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시멘트 공룡' 누가 삼킬까

황현주 기자
입력일 2014-11-24 17:41 수정일 2014-11-24 19:17 발행일 2014-11-25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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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양회·동양시멘트, 업계 1·2위 동시 매물로
국내 시멘트 업계 1·2위를 다투던 쌍용양회와 동양레미콘이 동시에 시장에 매물로 등장해 레미콘 업체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막대한 부채비율, 대주주의 경영권 포기 등 해결할 문제들이 산적하다. 따라서 인수하더라도 막대한 부채비율 등 때문에 ‘승자의 저주’로 남을 것이라는 우려스러운 반응이 상당하다.

24일 시멘트업계에 따르면 쌍용양회 인수에 관심을 표하고 있는 곳은 유진기업과 아주산업이다. 두 회사 모두 ‘건자재 수직계열화’ 개선 차원에서 필요하기 때문이다. 유진과 아주는 각각 유진기업, 아주아스콘 등 레미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지만 시멘트를 생산·판매하는 전문 계열사는 없는 상황이다. 레미콘을 제조하려면 원재료인 시멘트가 필요하다. 업계에 따르면 레미콘 제조원가에서 시멘트 매입비용은 60%로, 레미콘 1㎥를 생산하는데 약 0.3t 정도의 시멘트가 사용된다.

유진의 경우 연간 200만t 이상의 시멘트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진은 지난 2012년 유통계열사 하이마트를 롯데그룹에 6500억원 가량에 매각했다. 그러나 지난 2008년 모그룹 유진기업이 차입매수거래(LBO) 방식으로 하이마트를 1조9500억원에 인수했지만 당시 유진기업은 현금 보유량이 많지 않아 하이마트 전체 인수금액의 70% 이상을 차입에 의존해야만 했다. 차입금은 한 때 8000억원에 육박했다. 게다가 국내 건설업계가 불황의 늪에 빠지면서 시멘트·레미콘업 역시 덩달아 불황을 겪어야만 했다. 재무구조가 악화되면서 유진은 한때 기업 존폐까지 거론됐다. 그러나 계열사 로젠택배, 하이마트 지분 처분 등 자산 매각을 실행하면서 2년 만에 농협과 맺은 재무구조개선 약정에 탈피했다. 이후 유진은 하이마트와 광양 시멘트 사업장을 매각하면서 부채를 줄였고 그 결과 지난 2011년 219%였던 부채규모가 지난해 말 111%까지 낮아졌다. 더불어 오로지 레미콘 사업에만 집중한 결과 유진기업은 6년 연속 수도권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내년까지 수도권 시장점유율을 최대 20%까지 상승시키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이를 통해 유진은 현재 레미콘 업계 부동의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삼표를 위협하고 있다. 아주는 금융계열사 아주캐피탈 매각을 통해 주력인 레미콘 사업을 대체할 신성장동력을 새롭게 구축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주는 레미콘 계열사 아주아스콘을 보유하고 있으며, 부채비율은 84% 가량으로 안정적인 편이다. 현재 아주아스콘은 수원 병점, 광명시 등 전국 9곳에 공장이 있으며 쌍용양회 인수를 위한 태스크포스 등도 곧 구축할 예정이다.

동양시멘트 역시 레미콘 업체들의 구미를 끌어당기고 있다. 그러나 업계 1위인 쌍용양회가 우선 매물로 선정됨에 따라 매각 작업이 활발히 이루지고 있지는 않다. 동양시멘트는 지난해 공중분해된 동양그룹의 시멘트 계열사로, 지난 10월 법정관리를 신청한 후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관련 업계 일각에서는 동양시멘트 매각이 쉽사리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강하다. 법원이 동양시멘트와 ㈜동양을 패키지로 묶어서 매각하겠다고 공표했기 때문이다. 통매각이 진행된다면 매각금액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불필요한 계열사까지 공통 책임져야 하는 등 리스크가 존재한다. 아주산업은 동양시멘트 매각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또한 쌍용양회와 동양시멘트는 재무개선을 우선 이행해야 한다. 현재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예상하고 있는 쌍용양회 매각가는 5000~6000억원 사이다. 매각가도 문제지만 인수된 후 도사리고 있는 각종 리스크 등도 해결해야 하는 등 자칫 ‘승자의 저주’로 치닫는 것은 아닌지 업계가 우려를 표하고 있다. 더욱이 대주주인 일본 태평양시멘트가 경영권을 포기한다는 의사를 채권단에 전달해야 한다. 태평양시멘트는 쌍용양회의 지분 32.36%를 보유하고 있지만 우선매수권(ROFR) 혹은 매수권(ROFO)은 갖고 있지 않다. 그러나 채권단은 지난 2005년 쌍용양회 출자전환을 추진하면서 태평양시멘트가 요청하면 우선매수권을 주기로 결의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산업은행은 매각전략 수립단계에 있다는 점을 거론하며 본격적으로 협의에 들어갈 것임을 언급했다. 유진과 아주 관계자들은 예비입찰 조차 진행되고 있지 않은 점을 거론하며 조건 등은 시간을 가지고 면밀히 조사해봐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유진기업 관계자는 “쌍용정보통신 등 계열사 부채비율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매출이 나오지 않는다거나 하는 큰 리스크는 없는 편이다”며 “쌍용양회 자체 재무구조 등은 차근차근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주산업 관계자는 “아주아스콘과의 시너지 효과를 얼마나 낼 수 있는지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예비입찰이 시행되지 않은 시점에서 인수와 관련한 자세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시기상조지만 쌍용양회 인수 의지는 분명하다”고 밝혔다.

한편 중견 시멘트 기업 아세아시멘트와 삼탄 역시 쌍용양회 인수를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업계는 아세아시멘트가 쌍용양회를 인수한다면 다윗이 골리앗을 삼키는 격이라면서도 가능한 시나리오로 보고 큰 관심을 표하고 있다.

황현주 기자 foem8210@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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