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정보 잃어버릴 '디지털 암흑기' 몰려온다" 경고

김효진 기자
입력일 2015-02-16 15:36 수정일 2015-02-16 18:22 발행일 2015-02-17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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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암흑기(Digital Dark Age)’가 몰려오고 있다”

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ICANN) 의장이자 세계 최대 인터넷 검색 서비스 기업 구글 부사장인 빈튼 서프는 디지털 기술로 인해 인류가 ‘잃어버린 100년’의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서프는 초기 인터넷 체계를 구축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인터넷의 아버지’ 중 한 명으로 불린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미래 세대 소프트웨어의 최신버전이 이전 세대 데이터를 읽지 못해 지난 100년간 디지털 미디어 형태로 저장돼 온 데이터들이 사라질 것이라는 게 요지다.

영국 가디언 등 주요 외신은 서프가 “현재 컴퓨터에 저장한 문서와 이미지 등의 문서형식은 향후 소프트웨어 최신버전에서 호환이 불가능해 이른바 ‘비트 랏(Bit Rot)’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최근 보도했다.

비트 랏은 소프트웨어의 저장장치나 소프트웨어 자체가 시간이 지나고 기술이 진보함에 따라 녹슬어 지식과 정보의 저장소인 비트(Bit)에 저장된 자료들을 사용할 수 없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로 인해 “디지털 양피지(Digital Vellum)를 중심으로 호환성을 확보해 자료를 보존할 수 있는 대안을 갖는 것이 시급하다”는 것이 서프의 주장이다.

디지털 양피지는 모든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디지털 형태로 디지털 서버에 보존하는 기술이다.

서프는 디지털 양피지의 구체적인 방안으로 “콘텐츠, 콘텐츠 응용프로그램, 운영체제(OS) 구조 등을 한 번에 찍어 저장할 수 있는 스냅 샷(Snap Shot) 데이터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엑스레이처럼 한 번에 찍어 인식 가능한 스냅 샷 데이터의 핵심은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비트를 옮기는 것이다. 이동된 정보를 정확히 해석하기 위해 스냅 샷 데이터의 ‘표준’을 구축하는 것이 남은 해결과제다.

실제로 미국 카네기멜론대 연구팀은 지난 2006년부터 디지털 양피지 기술 개발을 해오고 있다. 연구팀은 ‘올리브’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게임, 사진, 스프레드 시트 등이 미래의 컴퓨터에서 다시 복제 및 재생산되는 디지털 스냅 샷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연구팀의 마하데브 새티아나라야난 박사는 “서로 다른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하더라도 디지털 스냅 샷만 찍으면 기존 소프트웨어를 새 소프트웨어가 도식화해 업로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프는 최근 미국과학진흥협회(AAAS) 연례회의에서 도리스 컨스 굿윈의 ‘권력의 조건(Team of Rivals)’을 예로 들어 디지털 암흑기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굿윈은 에이브러햄 링컨 제16대 미국 대통령이 과거 주요 정계 인사들과 주고 받은 편지, 세세한 일기와 회고록 등을 토대로 링컨의 리더십을 분석했다. 그는 “만약 22세기에 굿윈 같은 작가가 나타나 100년 전 일에 대해 기록하고자 하지만 이를 증명할 만한 모든 자료들이 날아가버리거나 소멸될 경우 결국 우리는 100년을 잃어버리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브릿지경제 = 김효진 기자 bridgejin100@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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