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선 자르고 한쪽선 뽑고… 재계 50위 일진의 '두 얼굴'

황현주 기자
입력일 2014-11-13 14:00 수정일 2014-11-13 19:24 발행일 2014-11-14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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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진전기 '근로자 해고' 논란
일진전기
지난 10일 금속노련 일진전기 노동조합원 60여명은 서울 마포구 도화동 소재의 일지그룹 본사 앞에서 “명분없는 구조조정을 그만두라”며 쟁의투쟁을 펼쳤다.(사진제공=일진전기 노조)

재계 순위 50위인 일진그룹 계열사 일진전기가 경기 안산시 반월공장에서 근무 중인 통신사업부 근로자들을 사실상 해고했다. 손실이 지속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회사 측은 그와는 별도로 일진전기를 포함한 6개 계열사를 통해 신입사원 공채를 진행하고 있어 근로자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일진전기는 한국전력, KT,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 등에 광케이블을 납품 중인 중견기업이다. 지난해 매출액 8777억원,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201억원, 49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신한금융투자도 보고서를 통해 이 기업에 대해 “수익성 높은 해외수주 증가, 국내 투자 회복으로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4%, 15% 증가한 9149억원, 468억원(영업이익률 5.2%)으로 예상되며 향후 인천공장 매각(700억원), 홍성산업단지 분양(300억원)에 따른 차입금 상환도 기대된다”고 밝히고 있다. 때문에 ‘경영 악화’라는 해고 명분이 쉽게 납득되지 않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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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진전기가 노조에 보낸 통신사업부 정리 공고문(사진제공=일진전기 노조)
 

방운제 일진전기 노동조합위원장은 13일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회사가 적자로 어려움을 호소했을 때 근로자들이 자진해 임금을 동결했다”며 “희망퇴직 대상자 모두 평균 16년 이상 근속 직원들”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사측은 지난달 2일 노조에 통신사업부 비상경영에 대해 협의하자는 공문을 보냈다. 그러나 사측은 지난달 16일 통신사업부를 정리하겠다고 일방 통보했다. 이에 노조는 사측에 150만원 가량의 기본급만 받고 별도 임금 보조 없이 3교대로 전환하는 자구안을 제시했다. 주간 3교대 운영시 인건비가 대폭 절감돼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사측은 지난달 24일 희망퇴직 신청 직원에 한해서만 위로금조로 3개월치 월급을 지급하겠다는, 일종의 ‘최후통첩’을 했다. 사측은 결국 지난달 31일 관리사원 10여명, 조합원 43명에게 희망퇴직을 통보했다.대부분 광케이블 생산을 맡았던 근로자들이다. 이에 일진전기 반월공장 노조원 60여명은 지난 10일 서울 마포구 도화동 일진그룹 본사 앞에서 정리해고 철회 촉구 집회를 개최했다.

일진전기의 근로자 해고는 일진그룹의 충남 홍성 이전과 관련이 깊다. 일진그룹은 지난 2009년 충남도와 1조6000억원 규모의 투자유치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2015년까지 홍성군 갈산면 일대 116만2000㎡ 부지에 모두 1조5950억원을 투자해 초고압 대용량 케이블 생산업체인 일진전기와 일진경금속, 일진소재 등의 생산공장을 건립할 예정이다. 방 위원장은 “사측은 적자로 인한 정리해고는 불법이 아니며 홍성공장 이전이 원할히 진행되려면 통신사업부가 없어져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일진그룹은 홍성 이전을 위해 현재 반월, 화성 공장 매각도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이미 인천공장을 홍성으로 옮겼고 반월과 화성공장 등을 매각하면 매각금액이 들어오는데도 16년간 동고동락한 직원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는 게 근로자들의 주장이다.

근로자들을 더욱 분노케 하는 것은 회사가 이 시점에 신입사원을 공개채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진그룹은 일진전기, 일진디스플레이, 일진제강, 일진유니스코, 일진복합소재, 일진C&S 등 6개 계열사들에서 총 70여명 규모의 신입사원 공채를 진행중이다 일진그룹 관계자는 “회사가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등 경영 악화에 따른 불가피한 결정으로 피해 직원이 없도록 8차례나 협상을 진행해왔다”며 “공채와 해고는 별개 문제이고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노조 관계자는 “노조와의 협의가 진행 중인 시점에 직원을 해고하는 것은 일방적 행태”라며 “노동법에도 엄연히 불법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진전기는 일진그룹 허진규 회장의 장남 허진석 사장이 대표로 있으며 일진홀딩스가 54%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일진홀딩스 역시 허진석 대표가 지분 29.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황현주 기자 foem8210@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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