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말잔치로 신뢰 잃어가는 새정부 ‘과학방역’

이원배 기자
입력일 2022-08-08 11:30 수정일 2022-08-08 11:36 발행일 2022-08-0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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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사진
이원배 정치경제부 차장

윤석열 정부가 표방하는 ‘과학방역’이 여론의 질타를 맞으면서 신뢰성이 크게 하락하는 모습이다. 새정부가 내세운 과학방역이란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데이터에 기반해 과학적인 방역 대책을 마련·시행하겠다는 말로 요약된다.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은 지난 2일 국회에서 이전 정부와 가장 큰 방역 차이점으로 지난 6월 말 신설한 국가 감염병 위기대응 자문위원회를 꼽기도 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에서도 일상회복지원위원회 등 자문기구가 있었고 전문가들이 참여해 의견을 개진했다.

새정부의 과학방역이 가장 큰 신뢰를 잃은 지점은 코로나19 재확산에도 방역을 개인의 자율에 맡긴 점이다. 물론 국민 개인의 실천이 뒤따라야 방역 대책도 효과를 발휘하겠지만 새정부의 방역 대책은 ‘국민이 알아서 조심하고 치료하라’는 말로 인식됐다. 방역에 대한 국가의 책임과 역할·의무보다 개인의 책임을 강조하다 보니 ‘질병관람청’, ‘질병구경청’이냐는 비아냥이 나오기도 했다. 새정부가 전 정부와 차별성을 강조하기 위해 별 내용이 없는 대책을 과학방역으로 무리하게 포장했다는 인상을 지을 수가 없다.

정부는 과학방역이 비판을 받자 지난 3일에는 확진자가 많이 나오는 곳을 집중 관리한다는 표적방역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표적방역 역시 이전에도 해왔던 별로 새로울 것이 없는 ‘말잔치’라는 지적이다.

새정부 과학방역의 가치는 아이러니하게도 정치권에서 나왔다. 대선 당시 문재인 정부의 방역대책을 정치방역이라 공격하면서 ‘비전문가가 결정하지 않고 전문가가 책임지는 과학적인 방역을 추진하겠다’는 안철수 당시 후보의 주장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새정부가 그렇게 강조한 과학방역은 실체도 모호하고 국민 신뢰도 잃어가고 있다. 새정부가 출범 초기 전임 정부의 과오를 극복하고자 하는 마음은 이해되지만 공까지 모두 뒤집기를 하면서 자충수를 두지 않기를 바란다.

이원배 정치경제부 차장 lwb21@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