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텔레그램 ‘사이버망명’…미풍일까 태풍일까

조은애 기자
입력일 2014-10-06 14:38 수정일 2014-10-06 21:18 발행일 2014-10-07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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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판 SNS '텔레그램' 확산 어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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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판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의 홈페이지 화면 캡쳐. 중간에 ‘우리의 사생활 보호 권리를 되찾는다(taking back our right to privacy)’로 적혀있다.

‘국민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불리는 카카오톡에 대한 정부기관의 검열 등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퍼지면서 텔레그램 등 해외 메신저로 이전하는 ‘사이버 망명’이 이어지고 있지만 장기화 되진 않을 전망이다.

텔레그램은 작년 8월 출시된 독일판 사회적관계망서비스(SNS)로 ‘보안이 철저하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국내 이용자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텔레그램측은 스스로를 ‘비영리 프로젝트 집단’이라 덧붙이며 영리 목적으로 텔레그램을 이용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 언급한바 있다.

6일 현재 앱스토어에서 텔레그램 다운로드 수는 약 30만 건을 넘어섰고 카카오톡을 제치고 모바일 메신저 앱 다운로드 1위에 올랐다.

그러나 IT업계에서는 “추이를 살피자”며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한 보안전문가는 “텔레그램의 갑작스런 부상에 대해 특별히 언급할 입장은 아니다”며 말을 아꼈다.

실제 이용자들도 텔레그램을 지속해서 사용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입장이다. 가장 큰 이유로는 주변 지인들이 많이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목했다. 메신저 앱은 그 특성상 여러 사람들과의 소통이 중요한데 사용자의 주변에서 쓰지 않는다면 지속적으로 오래가긴 어렵다. 텔레그램은 이모티콘이나 스티커도 카카오톡보다 상대적으로 적다.

또 카카오 선물하기, 카카오 게임 등 카카오톡과 연계된 서비스가 많아 텔레그램이 쉽게 국내에서 넓은 세대까지 아우르지는 못할 것이라고 업계는 바라본다. 현재 텔레그램 사용은 젊은 층 특히 2030세대의 일부를 중심으로만 퍼져있다.

이용자들 중 ‘검열 공포’ 때문이 아니라 단지 텔레그램의 서비스가 편해서 쓰는 사람도 있다. 한 사용자는 “200메가바이트(MB) 정도 동영상 가볍게 보내는 기능이 편해서 사용한다”고 말했다.

텔레그램 개발자인 파벨 두로프는 러시아 태생의 개발자로 지난 4월 러시아 정부로부터 우크라이나 시위대 인적사항을 넘기라는 공문을 받자 이를 거부해 독일로 망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텔레그램은 자사 앱 오픈소스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까지 공개해 국내 개발자들은 이미 한국어 버전 텔레그램을 만들어 놓은 상태다. 갑작스런 국내 이용자수 급증에 텔레그램은 조속한 시일내에 정식 한글판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카카오톡측은 사용자 3000명의 검열 및 사찰과 관련된 보도에 대해 “실시간 검열을 요청받은 적도 없으며 영장 요청이 있어도 기술상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또 “사용자 정보 보호를 위해 이달 안으로 대화내용 저장기간을 기존 5~7일에서 2~3일로 대폭 줄이겠다”고 말했다. 텔레그램의 갑작스런 사용자 점유율 확대에 따른 카카오톡의 대응책이라고 볼 수 있다.

조은애 기자 sincerely.cho@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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