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10억대?’···XR시장, 애플 진입으로 만개할까

박철중 기자
입력일 2023-04-26 06:19 수정일 2023-04-26 06:19 발행일 2023-04-25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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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쿡 AFP
팀 쿡 애플CEO.(AFP=연합뉴스)

현실세계와 디지털 가상세계를 아우르며 새로운 경험을 선사할 확장현실(XR) 시장이 애플의 시장 진입 예고로 새로운 전환점을 맞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XR은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을 통칭하는 용어다.

25일 관련업계와 외신 등을 종합하면 애플은 소니, 메타, 오큘러스 등이 선점하고 있는 XR 시장에, 지난 2015년부터 8년 동안 개발하며 공을 들인 MR 헤드셋 ‘리얼리티 프로’를 앞세워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2년 전 1100만 대였던 글로벌 XR 기기 출하량이 올해 3600만대에 이르고, 2025년 1억만대를 돌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2030년에는 10억대에 다다르며 스마트폰(12억대) 규모와 비슷한 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 같은 장밋빛 전망과 달리 이미 관련 기기를 출시하며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소니, 메타(구 페이스북) 등 주요 업체들은 초기 시장 확장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시장조사업체 NPD그룹에 따르면 미국에서 지난해 VR 헤드셋 판매량은 전년보다 2% 감소했고, 전 세계적으로는 AR 헤드셋과 함께 12% 이상 감소했다. 또 다른 시장분석업체인 CCS인사이트 역시 VR 헤드셋과 AR 헤드셋의 지난해 전 세계 출하량이 960만대로 전년 대비 12% 줄어든 것으로 추산했다. 실제로 소니는 콘솔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과 연동하는 가상현실 헤드셋(PSVR2)을 보유하고 있는데, 올해 플레이스테이션 VR2 헤드셋의 생산 계획을 약 20% 삭감했다는 후문이다.

메타의 경우, 최신 고급 제품인 메타 퀘스트 프로 모델 가격을 출시 4개월만에 기존 1499.99달러에서 999.99달러로 500달러 내려 판매키로 했다. 보급형 메타 퀘스트2 모델은 70달러 내린 429.99달러로 조정됐다. 중국 최대 MR 헤드셋 브랜드 피코(Pico)의 지난해 출하량은 당초 예상보다 4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업체가 지목하는 시장 성장의 가장 큰 걸림돌로는 하드웨어의 무게 등 외형적인 면과 상대적으로 스마트폰보다 높은 가격 등이 꼽힌다. 여기에 아직은 헤드셋 시장이 매우 작은 시장이라는 점도 악재로 평가되고 있다. 실제 미국 10대들의 경우 VR 헤드셋에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미국 투자회사 파이퍼 샌들러가 최근 내놓은 미국 10대들의 VR 헤드셋 사용 조사 결과에 따르면 VR 헤드셋을 소유자는 29%로, 4명 중 1명 정도에 그쳤다. 이는 아이폰을 가진 10대 87%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헤드셋을 매일 사용하고 있다는 응답자는 이 기기 소유자 중 4%에 불과했다.

10대들은 그동안 새로운 기술을 일찍 받아들이는 ‘얼리 어답터’로 평가받아 왔으며, 이들의 선호도는 산업의 방향성을 나타내주는 지표로 간주돼 왔다. 이에 대해 파이퍼 샌들러는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빅테크 기업들의 투자에도 VR 기기가 아직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앞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XR 시장에 대한 회의론과 관련해 “우리가 해왔던 거의 모든 것들에 대해 회의론자들이 많았다”며 “만약 여러분이 위험한 일을 한다면 항상 회의론자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스스로 핵심 기술을 컨트롤하기를 원하는 것이지, 다른 사람의 물건을 조립하는 데에는 관심이 없다”며 “우리는 그것이 혁신의 방식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구글과 메타의 가상현실 제품이 시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의심했던 분야에서 애플이 성공을 거둬왔다”고 강조했다.

박철중 기자 cjpark@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