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대우조선 품다…글로벌 방산기업의 남겨진 과제

도수화 기자
입력일 2023-04-27 12:59 수정일 2023-04-27 14:09 발행일 2023-04-28 5면
인쇄아이콘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사진=연합뉴스)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사진=연합)

대우조선해양이 새 주인을 찾아 21년간 표류한 끝에 마침내 한화그룹의 품에 안기게 됐다. 앞서 2008년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한 차례 추진했던 한화그룹은 마지막 관문이던 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 결정으로 인수합병 재수에 성공했다. 방산과 친환경 에너지 사업에서 ‘글로벌 메이저’로 도약하겠다는 목표의 출발선에 서게 된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7일 한화와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을 최종 승인했다고 밝혔다. 승인 형태는 시정조치를 부과한 ‘조건부’ 승인이다. 공정위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등 5개 사업자가 대우조선해양의 주식 49.3%를 취득하는 기업결합에 대해 시정조치를 부과하는 조건으로 승인을 결정했다.

26일 진행된 전원회의 심의에서 공정위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신고회사들이 함정 부품에 대해 경쟁사업자에 차별적인 정보를 제공하거나 차별적인 견적을 제시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국내 함정 부품시장(상방)과 함정 시장(하방)에서 경쟁제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3가지 행태적 조치를 부과하기로 했다. △함정 부품 견적 가격을 차별하는 행위 △기술정보 제공을 차별하는 행위 △경쟁사업자의 영업비밀을 계열회사에 제공하는 행위 등을 금지한다는 내용이다.

한화 역시 공정위가 제시한 시정조치 내용을 준수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화 측은 “조건부 승인에 따른 경영상의 제약이 있음에도 대우조선의 조속한 경영정상화와 기간산업 육성을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당국의 결정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이날 밝혔다.

◇한화 “육해공 통합 시스템 갖춘 글로벌 방산기업 도약”

 

[그래픽_2] 종합 방산, 그린에너지 분야의 시너지 창출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최종 관문을 통과했다. 27일 공정거래위원회는 한화-대우조선 기업결합 건 심사에 대해 조건부 승인을 결정했다. 한화는 그룹의 핵심역량과 대우조선이 보유한 글로벌 수준의 설계·생산 능력을 결합해 지속가능한 해양 에너지 생태계를 개척하는 ‘글로벌 혁신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전략이다.(그래픽제공=한화그룹)

한화그룹은 내달 중 대우조선 유상증자에 참여, 주주총회를 통한 이사 선임 절차 등을 거쳐 신속히 인수작업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한화임팩트파트너스, 한화에너지 자회사 두 곳 등 한화그룹 5개사는 2조원 규모의 대우조선 유상증자에 참여해 대우조선 지분 49.3%를 확보,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한화 관계자는 “대우조선 인수를 계기로 기존 우주, 지상 방산에 더해 해양까지 아우르는 ‘육해공 통합 시스템’을 갖춤으로써 명실상부한 글로벌 방산기업으로의 성장 토대를 마련하게 됐다”며 “‘글로벌 그린에너지 메이저’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르면 내달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새 경영진과 사명을 최종 확정한다. 재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의 신임 대표에는 권혁웅 (주)한화 지원부문 총괄사장이 내정됐다. 한화의 기존 방산사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특수선 부문 간 시너지를 이끌어내는 데 적합한 인물이라는 평가다. 새 사명으로는 ‘한화오션’이 유력하다.

한화는 대우조선을 인수하면서 몸집을 더욱 키우게 됐다. 공정위의 2023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현황에 따르면 한화그룹의 자산총액은 83조원대로 재계 7위다. 여기에 대우조선을 품으면 한화의 총 자산은 90조원을 훌쩍 넘길 전망이다. 재계 순위는 오르지 않더라도 재계 8위인 GS그룹(76조8000억원)과도 큰 격차를 벌리게 되는 셈이다.

대우조선해양도 2001년 워크아웃(채무조정) 이후 22년만에 경영정상화의 닻을 올리게 된다. 최근 2년간 대우조선의 적자규모는 3조4000억원에 달하며, 부채비율은 1600%에 이른다. 턴어라운드를 기대했던 올해 1분기에도 대형 조선 3사 중 유일하게 계획 대비 대규모 손실이 예상된다. 조선업 사이클 상승기임에도 대우조선의 수주실적은 지난해 1분기 42억달러에서 올해 8억달러로 급감한 바 있다. 한화가 유상증자를 통해 2조원의 자금을 수혈하면 부채비율은 418.6%로 떨어져 대우조선의 재무구조는 일정 부분 개선될 전망이다.

◇기업결합 성공했지만…한화에 주어진 과제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이중연료추진 LNG운반선.(사진제공=대우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이중연료추진 LNG운반선.(사진제공=대우조선해양)

하지만 앞으로의 과제도 만만치 않다. 현재 국가기간산업인 조선업계는 핵심 인력의 유출과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대우조선에서는 작년 한 해만 160명이 넘는 직원들이 경쟁 회사로 옮긴 것으로 나타났다. 10년 전 1만3000명에 이르던 대우조선 임직원 수는 지난해 말 8300명으로 5000명가량 감소했다. 한화는 대우조선의 경영 정상화 발판 마련과 함께 인력 확충 방안 강구 등 과제를 안게 됐다.

이런 가운데 시장에서는 현대-한화-삼성의 ‘조선 3강 체제’가 공고해지면서도 저가 수주 관행이 해소될 수 있다는 긍정론도 대두되고 있다. 그동안 공적자금 지원을 받는 대우조선을 중심으로 조선업계에서 벌어졌던 저가 수주 경쟁은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왔다. 대우조선이 새 주인을 찾으면서 이같은 저가 수주 출혈 경쟁이란 고리가 끊어지고, 고부가가치 제품 수주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한편, 한화와 대우조선은 공정위의 시정조치 사항을 3년간 준수해야 하며 공정위에 반기마다 이행 상황을 보고해야 한다. 공정위는 3년이 지나면 시장경쟁 환경·관련 법제도 등 변화를 점검해 시정조치의 연장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도수화 기자 dos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