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코로나19 때문에”…저축은행 문 두드리는 서민·기업들

이정윤 기자
입력일 2020-06-15 16:20 수정일 2020-06-15 17:09 발행일 2020-06-1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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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 없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불황과 이로 인한 초저금리에 저축은행의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급전이 필요한 기업과 개인은 금리가 높지만 진입장벽이 낮은 덕에, 제로(0)금리에 투자처를 찾지 못한 이들은 높은 이자를 받기 위해 제2금융권에 손을 뻗고 있다.

15일 한국은행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4월말 기준 수신 잔액은 68조1534억원으로, 3월 66조7518억원보다 1조4016억원 늘었다. 올해 1월 65조원이었던 수신 잔액은 2월 66조3000억원에서 꾸준히 늘고 있다.

대출도 껑충 뛰었다. 지난 4월말 여신 잔액은 68조2792억원으로, 전월(67조658억원)보다 1조2134억원 증가했다. 1월 65조원, 2월 66조원에서 우상향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19가 크게 확산되기 전인 지난 1월과 비교하면 4월 수신은 2조3000억원, 여신은 2조7000억원 가량 늘었다.

특히, 대출은 가계와 기업에서 모두 증가했다. 지난해 12월 저축은행의 전체 여신 가운데 가계 대출은 26조원, 기업 대출은 39조원이었다. 그러나 올 3월 가계는 26조9000억원, 기업은 40조2000억원으로 각각 1조원 안팎의 증가폭을 보였다.

최근 저축은행이 문전성시를 이루는 데는 크게 두 가지 요인이 있다. 우선 코로나19 영향으로 1금융권인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어렵거나, 대출액이 필요자금에 미치지 못해 추가 자금을 받으려는 이들이 급증하면서 대출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은 4월 한 달에 신규대출을 4000억원 유치하기도 했다.

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0.5%로 내리면서 시중은행 금리도 0%대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저축은행들의 평균 예금 금리는 연 1.87%로 역대 최저 수준이지만, 여전히 은행보다는 높다는 점이 금리 노마드(Nomad·유목민)에게는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저축은행에 자금을 많이 맡기면서 대출이 늘어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예수금 대비 대출금 비율인 예대율을 맞추기 위해 개인신용대출을 많이 늘렸어야 했다는 것이다.

신한·국민·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의 예금 잔액은 1월 647조3449억원에서 지난달 말 643조7699억원으로 3조5750억원 감소했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아직 5월 자료가 나오진 않았지만, 추세로 보면 여·수신 증가세는 이어질 거라고 본다”면서 “지난달 한은이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 여파로 시중은행들이 예·적금 금리를 줄줄이 내리는 상황에서 저축은행으로 눈길을 돌리는 고객들이 많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정윤 기자 jyoo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