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힘 비대위에 ‘비상대책’이 필요하다

정재호 기자
입력일 2022-08-11 13:58 수정일 2022-08-11 14:10 발행일 2022-08-1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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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호 기자
정재호 정치경제부 기자

국민의힘에서 지난 9일 출범시킨 주호영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얼마 되지도 않아 당 내홍과 여러 가지 논란으로 시끄러운 모습이다. 비상 상황에 대책을 내놓고 문제를 수습하기 위해 만들어진 비대위가 오히려 비상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비대위가 이렇게 흔들리는 첫 번째 이유로는 지난달 윤리위 징계로 6개월 당원권 정지를 받게 된 이준석 대표가 비대위 전환으로 대표직을 박탈하게 되면서 이에 반발, 법적 대응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당대표가 자당을 상대로 소송을 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가운데 비대위의 정당성이 사법적 문제로까지 비화돼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두 번째는 차기 전당대회(전대) 개최 시기를 둘러싼 논란이다. 개최 시기에 따라 비대위 성격과 기간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조기 전대가 이뤄진다면 비대위 성격은 사실상 ‘관리형 비대위’가 되고, 내년 전대를 염두에 둔다면 ‘혁신형 비대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유력 당권주자들은 이해관계에 따라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만큼 내홍의 또 다른 불씨가 될 가능성이 크다.

세 번째는 권성동 원내대표의 거취문제다. 대통령실 사적 채용 발언 논란, 이 대표를 저격하는 대통령과의 메시지 유출 등의 문제로 비대위 전환의 빌미를 제공했다고 지적받는 권 원내대표가 비대위에 합류했다. 본인의 구설수로 이런 사단이 났음에도 책임지지 않는 모습으로 비대위원으로 활동하는 것은 가뜩이나 여러 논란에 휩싸인 비대위에 더 부담을 주는 모양새다.

비상 상황에 당내 문제를 수습하기 위해 만들어진 비대위가 이렇게 논란과 혼란의 중심에 서있을 거라면 도대체 무엇을 위해 비대위를 출범시켰는지 아이러니할 따름이다. 국민의힘 비대위에 비상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정재호 정치경제부 기자 cjh86@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