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커머스 업계, 회원수 늘리기에 급급해 신뢰 잃지 말아야

노연경 기자
입력일 2022-07-24 15:16 수정일 2022-07-24 15:18 발행일 2022-07-2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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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연경 생활경제부 기자
노연경 생활경제부 기자

마켓컬리의 신규 가입 이벤트가 소비자들로부터 공분을 사고 있다. 마켓컬리는 그간 신규 가입 고객을 대상으로 특정 상품을 100원에 구매할 수 있는 이벤트를 꾸준히 해왔다. 이벤트 상품은 1만원 초반대의 신선식품이나 생필품이 대다수였다. 그런데 최근 나이키 가방, 무선 선풍기 등 4~5만원대의 상품이 이벤트 상품에 올라온 것이다. 문제는 다른 이벤트 상품들과 달리 이 상품들은 ‘한정 수량’이었던 것. 또 이벤트 상품을 저렴한 값에 살 수 있는 기간은 가입일로부터 단 3일이다.

이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가입했던 일부 소비자들은 ‘가입 전에는 품절 여부도 안 보여주다가, 가입하고 나서야 품절인 걸 확인했다’, ‘이 상품 사려고 가입했는데 3일 내내 품절 상태였다. 쓰지도 못한 내 쿠폰은 되돌려 줄 것이냐’는 내용의 항의 글을 올렸다. 항의 글이 쇄도한 만큼 이 미끼 상품들은 확실히 신규 회원 늘리기에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마켓컬리가 이벤트 상품의 가격을 높인 이유는 짐작이 된다. 상장을 앞두고 있는 마켓컬리 입장에서 그동안 포섭하지 못했던 소비층을 끌어들이는 것은 가장 큰 숙제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늘린 회원 수는 허수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이번 이벤트로 마켓컬리에 대해 불쾌감을 느낀 소비자들은 다시는 마켓컬리를 쓰지 않는 ‘안티’로 돌아설 수도 있다.

이는 비단 마켓컬리에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니다. 이커머스 업계 1, 2위인 쿠팡과 네이버도 유료 멤버십 회원의 혜택을 부풀렸다는 의혹을 받아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다. 여전히 성장단계에 있는 이커머스 업계에서 승기를 잡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이런 속 보이는 전략은 길게 보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을 것이다.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과도한 경쟁보단 소비자 신뢰를 바탕으로 성장하는 이커머스 업계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노연경 생활경제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