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부 안일한 대응이 키운 '대우조선 파업'

김아영 기자
입력일 2022-08-03 14:48 수정일 2022-08-15 03:01 발행일 2022-08-0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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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 대우조선해양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거통고하청지회)와 사측이 극적인 협상 타결을 통해 파업 사태가 종료됐다. 파업 51일 만이었다.

일부 거제 시민은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들을 비난하기도 했다. 지역 경제 핵심인 대우조선해양의 파업은 곧 지역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거제시의 인구는 약 23만 8000명으로 이 가운데 대우조선해양과 관련된 근로자는 약 10만명이다.

파업 참여자들 역시 많은 이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방식을 두고 고민을 거듭했을 것이다. 비난도 예상한 듯하다. 익명을 요구한 하청노조 한 관계자는 “방법이 없었다”며 “극단적인 투쟁 과정이 없었으면 목소리를 듣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답했다.

지난 1년 동안 개별 하청업체와 임금 협상을 해왔지만, 진전은 전혀 없었다. 결과적으로 ‘불법 점거’까지 진행되고 나서야 협상이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정부의 태도였다. 정부는 지난 파업 과정에서 강경 대응 입장을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 “산업 현장 불법은 종식돼야 한다”고 했다. 이후 공권력 투입까지 거론했다.

하지만 때로는 불법성 여부를 제쳐두고 협상테이블에 일단 앉는 것이 필요할 때가 있다. 불법을 논하기에 앞서 노동자들이 투쟁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살피고, 투쟁까지 번지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드는 것도 정부의 역할이다. 노조 측의 호소를 ‘불법’이라고 낙인찍는 데 그치면 갈등을 키우는 일밖에 안 된다. “정부가 조금 더 일찍 나섰다면 일이 이렇게까지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토로한 조선업계 관계자의 아쉬운 목소리가 지금도 귓전에 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