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재용 사면 찬성' 77% 여론의 의미

박기태 기자
입력일 2022-08-10 14:05 수정일 2022-08-10 17:49 발행일 2022-08-1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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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태 산업IT부 차장

우리 경제 상황이 녹록치 않다. ‘R의 공포’라 불리는 경기침체(recession) 공포가 점점 커지는 상황이다. 고금리와 고환율, 고물가, 고임금 등 이른바 ‘4고(高)’가 현실화하는 가운데 코로나19 재확산과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미·중 갈등 격화로 대내외 불확실성도 가중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기업인에 대한 8·15 광복절 특별사면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실제 여론조사업체 엠브레인퍼블릭 등이 지난 7월 25~27일 성인 10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에 대한 찬성 여론이 77%에 달했다. 기업인들에게 채워진 ‘사법 족쇄’를 풀어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데 일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일각에서 “재벌총수 사면은 안된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경제개혁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경제질서를 어지럽히고 훼손한 이들을 풀어주고 경제 살리기를 요구하는 것은 ‘도둑에게 곳간을 지키라’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한다. 맞는 말이다.

다만 문제는 경제다. 지금은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Stupid, it’s Economy)’라는 말이 절로 떠오르게 만든다. 1992년 정치 초년생이었던 빌 클린턴을 권좌에 앉힌 이 구호의 핵심은 ‘총보다도 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걸프전을 승리로 이끌며 한때 지지율이 90%에 육박했던 아버지 부시 대통령의 아성도 나빠진 경제 상황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지금 우리 상황도 그렇다. 우리 국민들이 기업인 사면에 호의적인 것도 이런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광복절을 사흘 앞둔 12일께 사면 대상자가 발표될 예정인 가운데 이제 윤석열 대통령의 결단만 남았다.

박기태 산업IT부 차장 parkea11@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