화의 가치는 오히려 하늘을 찔렀다.

미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전 국제통화기금(IMF) 이코노미스트이자 미국 코넬대 교수 에스워 프라사드는 최근 ‘달러의 역설’을 언급했다.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사태를 비롯 미국의 정책 실패로 일어난 국제금융위기는 달러에 더 큰 힘을 실어줬다는 것이다. 달러가 아닌 다른 대안이 존재할 수 있을지 강한 의문을 품게 했다.

핵무기가 아닌 화폐가 세상을 지배한다는 관념이 현실화됐다는 것은 과장이 아니라는 것에 한 표 던진다. 금융 제국주의(financial imperialism)를 구상하며 미국이 세계를 장악하려 한다는 얘기가 일리 있어 보인다.

◇ 달러로 세계 경제를 손 안에 담은 미국

지난해 1월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신흥국들 사이에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며 ‘신흥국 위기설’을 언급했다. 지난해 신흥 경제국들의 통화 가치는 떨어졌고 주식 시장이 불안하게 흔들렸다.

변화의 중심에는 미국 연준이 있다. 각 국가의 내부적 상황도 한 몫 했지만 연준이 채권 매입의 양을 줄이겠다고 선언하면서 위기설은 더욱 확대됐다. 경기활성화를 위해 달러 양을 의도적으로 늘렸던 통화 정책 기조에 변화를 준 것이다.앞서 미국의 낮은 이자율 덕분에 쉽게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기에 예상치 못한 미국의 태도에 신흥국들은 당황했다.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들이 신흥 경제 4개국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국가들의 경제 성장을 기적이라 불렀고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들 국가의 높은 경제 성장을 확신했었다. 그야말로 달러가 깡패다.

◇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도발

미국 주요 매체들은 얼마전부터 “중국의 최근 부진한 경제 성장 지표를 통해 중국이 몰락의 길로 접어들 것”이라는 내용의 기사들을 앞 다퉈 보도했다.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의 경제 강국 ‘G1’을 노리고 있는 중국의 성장세를 견제해 체제 변화를 이끌려는 움직임의 일환으로 보인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중국 내 최대 연례 정치 회의인 양회(전국인민대표회의, 전국정치협상회의)를 시행해 중국이 개혁을 시도하려함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무너질 조짐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움직임이 뿌리 박힌 틀을 따라가려는 허울뿐인 과정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미 국제관계 권위지 포린어페어스(FA)도 최근 “중국이 저성장의 덫에 걸렸다”고 보도했다. 연일 중국 경제가 정체기를 맞았다고 미국 언론들은 강조했다.

그러나 중국이 망할 확률이 얼마나 될까. 중국은 지리적으로도 풍부한 천연가스 및 석유를 얻을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제품생산력이나 폭발적인 인구수라는 ‘절대반지’도 있다.

이와 관련 최근 미 정치 웹진 카운터펀치는 “세계 경제 강국인 중국과 러시아를 무너뜨리기 위해 미국이 ‘달러 헤게모니(권력)’를 유지시키려는 전략을 갖고 대책을 꾀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을 넘어서려는 자, 끊임없이 뒤흔들겠다는 전략으로 미국이 교묘한 통화량 조작 및 과점으로 이들 국가를 뒤흔들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지속하고 있다”는 것.

◇러시아를 향한 미국의 끊임없는 구애(?)

과거 중국과 미국에 이어 세계 3위의 외환보유국 타이틀을 유지하던 러시아의 추락 지점은 어딜까. 국제유가 하락, 미국 양적완화 종료, 서방의 경제제재 탓으로 푸틴은 코너에 몰렸다. 국제유가가 한없는 하락세를 보이면서 러시아를 향한 경제강국의 음모론이 거론되는 것은 놀랄만한 일도 아니다.

러시아 경제구조는 유가 하락에 매우 취약하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가들의 카르텔(협정)이 음모론의 핵심이다. 수니파 맹주인 사우디가 핵 개발을 적극 추진해온 시아파의 맹주인 이란을 궁지에 밀어 넣고, 시리아의 뱌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을 적극 지원해온 러시아의 재정난을 악화시키겠다는 의도를 가졌다는 것이다. 미국과 사우디가 힘을 합치면 에너지 수출로 경제를 유지하는 러시아와 이란을 물리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을 수 있다. 지난해 11월 미국이 양적완화를 종료한 것도 러시아의 루블화 가치 하락에 치명타였다. 미국이 양적완화를 종료하면 양적완화로 통화량이 늘어나서 떨어졌던 달러화의 가치가 올라간다. 루블화 가치는 바닥을 치게 됐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의 금융 제재 또한 러시아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달러 제국주의를 벗어나 국제금융체제의 새 판을 짜는 일은 마냥 불가능한 것일까. 프라사드 교수는 “위기가 일어날 때마다 달러가 강해지는 이유는 우리가 갖고 있는 ‘달러라는 선택지’가 최선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더 나은 답안은 정말 존재할 수 없는 걸까.

김효진 기자 bridgejin100@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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