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이 절망으로…개성공단기업인 "개성공단 영구 폐쇄 막아야"

유승호 기자
입력일 2020-06-17 15:56 수정일 2020-06-17 16:04 발행일 2020-06-1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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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기업 비대위, 17일 긴급 기자회견
악화된 남북관계, 개성공단 재개 '먹구름'…정부에 사태해결 촉구
일부에선 개성공단 철거 우려도
개성공단기업협회 기자회견<YONHAP NO-3619>
정기섭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개성공단기업협회에서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관련 입장을 밝히기 전 생각에 잠겨있다. (사진=연합)

남북연락사무소가 폭파되는 순간, 개성공단기업인의 개성공단 재개 희망은 절망이 됐다. 개성공단기업인들은 공단 영구 폐쇄를 막기 위해 남북이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대해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했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지상 4층, 지하 1층짜리 연면적 4500㎡ 규모로 개성공단 내에 위치했다. 2018년 9월 판문점 선언으로 만들어지면서 개성공단과 함께 한반도 평화의 상징으로 꼽혀왔다.

이날 비대위는 우리 정부와 북측, 미국에 사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재차 강조했다. 우선 비대위는 북측에 공단 재개를 영구히 막는 더 이상의 조치를 자제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이어 우리 정부에는 남북 정상간 공동선언의 이행과 더불어 개성공단 재개에 대한 의지를 보일 것을 요청했다. 아울러 미국에는 사태해결을 위해 남북의 합의를 존중하고 지원할 것을 요구했다. 한미워킹그룹을 통해 남북협력에 대해 제동을 건 결과가 이 같은 사태를 일으켰다는 주장이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개성공단은 우리 입주기업인의 희망일 뿐만 아니라 우리 민족의 평화와 협력을 상징하는 곳”이라며 “더 이상의 사태 악화를 막기 위해 남·북 양정부는 정상회담 등 대화를 통한 사태해결을 위해 노력해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남북연락사무소 폭파에 개성공단 기업인들은 침통한 상황이다. 코로나19 사태로 가뜩이나 경영상황이 좋지 않은데 개성공단 재가동 희망까지 희미해지면서 망연자실한 상황이 됐다는 게 개성공단기업인들의 공통 의견이다.

개성공단 1호 기업으로 입주한 유창근 JS테크 대표는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개성공단이 재개될 것이란 희망으로 버텼는데 이런 사태까지 오니 참담하고 재개 희망이 날아가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며 말끝을 흐렸다.

개성공단 입주시절 130억원의 매출을 올리던 한 완구제조업체는 개성공단 폐쇄 이후 최근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매출이 거의 바닥까지 내려앉았다. 일본 야구장으로 완구를 수출하는데 코로나19로 수출길이 막힌 데에다가 설상가상 정부 대출까지 막혀 기업 운영이 막막한 상황이다.

박남서 컴베이스 대표는 “정상적인 기업도 지금 코로나19로 어려운데 개성공단기업은 부채 대비 매출이 적다는 이유로 대출을 안 해주고 지원도 안 해준다”며 “우리가 누구 때문에 이런 일을 겪게 됐는데, 너무 무책임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개성공단 기업인들 사이에서는 북한이 다음 타킷으로 개성공단을 철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개성공단기업인은 “남북연락사무소 폭파와 관련해 저렇게 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정부에 얘기했는데 바로 저렇게 돼서 억장이 무너진다”며 “북한이 다음은 개성공단을 철거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유승호 기자 peter@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