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토기와 무겁고 시공 어렵지만 50년은 '거뜬'

미색 나무기둥과 한옥만의 멋들어진 창호, 지붕에 얹혀진 기와.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시키는 한옥에는 어떤 자재들이 사용될까? 한옥을 지을 때 설계와 시공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자재 선택이다. 어떤 목재나 기와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외관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비용에서도 1000만~2000만원이 넘는 차이가 날 수 있다. 한옥을 짓기로 마음 먹었다면 시공사와 상의해 건축주가 결정할 수 있는 부분으로 꼼꼼히 알아둬야 할 부분이다.자재를 살펴보자니 종류도 다양하고 이름도 복잡해서 선뜻 알아볼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이에 따라 브릿지경제는 한옥을 전문 시공하는 박원순 ‘도담한옥’ 대표에게 자재들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이번 달 공사가 마무리된 따끈한 종로구 계동의 한옥에 실제로 들어간 자재들도 표시해서, 이렇게 선택했을 때의 실공사비도 공개했다. 박원순 도담한옥 대표는 전통과 현대를 조화시켜 나가는 젊은 CEO다. 전통한옥기법을 갈고 닦아온 도편수들과 함께 현대인의 삶에 맞춘 한옥을 짓고 있다. 경복궁역 4번 출구 앞 카페 '봄마다 푸름'도 도담한옥의 작품이다.종로구 계동 한옥의 전면 모습 (도담한옥 제공)◇ 목재… 전통미는 육송·강도는 더글러스퍼 최고한옥의 외관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목재 선택은 매우 중요하다. 한옥에 사용되는 목재는 전통의 육송을 비롯해 집성재, 더글러스목 등이 있다.한옥에서 사용하는 나무 목재를 세는 단위는 1재(3*3*360cm)다. 50㎡(15평) 한옥을 짓는데 대략 8000재의 나무가 필요하다.2~3년 이상 육송은 1재당 대략 2800원. 이에 비해 수입목인 더글라스퍼는 2000원으로 저렴하다. 집성재는 자재값은 육송보다 비싸지만 보통 목수들이 대패로 밀지 않고 기계로 치목해 인건비 측면에서는 가격이 줄어들 수 있다.육송은 피톤치드가 나와 건강에 좋기도 하고 외관상 색깔이 미색으로 가장 전통미를 뽐낼 수 있는 목재로, 종로구 계동 한옥을 지을 때 사용했다.강도는 더글라스 퍼가 가장 좋지만 갈라질 때 일자로 크게 쩍쩍 갈라질 수가 있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또, 외관에 있어 붉은 기가 도는 더글라스는 육송보다 덜 쓰는 편이다.집성재는 목재의 변형을 해결하려고 제시된 재료인데, 박 대표는 아직 한번도 사용한 적이 없다고 한다. 집성재는 나무인지 플라스틱인지 헷갈릴 만큼 너무 반듯해서 한옥의 아름다움을 해칠 수 있다. 만들어질 때 화학처리가 되어 곰팡이나 개미의 피해가 적은 것이 장점.종로구 계동 한옥의 내부 모습 (도담한옥 제공)◇ 단열재…지름 21cm 나무기둥엔 두께 12cm가 적당 단열재의 두께는 건축주의 선택이다. 7치(지름21cm)의 나무기둥의 경우, 12cm 두께의 단열재를 선택해야 나무기둥이 내부와 외부에 노출이 돼 예쁘게 마감이 된다.채세움숯단열은 친환경적이라는 점이 장점이지만 가격은 다른 단열재들보다 훨씬 비싸다. 가장 많이 쓰이는 12cm 단열재를 기준으로 하면, 채세움숯단열은 1㎡당 10만원, 경질우레탄은 2만~3만원, 스티로폼은 1만~2만원이다.설치비는 따로 계산해야 한다. 설치비는 건물 당 계산되는데, 채세움숯단열은 이미 조립돼 나와 건물 당 설치비가 50만원이 든다. 하지만 경질우레탄이나 스티로폼은 기사 3명이 3일 동안 와서 설치하는데 200만원정도 든다. 북촌 계동 한옥에는 스티로폼을 썼다. 비용에 있어 경쟁력 있고, 단열에서도 다른 자재들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 건축 경질우레탄은 이수단열과 같은 단열재 전문 업체에 주문을 맡겨야 하는데 비해 스티로폼은 어느 자재소에서든 쉽게 구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기와…색깔 '예뻐지는' 동판기와 반영구적홑처마 또는 겹처마에 따라, 혹은 집의 구조가 ㄷ자인지 ㄱ자인지에 따라 쓰이는 기왓장 수는 다르다. 하지만 대략 3.3㎡당 플라스틱 기와는 100만원, 토기와는 130만원, 동판기와는 150만~160만원가량 든다.골목골목으로 들어가는 현장에서는 가벼운 플라스틱 기와와 동판기와가 토기와보다 강점을 나타낸다. 토기와는 플라스틱 기와와 자재값만 두고 보면 비슷한데, 무거워서 옮기는데 인건비와 시간이 많이 소요돼 위와 같은 가격 차이가 생긴다. 내구성에 있어서는 동판기와가 단연 최고다. 시간이 지나면서 토기와와 비슷한 색깔로 차차 변하고 반영구적이다. 암키와와 수키와가 따로 나오고, 시간이 지나면 차차 색이 변하는 동판 기와만의 미적인 강점때문에 사찰에서 많이 쓰인다.플라스틱 기와는 용마루, 내림마루 등이 일체형으로 나와 설치해 전통미가 떨어지고, 뜨거운 열에 뒤틀릴 가능성을 염두해야 한다. 토기와는 추위에 동파될 수 있는데 잘 시공만 해 놓으면 50년은 간다고 본다.한편,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을 받는 계동 한옥은 토기와를 썼다. 이처럼 지자체에서는 반드시 토기와만을 사용하도록 명시해서 건축주의 선택의 폭이 좁을 수 있다. 또, 50㎡(15평) 한옥에도 토기와를 올리기 위해서는 20톤~25톤의 흙이 들어가기 때문에 경량목구조의 한옥에는 토기와가 적절하지 않다.◇ 창호…내·외부 한식창 아름답지만 추위에 약해한옥에서 창호는 규격화되지 않은 자재로 집에 맞춰 생산된다. 집이 지어지는 크기에 따라 주문제작하고, 한옥외관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비용이 만만찮다.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신축, 보수하는 한옥이라면 한식 창호모양이 꼭 들어가야 한다.긴 창호는 내·외부한식창일 때 한 짝당 25만원, 한식창에 내부새시는 10만~25만원, 한옥시스템창호는 50만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짧은 창호는 각각 17만원, 7만~15만원, 30만원이다. 한식창에 내부새시를 복합할 경우에는 내부새시를 무엇으로 선택하느냐에 따라 가격이 크게 달라진다.계동 한옥에는 한식으로만 구성된 창호를 썼다. 가장 추위에 약하지만 수목장이 직접 하나하나 짜기 때문에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자랑 한다. 한옥을 짓는 건축주들은 미적인 부분을 중요시 여겨 내·외부한식창을 많이 선택하는 것으로 보인다.한편 이건창호가 개발한 한식시스템 창호는 단열, 변형 문제 등에 있어 가장 좋지만 가격은 편하지 않다. 시스템창호를 선택하면 72.6㎡(20평)의 창호에만 3000만~5000만원이 들어갈 수 있다. 틀까지 세트로 나오는 시스템창호는 실리콘으로 고정시킨 부분이 눈에 거슬릴 수 있다.* 종로구 계동 한옥은?대지면적 60㎡(18평)에 전용면적 36㎡(11평)에 지어진 도시형 한옥. 시공기간은 8개월이 걸렸다. 꼼꼼한 건축주의 요구에 맞춰 미관과 단열에 초점을 뒀다. 목재는 육송, 창호는 내·외부한식창, 기와는 토기와로 살린 전통미가 포인트. 목재를 정교하게 맞추는 숙련된 전문가들과 작업해 틈새 사이로 바람이 들어오지 않도록 신경 썼다. 이와 같은 자재를 사용하면 실공사비는 1000만원이지만, 계동 한옥의 경우 차량진입이 어려워 실공사비만 1200만원 들어갔다.* 박원순 도담한옥 대표는?전통과 현대를 조화시켜 나가는 젊은 CEO. 전통한옥기법을 갈고 닦아온 도편수들과 함께 현대인의 삶에 맞춘 한옥을 짓고 있다. 경복궁역 4번 출구 앞 카페, ‘봄마다 푸름’도 도담한옥의 작품이다. ‘봄마다 푸름’은 종로구청장에게 표창을 받았을 정도로 한옥만의 아름다움을 잘 드러냈다. 종로구에 도시형 한옥뿐 아니라 경주, 영덕에도 전원형 한옥을 지으며 전국을 누비고 있다.남지현 기자 dioguinness@viva100.com

2014-11-26 14:05 남지현 기자

한국형 마당과 마루 '경희궁 자이'서 만난다

GS건설은 이달 말께 분양한 서울 서대문구 ‘경희궁 자’에 ‘마당’과 ‘마루’를 도입한 한국형 설계를 적용키로 했다.(사진제공=GS건설)이달 하순 분양될 서대문구 ‘경희궁 자이’ 아파트에 한국의 전통미를 살린 특화 설계가 적용된다.GS건설은 경희궁 자이 아파트 출입구에 한국형 ‘마당’과 ‘마루’를 도입한 한국형 설계를 선보인다고 12일 밝혔다.마당과 마루는 전통 한옥구조에서 안채로 들어가기 위한 사이 공간으로 외부와 실내공간을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완충 역할을 한다.경희궁 자이에서는 이 공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사람과 사람, 사람과 환경이 소통하는 공간으로 구현했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마당형 출입구는 1층 주동 현관 앞에 낮은 담으로 둘러싸인 작은 외부 공간을 만들어 나무 그늘에서 쉬면서 소통할 수 있는 단독주택의 마당 느낌을 살렸다. 또 마루형 출입구는 필로티 공간에 대청 마루와 같은 공간을 마련, 외부 조경을 감상하면서 이웃 주민들이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마련했다.GS건설은 한국형 동출입구 특화 설계 디자인을 저작권 등록하고, 이번 경희궁자이를 시작으로 회사가 분양하는 대규모 랜드마크 단지에 선별 적용할 예정이다.경희궁자이는 GS건설이 종로구 교남동 돈의문 1구역을 개발해 짓는 대규모 단지로 전용면적 33∼138㎡ 규모의 아파트 2천415가구와 계약면적 69∼107㎡ 규모의 오피스텔 118실로 건설된다. GS건설은 이 중 1블럭 임대(496가구)와 오피스텔을 제외한 2∼4블럭 1085가구를 일반에 분양한다.권성중 기자 goodmatter@viva100.com

2014-11-12 13:06 권성중 기자

유선시장 앞날은 프리미엄스포츠 콘텐츠에 달렸다

국내 유선통신시장이 프리미엄 스포츠 콘텐츠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KT경제경영연구소는 8일 ‘영국 BT, 스포츠채널의 무료화를 통한 경쟁전략’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이같이 주장했다.보고서에 따르면 영국 1위 유선통신사업자 브리티시텔레콤(BT)은 지난해 8월 프리미엄 스포츠 중계채널 ‘BT 스포츠’를 만들어 700만 브로드밴드 가입자에게 무료로 제공했다. 프리미어리그 생중계, 챔피언 리그 및 유럽리그 독점 방영권을 거액에 사들여 방송했다. 이와 함께 럭비, 카레이싱 등 전세계 각종 토너먼트를 중계해 경쟁사 가입자 유치에 총력을 기울인 결과 BT의 지난해 3분기 브로드밴드 가입자 순증 규모는 2007년 이후 처음으로 경쟁사인 Sky를 추월했다. 프리미엄 서비스 가입자는 증가한 반면 해지율은 감소했고 BT의 올 1~3월 컨슈머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 증가했다.보고서에 따르면 프랑스, 독일, 포르투갈 등 유럽 다른 국가에서도 동일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이통사 ATT가 위성방송 전문업체 디렉TV를 한화로 약 49조7000억원을 들여 인수한 것도 디렉TV가 보유한 미국 풋볼(NFL) 경기 중계권 때문이다.최근 초고화질(UHD)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프리미엄 스포츠 콘텐츠 제공이 유료방송사업자 주도권의 향배를 가를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국내 방송업계가 그동안 DPS(초고속인터넷과 인터넷TV 묶음)나 TPS(초고속인터넷, 인터넷TV, 인터넷 전화의 합) 등 결합상품을 주축으로 성장했으나 가입자 포화 상태에 달해 새로운 경쟁력이 필요한 시기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콘텐츠 재전송 영역을 넘어 콘텐츠 생산에 참여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대형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와 지상파PP가 각각 자본력과 콘텐츠를 앞세워 국내 콘텐츠 대부분을 제공하는 상황에서 콘텐츠 단가 인상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보고서는 “BT도 콘텐츠 재전송 뿐만 아니라 추후 프로그램 제작영역으로 옮겨가 BT 스포츠 채널을 유명 캐스터로 직접 구성했다”고 밝혔다.조은애 기자 sincerely.cho@viva100.com

2014-11-08 10:38 조은애 기자

뼈대 튼튼한데 허물지 마세요…한옥 리모델링 사례

이순자씨는 부엌의 문을 없애 거실과 바로 통하는 열린 공간으로 변신시켰다.(사진=남지현 기자)서울 성북구에는 1930년대 이후 지어진 도시형 한옥이 곳곳에 숨어있다. 작년 전수조사에 따르면1618채의 한옥이 자리잡고 있어 1010채가 있는 북촌에 비해서도 상당한 한옥이 분포해 있는 셈이다. 양옥이나 아파트가 보급되지 않았던 시절, 집을 만들었다 하면 모두 한옥이었다. 한옥은 한국 주거공간의 원형이었다. 한옥전문 목수와 와공들이 지은 집들은 목구조가 튼튼하게 자리잡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뼈대를 살리면서 수리·보수할 수 있다면 새로 짓는 것보다 더 경제적이다. 성북구에서 만난 한옥들은 인테리어 업체를 통해서 혹은 자신의 손으로 고쳐져 새로워졌지만 단아하고 고유한 멋은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1940년대 집이 지어질 당시의 창틀을 그대로 보존한 모습.(사진=남지현 기자)“업체에 맡길 땐 돈이 좀 더 들더라도 하자보수를 해주는 곳에 맡겨야 맘이 편해요.”지난해 8월 성북구 성북동에 있는 한옥을 구입한 이순자씨는 인테리어 업체를 통해 리모델링을 했다가 큰 낭패를 보았다. 지인의 소개로 인테리어업자를 통해 내부 수리를 했지만 곳곳에 문제가 생겼다.안쪽에서 바라본 중간문의 옛 모습이다. 예전에는 파이프관이 지나가고 문이 달려있어 외관이 깔끔하지 않았다. (사진=이순자)ㄷ자 구조인 이순자씨 집.(사진=남지현 기자)가장 큰 문제는 천장에서 새는 비였다. ‘ㄷ’자 한옥에서 꺾이는 두 부분에 비가 뚝뚝 떨어졌던 것. 5일 동안 400만원을 주고 고용한 인부 두 명에게 기와 재보수를 요청했지만 이들을 데려왔던 인테리어업자는 묵묵부답이었다. 결국 그녀는 기와를 전문으로 다루는 업체를 인터넷에서 찾아 두 명에게 일당 130만원을 주고 다시 보수할 수 밖에 없었다.이씨는 하자보수이행을 계약서에 명시하거나 규모가 있는 업체에 맡겨야 공사 후 돈이 두 번 드는 일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옥은 부분적으로 보수할 때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보수비용을 포함하더라도 3.3㎡당 300만원 가량의 양옥 신축비보다 적은 예산에 자신만의 한옥을 꾸미는데 성공한 이씨에게도 아쉬운 점은 남았다. ‘욕심을 부리면 끝이 없다고 하지만 한번 고칠 때 확실히 했더라면 훨씬 마음이 편했을 거’라고.“관리가 어렵다는 업체의 말 때문에 포기한 다락방과 지하실, 창문 등 원래 있던 구조가 아쉬워져요. 자기가 뭘 살리고 뭘 바꿀지 확실히 생각하고 고쳐 산다면 나중에 손이 두번 가지 않을 겁니다.”백영춘씨는 1930년대에 지어진 한옥의 형태를 훼손하지 않고 마루에 장관을 까는 정도의 변화만 줬다.(사진=남지현 기자)백영춘씨의 집에는 창틀과 쪽마루에 오랜 한옥과 현재의 삶이 맞닿아 있다. 열린 문틈으로는 리모델링한 부엌의 내부가 보인다. (사진=남지현) “마루에 앉아 있으면 집이 제게 말을 겁니다. ‘여기 좀 고쳐달라’고.”성북구 동소문동의 아담한 한옥에 사는 백영춘씨는 1년전 이 집과 사랑에 빠졌다. 주변시세보다 싼 값에 전세를 얻어, 1930년대에 지어졌을 낡은 한옥을 고쳐 살기로 하면서 그의 삶에 새로운 활력소가 됐다.24㎡ 남짓한 ‘ㄱ’자 한옥은 백씨의 집이자 작업실이다. 오래된 창살이나 목구조 등 원래의 아름다움을 최대한 살리며  500만원도 안되는 비용으로 한 달여간 스스로 집을 고쳐나갔다. 물론 벽 공사와 하수도, 화장실과 부엌의 타일 등은 전문가의 손길을 거쳤다. 타일을 까는데 50만원, 단열재를 넣고 벽을 세워줄 목수를 3일 고용하는데 90만원, 페인트칠 하는데 30만원, 하수도 연결하는데 10만원(70만원 성북구청에서 지원) 등이 들었다. 나머지는 모두 그의 몫. 지금까지도 구석구석 고쳐나가고 있다. 어디 하나 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다. 마루에는 장판 40만원 어치를 사다 직접 깔았다. 친구와 함께 창고와 화장실 문짝, 부엌에 놓을 수납장을 만들면서 목공에 재능도 발견했다. 화장실 나무문짝만 해도 20만원에 사야 하지만 그는 단 1만5000원으로 을지로3가 목재소에서 나무를 사와 직접 만들어냈다.    ㄱ자 형태인 백영춘씨 집.(사진=남지현 기자)백영춘씨 한옥 구석구석에는 그의 손길이 닿아 있다. 지인에게 구해온 돌연못(왼쪽위), 쪽마루 아래에 만든 신발장(왼쪽 아래), 직접 만든 화장실 창틀(오른쪽 위) 등에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길고양이들은(오른쪽아래) 그의 집에 들르는 귀한 손님이다. (사진=남지현)백영춘씨는 서까래와 도리가 그대로 드러난 천장을 원했고 천장을 판자로 막지 않았다. 대신 나무와 흙 사이에 흙이 자꾸 흘러내리는 것을 막으려 여기저기 수소문했지만 방법을 아는 이가 없었다. 고민 끝에 발견한 만병통치약이 있으니, 바로 실리콘이다. 실리콘은 접착력도 강하고 여러 색깔이 나와 있어 천장뿐 아니라 틈새가 벌어진 어디라도 쓸 수 있다고. 매일 한옥을 보듬고 알아가는 그는 어느새 집과 함께 호흡하고 있었다. 조금 불편해도 이가 잘 맞지 않는 문, 오르락 내리락 해야 하는 부엌은 옛 이야기와 그의 손길이 더해져 그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 “해보면 별거 아닙니다. 천천히 하다 보니 나도 몰랐던 능력이 생기더라고요. 한옥에서 보낸 10개월은 내 인생의 최고의 시간이었습니다.”남지현 기자 dioguinness@viva100.com

2014-11-03 15:27 남지현 기자

동판기와·ㄷ자 구조…한옥의 멋 살릴수록 비용 상승

한옥에서 기와는 형태를 좌우할 뿐아니라 상당한 비용을 차지한다. 24일 북한산 은평 한옥마을에서 토기와를 사용한 한옥이 지어지고 있다. (사진=남지현 기자)“저희는 3.3㎡당 건축비를 1000만원으로 예상하고 있어요.”지난 1일 북한산 은평 한옥마을에서 만난 김은희(가명)씨는 228㎡의 필지를 분양받아 근린주택(주거시설과 상업시설이 섞인 형태)을 짓고 있다. 그녀는 같은 마을 내에 지어진 시범 한옥 ‘화경당’의 예를 들며 싸게 지으려면 얼마든지 싸게 지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은평 한옥마을 시범가옥은 평당 700만원 들어 화경당은 평당 700만원 정도면 지을 수 있는 시범가옥으로 저렴하게 지을 수 있다는 표준을 제시해주고 있다.북한산 은평 한옥마을에 지어지고 있는 이 한옥은 아래는 카페, 위에는 주택으로 이용될 예정이다. 팔작지붕에 황토벽 시공을 고수했다. 건축주의 예상 건축비는 3.3㎡당 1000만원이다. (사진=남지현 기자)한옥의 건축비는 3.3㎡당 1000만원에서 많게는 1500만원이 든다고 알려져 있다. 평당공사비가 350만~450만원인 양옥과 비교하며 한옥이 비싸다는 불평도 나올 법하다. 하지만 한옥은 짓기 나름. 한옥의 시공비는 입지와 재료, 형태별로 달라진다.먼저 한옥은 부지가 어디냐에 따라서 크게 차이가 난다. 차량진입과 재료를 적재할 공간이 충분한 곳이라면 20~30% 싸게 지을 수 있다. 적재장소가 충분하고 재료운반이 쉬우면 자재를 모두 받아두고 동시에 작업을 진행할 수 있어 작업 기간이 줄어들기 때문이다.박원순 도담한옥 대표는 “널찍한 시골에서는 4~5개월 걸릴 일이 서울에서는 평균 7개월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기존에는 토기와로 한정됐던 기와도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비용도 절감할 수 있게 됐다. 기와는 ‘건물 평당’ 가격으로 매겨진다. 전용면적 85㎡(24평)인 한옥을 지을 때, 평당 150만원인 동판기와를 선택하면 3600만원 가량이 필요하다.동판기와보다 저렴한 기와를 올리려면 평당 120만원 짜리인 토기와나 이와 값이 비슷한 강화플라스틱 기와를 사용하면 된다. 또 반값으로 살 수 있는 시멘트기와도 나왔다.가장 비싼 동판기와는 반영구적인 기와로 고급 한옥을 지을 때 많이 사용된다. 반면 시멘트기와는 가격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지만 수명이 최대 30년으로 짧고 암키와와 수키와가 붙어서 나오기 때문에 한옥의 멋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양정기 삶터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는 “토기와와 강화플라스틱 기와만 해도 질감의 차이가 크다”며 “기와는 지붕의 모양과 느낌을 결정하기에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24일 북한산 은평 한옥마을에서 지어지고 있는 ㄷ자의 지붕에 와공들이 기와를 얹고 있다.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한 ㄷ자형 한옥은 ㅡ자형 보다 30%정도 건축비가 비싸다. (사진=남지현 기자)한옥의 형태도 가격을 좌지우지하는데 그 이유는 전문인력이 귀한 한옥건축의 특징 때문이다. ‘ㅡ자’형보다 복잡한 ‘ㄱ자’형은 10%, ‘ㄷ자’형 구조는 30%정도 건축비가 비싸다. ‘ㅡ자’형에는 없는 회첨(처마가 만나는 부분)이 생기는데, 여기에 올라가는 기와나 골추녀 등을 만드는데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하다. 박원순 대표는 “양옥에 있어 건축비가 재료 50%대 인건비 50%이라면 한옥은 인건비가 70%를 차지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붕모양 따라 비용 달라… 팔작지붕맞배지붕 구조와 더불어 지붕의 모양도 전문가가 필요하다. 화려한 팔작지붕은 은은한 맞배지붕에 비해 10%정도 가격이 비싸다. 맞배지붕보다 목재나 기와가 더 들어가기도 하지만 부채꼴모양으로 목재가 이어지는 ‘선자서까래’를 아무나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한옥전문 목수들의 일당은 최소 15만원에서 30만원정도. ‘선자서까래’를 다룰 수 있는 최소 경력 10년 이상의 목수가 필요해 일당이 더 비싸다. 강석목 고진티앤시 대표는 “한옥을 짓고자 하는 사람들은 팔작지붕을 많이 선호하지만 다른 지붕보다 비용이 많이 들 수 있다”고 조언했다.남지현 기자 dioguinness@viva100.com

2014-10-25 11:16 남지현 기자

온돌은 보일러, 마루는 거실로 바뀌어도…목구조·자태 살아 있어야 한옥

‘한옥’(韓屋)이란 무엇인가. 한옥을 정의하는 가장 기본적인 정의는 2010년 2월에 제정된 건축법 시행령 제 2조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한옥’은 기둥 및 보가 목구조방식이고, 한식지붕틀로 된 구조로서 한식기와, 볏짚, 목재, 흙 등 자연재료로 마감된 우리나라 전통양식이 반영된 건축물 및 그 부속건축물을 말한다.국가한옥센터도 서울 안의 한옥을 전수조사하면서 ‘목구조방식’, ‘한식지붕’이라는 넓은 범위의 건축법 시행령을 기준으로 삼는다. ‘자연재료’, ‘전통양식’과 같이 다소 애매한 부분이 있지만 시대의 변화에 따라 변할 수 있는 한옥에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하지만 어떤 점을 지켜야 ‘한옥스러운’ 한옥을 완성할 수 있을까?‘한옥에 살어리랏다’, ‘한국건축사’ 등의 저자인 송인호 서울시립대 도시과학대학 교수는 한옥의 정체성과 아름다움을 네 가지 범주로 나눠 설명한다. 구조형식과 윤곽, 공간구성과 성격, 외관과 자연재료, 장인기술과 주인의 안목이다.송교수가 꼽는 한옥의 정체성은 한국의 한옥만이 가지고 있는 ‘구조적인 특성’과 ‘구조로부터 비롯된 윤곽의 아름다움’, ‘자연적인 재료를 잘 다스려서 만든 친환경적인 주택’이라는 점이다. 송 교수는 “한옥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구조형식과 윤곽, 외관과 자연재료만큼은 지켜져야 한다”고 말한다.생활의 변화에 따라 공간의 구성과 성격, 장인기술과 주인의 안목은 현실에 적응해야 하는 부분이다. 공간의 구성은 온돌은 보일러로, 마루는 거실로 바뀌어 갈 수 있다. 한옥을 전문적으로 짓는 장인이 부족한 현실에서 장인기술도 고집하기는 힘들다는 것.구조형식은 목구조인 전통적인 구법을 유지하면서 점진적으로 진화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한옥의 내부공간과 지붕형태는 목구조방식에서 결정된다는 점에서 한옥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다.그는 “한옥은 몸과 접촉면이 많은 주거형식”이라며 친환경적인 자연재료를 사용할 것을 권한다. 나무나 흙이 갖는 물성을 적절한 수준으로 길들여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점은 한옥의 놓칠 수 없는 특성이다. 예전처럼 순수한 자연재료를 구하지 못하더라도 최대한 친환경적인 재료를 사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외관 또한 지켜져야 할 부분이다. 송교수는 한옥의 외관에 대해 “한옥이 만드는 역사적 경관은 함께 누리는 것”이라며 “개인의 집이지만 한옥이 모여서 만드는 경관에 대한 공유 가치를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남지현 기자 dioguinness@viva100.com

2014-10-19 14:05 남지현 기자

설계비 높고 용적률 낮은 한옥…공간배치·동선 주의

북한산 은평 한옥마을 견본주택은 ㄷ자 모양으로 지어졌다.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팔작지붕이 눈에 띈다.(사진제공=에스에이치공사)한옥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콘크리트 숲 아파트가 지겨워진 도시인들이 아름다운 곡선과 고통스러운 나무기둥이 어우러지는 한옥을 다시 찾고 있는 것이다. 이에 본지는 은평뉴타운 한옥마을의 한옥 시공현장과 견본주택, 설계사무소 등을 집중 취재해 한옥의 설계와 시공(11월 4일), 재료(11월 18일) 등을 3차례에 걸쳐 상세히 소개한다. “어렸을 때, 한옥에서 자랐어요. 나이 들어 전원생활 속에서 한옥에 살면 얼마나 좋을까 꿈꿔왔죠.” 북한산 은평 한옥마을에서 만난 한 아주머니는 한창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자신의 집을 바라보며 아주머니는 앳된 웃음을 짓는다. 건설사에서 일하던 남편이 직접 한옥을 짓고 있었다. 그런 부부에게도 한옥하우징은 커다란 도전이라고. 집짓기의 첫걸음인 설계에서부터 예상치 못한 점들이 튀어나와 당황스러웠던 기억을 털어놨다.서울시가 훼손된 서울의 유산인 한옥을 보존하겠다고 밝히면서 한옥에 대한 지원도 확대되고 있다. 이에 호응해 한옥에 대한 추억과 로망으로 ‘이왕 짓는 집, 한옥으로!’를 용감하게 외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일반주택과는 하나부터 열까지 다른 한옥은 설계 단계부터 알아두고 시작 해야 할 점들이 적잖다.한옥 설계에는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일반주택에 비해 비용과 시간이 2~3배 투입된다. 일반주택은 설계를 할 때 3.3㎡당으로 계산하지만 한옥은 건당 계산을 한다. 100㎡나 180㎡나 설계를 할 때에는 같은 가격을 받는다. 은평 한옥마을에서 만난 한 건축주는 “한옥을 지을 때 설계비는 3000만~5000만원 예상해야 한다”고 귀띔했다.시간에 있어서도 한옥 설계의 난이도는 높은 편이다. 3명이 합작해도 최소 2~3개월은 걸린다. 일반주택이 최소 한 달밖에 걸리지 않는데 비하면 쉽지 않은 여정이다. 표준평면도가 시중에 나와 있는 일반주택과는 달리 한옥은 설계자가 지붕모양, 목재 배치 하나하나 맞춰봐야 하고 한옥 관련된 지방자치단체의 심의에 맞추기 위한 연구도 병행해야 한다.은평 한옥마을 견본주택의 설계를 맡은 양정기 ㈜삶터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는 “생활형 한옥은 연구가 필요할 뿐 아니라 단열, 생활의 편리성 등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아 설계가 까다롭다”고 말했다.한옥은 대지경계선과 처마 끝부분 사이에 50cm의 간격이 있어야 한다. 처마의 길이, 마당이나 텃밭까지 고려하면 용적률은 예상보다 훨씬 줄어들 수 있다. 외국인들이 한옥 모델하우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제공=SH공사)한옥의 용적률이 많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도 설계 시 유의해야 한다. 한옥은 처마가 60~150m까지 나온다. 대지경계선 기준으로 처마 끝부분이 50cm는 떨어져 있어야 해서 실제로 집이 지어지는 면적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은평 한옥마을의 견본주택도 대지면적 330㎡에 연면적은 163.12㎡로 용적률이 49.43%밖에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작은 한옥을 짓고 싶어 49.5㎡로 한옥을 짓겠다고 해도 100㎡나 넉넉한 마당을 가지려면 165㎡의 땅이 필요하다. 현관 기능을 가졌던 대청마루에 창문이 세워져 거실로 바뀌었다. 거실 기능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현관의 위치 선정이 중요해졌다.(사진제공=SH공사)옛날과 달라진 한옥의 공간배치로 현관을 비롯해 동선을 면밀히 구성해야 한다. 마루가 현관을 대신했던 전통적인 한옥과는 달리 현재는 벽과 현관이 생겼다. 원래 한옥에서는 없었던 현관의 위치를 잘 잡는 것은 설계에서 특히 유의해서 볼 부분이다.  아파트에 익숙해진 주부도 어색하지 않도록 한옥에서도 주방dl 주부의 동선에 알맞게 꾸며졌다. (사진제공=SH공사)현관이 엉뚱한 곳에 배치되면 동선을 방해하고 생활공간의 중심인 거실, 안방의 기능을 망가뜨리기 때문이다. 양정기 대표는 “아파트의 일직선 동선에 익숙해진 건축주들이 ㄷ자와 ㄴ자 한옥에 잘 적응하게 하려면 동선 처리, 공간배치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한옥은 기둥의 두께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한옥을 지을 때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단연 목(木)구조다. 견본주택의 나무두께는 일곱치다. 지름이 21cm정도로 한옥에 가장 많이 쓰이는 두께다. 여섯치(지름18cm)는 가냘파 보이고, 여덟치(지름24cm)는 투박해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기둥의 두께에 따라서 기둥 사이의 간격도 정해져 3cm 차이가 구조에는 큰 변화를 줄 수 있다.양정기 대표는 “다섯치(15cm)도 지붕의 무게를 지탱할 수는 있지만 조화·시선이 중요하기 때문에 얇은 나무는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한옥에는 한옥에 어울리는 외관이 갖춰져야 자연스럽다. 처마에 달린 풍경과 깨진 기와를 겹겹이 쌓은 와담은 한옥의 멋을 한층 더한다.(사진제공=SH공사)한옥은 내부만큼이나 외부도 중요하다. 마당이나 담장에 재료를 잘못 썼다가는 다 된 밥에 코 빠트리는 격이 된다. 마당을 콘크리트로 메울 수 있는 일반주택과는 달리, 한옥에는 콘크리트가 어울리지 않아 잔디나 자연석, 화강암으로 처리한다. 또한 일반주택은 벽돌로 간단하게 담장을 만들지만 기와에는 벽돌과 같은 재료는 어울리지 않는다. 돌과 하얀 연료를 넣어 만든 화방담은 1m당 100만원, 콘크리트 외벽에 돌과 기와를 쌓아 만드는 와담은 1m당 60만~80만원이 든다는 점도 미리 알아두면 설계시 도움이 된다.남지현 기자 dioguinness@viva100.com*다음 편 11월4일자 비바100 하우징(HOUSING) 면에서는 ‘한옥의 시공’에 대한 내용을 다룰 예정입니다.

2014-10-19 14:04 남지현 기자

[행복한 집을 짓는 사람들] ③ 생후 18개월 아기에서 89세 노인이 함께 사는 '100세 시대 마을'

서울역에서 기차로 2시간 50분 달려 도착한 충북 영동군의 황간역. 택시를 타고 15분 정도를 더 달리니 백화산 중턱 형형색색의 집들이 보였다. 백화마을이었다. 이국적이라는 느낌이 첫 인상이었다.충북 영동군 백화산 중턱에 자리잡은 백화마을. 형형색색의 스트로베일 하우스가 눈에 띈다.백화마을 입구. 이곳이 백화마을임을 알려주는 돌판에는 “보살핌을 나누는 이웃과 따뜻한 집이 있는 코하우징”이라고 쓰여 있다. 뒤로는 주민들이 살고 있는 스트로베일 하우스가 보인다.마을에 들어서자 백화마을을 계획하고 건축한 사회적기업 민들레코하우징의 이종혁 소장이 바삐 움직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 소장은 이날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지원받아 전국의 귀농 희망자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귀농·귀촌 교육 준비로 분주했다.오전 12시경 백화마을 마을회관 지하에 위치한 교육장은 이미 30여명의 수강생들로 가득차 있었다.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수강생들은 이 소장의 강의를 한 마디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꼼꼼히 받아 적었다.강의는 귀농·귀촌 시 주의할 점을 수강생들에게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환상을 버리라는 말이 핵심이었다.뒤이어 스트로베일 하우스의 원리를 이해할 수 있도록 수강생들이 직접 설계도를 그려보게 했다. 이 소장은 한명 한명 빼놓지 않고 개인적인 상담을 해 주었다.한 수강생이 그린 설계도를 첨삭하는 민들레코하우징 이종혁 소장. 강의는 오후 1시부터 9시까지 진행됐다.강의 진행 중 이성균 백화마을 추진위원장을 만났다. 그는 자신을 ‘촌장’이라 불러 달라며 웃음을 지었다.그에게 마을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입주민들의 소개를 받을 수 있었다.이 위원장은 “백화마을은 ‘세 가지 소리’가 있는 마을”이라며 “아기 울음소리, 일하는 소리, 책 읽는 소리가 밤낮으로 들려 작지만 떠들썩한 마을”이라고 덧붙였다.이성균 백화마을 추진위원장. 기자에게 마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그에게 뜻밖의 말을 전해들었다. 40가구가 살고 있는 전원주택 공동체라고 해서 노년층들이 주를 이루는 것이 아니었다.또한 최연소 주민인 안모(생후 18개월)군부터 최고령인 김모(89세) 할아버지까지 가히 ‘100세 마을’이었다.이 위원장은 “전체 40가구 중 60세 이상 주민이 거주하는 집은 단 5곳뿐”이라며 “30~40대가 세대주인 가정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이들은 교사 등 공무원들이 많았고 영동, 김천 등 지역에 위치한 근로복지공단과 한국가스안전공사의 직원들이 주를 이뤘다.입주민들은 시골에 내려와 사는 것이 자녀 교육에 전혀 지장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입주민은 "근처에 비평준화 고교인 영동고등학교와 황간고등학교가 있고 마을 내 교사들이 많아 자녀들의 성적은 우수한 편"이라고 말했다.이성균 백화마을 추진위원장이 최연소 주민인 안모(생후 18개월)군을 안고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글·사진=권성중 기자 goodmatter@viva100.com

2014-08-25 10:46 권성중 기자

[행복한 집을 짓는 사람들] ② '사람'과 함께하는 스트로베일 하우스

20일 서울 방배동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만난 민들레코하우징 이종혁 소장.“스트로베일 하우스는 생태주택이나 에너지절약 주택만이 아닌 ‘공동체 주택’입니다.”스트로베일 하우스로 구성된 공동체 ‘백화마을’을 만든 민들레코하우징 이종혁 소장의 말이다.그는 1988년 명지대학교 건축학과에 진학하며 ‘사람’이 함께 사는 마을을 만들겠노라 다짐했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 그는 인생의 1차 목표를 이뤘다.이 소장은 국내에 몇 안되는 농어촌주택 건축 전문가다. 다양한 생태주택을 건축하지만 그중 에너지 효율이 뛰어나고 비교적 건축이 수월한 스트로베일 하우스를 주로 짓는다.현재 백화마을 스트로베일 하우스에 살고 있는 그는 스트로베일 하우스의 최대 장점으로 ‘경제성’을 꼽았다. 스트로베일 하우스는 볏짚으로 벽을 쌓는 구조지만 황토로 볏짚을 미장하기 때문에 단열성이 뛰어나다.실제로 스트로베일 건축연구회 관계자는 “여름에 에어컨을 틀지 않아도 평균 실내 온도가 목조주택보다도 3~5도 낮다”고 전했다. 이 소장이 살고 있는 집의 경우 난방비가 일반주택에 비해 50% 정도 더 낮게 나왔다.또 하나의 장점은 탁월한 ‘습도조절’이다.이 소장은 “백화마을에 거주하는 40가구 중 가습기를 보유한 가구는 없다”며 “벽면의 황토가 생활에 적절한 습도를 유지하게 해 준다”고 말했다.화성에 위치한 스트로베일하우스와 수원의 한 아파트의 습도를 비교해본 결과 스트로베일 하우스 외부는 45.4%, 내부는 47.8%인데 반해 아파트 외부는 44.3%였을 때 내부는 25%에 불과했다.다른 에너지절약주택에 비해 저렴한 건축비 또한 스트로베일 하우스의 경쟁력이다. 대표적 에너지절약주택으로 꼽히는 패시브하우스의 경우 3.3㎡당 평균 건축비는 650만원 이상이다. 스트로베일 하우스는 3.3㎡당 450만~500만원 선에서 건축이 가능하다.스트로베일 건축연구회가 주도하는 생태자재 협동조합에 가입해 ‘품앗이’로 주택을 짓는다면 건축비를 더욱 절감할 수 있다. 전문가의 품앗이 참여는 필수다. 자칫 건축과정을 소홀히 한다면 볏짚이 썩어 거주자의 안전성을 침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이종혁 소장이 말하는 스트로베일 하우스의 진정한 가치는 ‘공동생활에 적합한 주택’이라는 것이다.그는 “스트로베일 하우스가 갖고 있는 모든 장점은 사람들과 함께 살 때 그 효과를 더한다”고 주장했다. 백화마을에 살고있는 40가구 중 대부분은 도시를 떠나 전원에서의 생활을 원했던 이들이다. 그들은 모두의 집을 함께 짓고 함께 보수한다. 모두 같은 스트로베일 하우스에 살고 있어 가능한 일이다.이 소장은 “아직 건축비 절감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이 남아 있지만 스트로베일 하우스가 아니더라도 공동체를 위한 전원주택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권성중 기자 goodmatter@viva100.com

2014-08-21 09:45 권성중 기자

[행복한 집을 짓는 사람들] ① 자연에 살다. '스트로베일 하우스'

스트로베일 하우스(한국 스트로베일 건축회 제공)집. 어떤 말이나 글로도 이 한 단어가 갖는 의미를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집은 우리네 ‘거주지’가 되기도 하고 ‘가정’이 되기도 한다. 모든 의미를 뭉뚱그리면 집은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곳’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집은 가장 편안한 곳이어야 한다.은퇴를 앞둔 한국사회 장년들의 청춘은 내 집 마련과 자식 농사, 직장 생활이란 세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모두 소진해 버렸다. 지칠 대로 지친 이들에겐 ‘편안함’이 절실하다. 이제 그들은 쉬어야 한다.도시에서 나름 성공을 이룬 장년 중 많은 이들이 도시를 떠나 전원에서 생활하길 꿈꾼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 열망은 더욱 커져 간다.최근 이들의 열망이 실행에 옮겨지고 있다. 이름도 낯선 ‘스트로베일 하우스’(Strawbale House)가 대표적이다. 볏짚을 뜻하는 스트로(Straw)와 가벼운 것을 단단히 묶는 더미를 가리키는 베일(Bale)의 합성어로 우리말로 하면 ‘볏짚으로 지은 집’이다.미국 네브래스카 주에 위치한 한 스트로베일 하우스. (애드진 블로그 제공)스트로베일 하우스의 역사는 100여 년 전 미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평원 지대인 미국의 네브래스카 주에는 집을 지을 나무나 돌이 부족했다. 목축이 주업이던 이들의 최대 관심사는 밀짚을 많이 비축하는 방법을 고안하는 것이었다. 19세기 말, 그들은 말을 이용해 볏짚을 압축하는 베일러(Baler)를 만들었다. 베일러의 발명으로 오늘날에도 목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각볏짚을 만들 수 있게 됐다. 농부들은 이 사각볏짚으로 집의 벽을 쌓고 지붕을 덮었다. 스트로베일 하우스의 탄생이다.볏짚으로 지은 집은 전문가가 아닌 ‘농부’들에 의해 만들어진 집이라는 의미가 크다. 자연으로의 회귀를 꿈꾸는 장년들의 감성을 자극한 것도 이 때문이다.2000대 중반부터 한국에 도입된 스트로베일 하우스는 패시브하우스, 코브하우스 등 에너지절약 생태주택으로 각광받고 있다. 아직 보급이 활성화되지 않아 증가세가 소폭에 그치고 있지만 일부 귀농층 중심으로 입소문이 퍼지고 있다.스트로베일 하우스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유와 집의 매력에 빠져 공동체를 이룬 장년들의 이야기를 시작한다.권성중 기자 goodmatter@viva100.com

2014-08-19 13:51 권성중 기자

‘100세 시대’에 걸맞는 주택설계 기준 나온다

지난달 15일 서울시내 한 아파트 단지의 모습.(연합)’100세 시대’, ‘장수시대’에 맞춰 ‘100세 시대’ 주택설계 기준이 마련된다. 고령자 등을 위한 ‘맞춤형’ 주택건설 설계기준이 마련된다는 의미다.국토교통부는 10일 이 같은 무장애주택 설계기준을 마련하기로 하고 연구용역을 발주했다고 밝혔다. 고령자와 장애인 등 주거 약자가 증가하는 등 ‘100세 시대’로 급속히 접어들면서 이들을 위한 주택 설계가 요구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이 기준에 따르면 주거 약자용 주택은 출입문의 너비가 85㎝ 이상이어야 하고 출입문 손잡이는 레버형으로 잡기 쉽고 조작이 쉬운 것이어야 한다.바닥은 원칙적으로 높낮이 차이가 없어야 하고 거실·욕실·침실에는 경비실 등으로 연결되는 비상연락장치가 별도로 설치되어야 한다.또 현관 출입구 옆에는 바닥에서 75∼85㎝ 사이의 높이에 손잡이가 달려 있어야 하고 거실에는 현관 바깥을 볼 수 있는 비디오폰이 1.2m 높이에 설치돼 있어야 한다.욕실에는 출입구에 동작감지센서가 달린 등이 설치돼야 하고 좌변기·욕조·세면대 주변에는 안전 손잡이를 달아야 한다.국토부 관계자는 “아직도 일반 주택의 경우 주거 약자를 위한 별도의 설계기준이 없어 주택 안에서 주거 약자가 안전하게 주거할 권리가 충분히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국토부는 이에 따라 일반 주택에도 적용할 수 있는 무장애주택 설계기준과 표준 모델을 연말까지 마련하기로 했다.특히 주거약자뿐 아니라 일반인의 관점에서도 더 편안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 주거 약자나 일반인이 모두 지내기 편한 ‘보편적 디자인’이 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국토부 관계자는 “주거 약자만을 위한 구조로 설계되면 주택 건설업자 입장에서는 수요자가 제한되고 일반인이 입주할 경우 비용을 들여 원상으로 회복해야 하는 등의 부담이 발생하므로 누구나 살기 편한 보편적 디자인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국토부는 주거약자의 주택 이용 특성을 분석하고 단독주택이나 공동주택 가운데 주거 약자가 더 선호하는 주택 유형이 무엇인지도 파악해 기준의 적용 대상을 우선 결정할 예정이다.이어 국내외의 기존 설계기준, 매뉴얼 등을 분석해 앞으로 주택 설계에 실제 써먹을 수 있는 무장애주택 설계기준을 마련할 방침이다.국토부는 이렇게 마련한 기준을 내년 중 우선 건설협회나 LH 등에 가이드라인으로 배포해 이 기준을 따르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이 설계기준을 적용한 주택을 확대시킬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국토부의 이같은 방침은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지난 2013년 기준 전체 인구의 12.2%(613만여명)에 달하고 장애인도 251만여명(2012년 기준)으로 5%에 이르는 등 우리 사회가 빠른 속도로 ‘100세 시대’로 접어들기 때문이다. /권성중 기자 goodmatter@viva100.com

2014-08-10 12:06 권성중 기자

더워도 덥지 않은, 추워도 춥지 않은 패시브하우스

핀란드의 한 패시브하우스 전면.증권사 임원으로 퇴직한 후 전원주택에 살고 있는 박 모(62)씨. 재직 중 박씨는 은퇴 후 교외 전원주택에서 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자주 그렸다. 그는 경기도 가평에 구입해둔 땅 357.6㎡에 집을 짓기로 하고 6개월 공사 끝에 자신이 꿈꾸던 집을 짓고 이사했다.처음엔 막연히 전원주택을 짓고 싶어 했던 그는 우연히 지인으로부터 ‘패시브하우스’라는 생소한 집을 소개받았다. 고단열·고기밀 주택이라는 장점이 있었지만 일반주택보다 30~40% 더 비싼 시공비 탓에 선뜻 결정하기가 어려웠지만 기관지 천식을 앓고 있는 아내를 위해 패시브하우스로 결정했다. 외부 공기가 잘 통하지 않는 고기밀 주택이어서 아내에게 적합할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박씨는 패시브하우스에 매우 만족해 했다. 그는 “단열이 뛰어나기 때문에 냉·난방 효율적이다. 전기세도 80% 이상 줄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박씨 가구의 한 달 전기세는 5000~6000원 정도에 불과했다.◆ 패시브하우스(Passive house)란?패시브하우스(Passive house)는 ‘에너지 사용에 소극적’이라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단열재 사용으로 실외 공기를 차단, 일반 건축물에 비해 적은 에너지로 냉·난방이 가능하도록 건축된 집을 말한다. 1991년 독일에서 처음 지어진 패시브하우스는 점차 영국, 이탈리아 등 서유럽으로 퍼져나갔고 특히 북유럽 지역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패시브하우스가 되기 위한 요건은 ▲고단열 ▲고기밀 ▲고성능 3중 유리 창호 ▲외부 차양 장치 ▲열 회수 환기장치 등 다섯 가지다. 이들 조건이 충족돼야만 보다 효과적인 에너지 절약이 가능하다.우리나라 주택의 평균 에너지 효율은 160KW/㎡이다. 패시브하우스는 15KW/㎡에 불과하다. 80% 이상의 에너지 절감 효과가 있는 것이다. 탄소배출량 또한 80% 이상 줄일 수 있어 환경보호에도 일조한다.패시브하우스 전문 건축·시공업체 ZARIM Architect의 우민호 이사는 “일반주택과 패시브하우스의 시공법 차이는 없다”며 “다만 주택을 구성하는 자재와 그 배치를 달리 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것이 패시브하우스”라고 말했다. 일반주택과 패시브하우스 비교일반 주택패시브하우스건축비1㎡당 400~450만원1㎡당 550~600만원에너지효율160KW/㎡15KW/㎡한 달 전기요금60000~65000원5000~6000원패시브하우스가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첫 번째로 일반주택에 비해 30~40%의 건축비가 더 든다. 일반 주택의 평균 건축비가 1㎡당 400~450만원인데 비해 패시브하우스는 1㎡당 550~600만이다. 두 번째로 단열을 위해 벽을 두껍게 시공하기 때문에 집의 실제 면적이 줄어든다. 패시브하우스 자재의 대부분을 독일에 의존하고 있어 자재 수급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패시브하우스의 장·단점장점단점▲ 에너지 비용 80% 이상 절감▲ 탄소배출량 대폭 감소▲ 건축비의 증가(1㎡당 400~450만원 →     550~600만원)▲ 두꺼운 벽으로 주택 실제 사용면적 감소▲ 공조시스템이 오동작하면 결로 발생▲ 독일산 자재로 수급 문제 우려◆ 패시브하우스에 관심 높아져 핀란드 패시브하우스의 내부. 벽면과 천장이 일반주택보다 두껍고 창문이 세 겹으로 이루어져 있다.2000년대 후반부터 우리나라에 전해지며 최근에는 패시브하우스 전원주택을 짓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또한 정부는 ‘그린홈 100만호 프로젝트’로 에너지 절약 주택을 시공하는 가구에게 일정 비율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어 패시브하우스를 찾는 이들은 더욱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은퇴 후 인생의 가치가 높아지며 전원생활에 대한 장년층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전원주택에 관심이 생긴 이들은 ‘패시브하우스’ 얘기를 한 번쯤은 듣게 된다. 앞서 언급한 박씨도 건축회사에 근무했던 친구로부터 주택의 높은 ‘효율성’을 이유로 강력히 추천받았다. 한국패시브건축협회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도 장기적 안목으로 집을 짓는 것이 중요하다”며 “앞으로 패시브하우스 건축·시공 시장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권성중 기자 goodmatter@viva100.com

2014-07-30 16:18 권성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