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티브 시니어] '아버지 학교'의 교훈

임병량 명예기자
입력일 2024-10-10 13:08 수정일 2024-10-10 13:09 발행일 2024-10-11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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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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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량 명예기자

‘평생교육’의 시대다. 죽을 때까지 배우며 살아야 한다. 마음만 먹으면 노인대학이나 복지관 등에서 운영하는 문화강좌 등에 다닐 수 있다. 내게 두란노 아버지학교와 오륜교회에서 운영한 부부학교는 삶의 이정표가 되었다.

아버지학교는 남편의 역할과 아버지의 사명을 배우는 곳이다. 퇴직 후 가장 먼저 찾았다. 결혼해서 죽을 때까지 관계가 좋아야 하고, 관계의 질은 결국 행복감이며 감정이 상하면 관계가 깨어진다는 것을 배웠다.

결혼 후에는 상대방이 내게 맞춰주길 강요하고, 부모가 자녀에게 항상 맞는 말을 하지만 입을 다물어버리고 엉뚱한 반응을 보인 것은 감정이 상하고 관계가 깨졌기 때문임도 알게 되었다. 관계 회복에는 소통과 변화가 필요한데 모두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인간은 문제가 생기면 변명하기에 급급하다. 책임 회피가 본성이다. 아버지 학교는 상대방을 인정해 주고 배려와 공감해 주는 훈련을 하는 곳이다. 편지쓰기는 가장 기본적인 소통 방법이자 과제였다. 무엇 때문에 힘들고 마음이 상했는지 말하기는 어렵지만 편지에는 쓸 수 있다. 아내와 자녀의 장점 칭찬해 주기, 허깅이나 산책 후 그 내용을 편지에 담아 보내는 게 소통 훈련이다.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5주 과정을 이수하면 자연스러운 변화로 이어진다. 이 학교의 강령은 ‘아버지가 살아야 가정이 산다’인데 소통이 그 첫째다. 남자는 거칠고 함부로 말하지만 아버지와 남편은 정제된 말을 한다. ‘오는 말이 고우면 가는 말도 곱다’는 사실을 늦게라도 배웠으니 자랑스럽다. 수료한 지 20여 년이 지났어도 그때 주고받은 내용은 든든한 당산나무로 성장했다.

아내는 청운의 꿈을 접고 남편과 자식만을 위해 살아왔다. 그 노고를 위로해 줄 사람은 남편뿐이다. 내가 웃어야 아내가 평안하고 가정의 행복이 따라온다. 아버지학교 공부는 이론보다 실천이다. 죽음을 앞둔 심리학자 헨리 나우웬은 “진정한 고통은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문제가 아니라, 내가 용서하지 못한 사람과 나를 용서하지 못한 사람을 남겨 두고 떠나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에서 대접받고 잘 나간 사람도 가정에서는 소외되거나 변방 취급받는 경우를 본다. 가정에서 환영받는 삶이 진정으로 성공한 사람이다. 아버지학교는 빨리 다닐수록 좋다. 늦었지만 지금 다녀야 배울 수 있다.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아갈 것을 가족과 사회 앞에 약속한다. 아내를 사랑하며 자녀에게 모범되는 삶을 살겠다고 선언한다. 남편의 역할과 아버지의 사명, 자녀와 교감하는 방법을 배운다.

임병량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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