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전세 추월한 월세, 주거비 부담 어쩌나

문경란 기자
입력일 2022-07-13 14:17 수정일 2022-07-14 10:08 발행일 2022-07-1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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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란 건설부동산부 기자

임대차 시장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최근 임대차 시장에선 전세의 월세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서민층의 주거비 부담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모습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5월 전국에서 이뤄진 전·월세 거래(40만4036건) 가운데, 월세가 59.5%(24만321건)로 전세(16만3715건) 거래량을 크게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놀라운 것은 올해 4월 50.4%로 사상 처음 전세를 역전했던 월세 비율이 불과 한 달 만에 10%포인트 가까이 더 올랐다는 것이다.

거래가 늘면서 가격도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5월 전국의 월세 가격 상승 폭은 0.16%로 2019년 12월 이후 30개월 연속 상승세를 나타냈다.

이처럼 월세 비중과 가격이 빠르게 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2020년 7월 31일부터 시행된 임대차2법이 꼽히고 있다. 대책 시행 이후 전셋값이 2년 만에 2억원 가까이 오르자 이를 감당하지 못한 임차인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전세가 아닌 월세를 선택한 것이다.

급격한 금리 인상도 월세 전환을 부채질했다. 금리가 크게 오르자 임차인 입장에서도 전세자금을 대출했을 때 은행에 매달 내는 이자보다 전세를 월세로 바꿀 때 집주인에게 내는 월세가 부담이 더 적어진 것이다.

이와 함께 최근 주택 가격이 약보합세를 이어가면서 전세 가격이 매매 가격을 웃도는 ‘깡통전세’도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전셋값이 크게 오른 상황에서 집값이 떨어지면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려운 역전세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주거비 부담과 거주 불안에도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8월 전세시장 불안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상생임대인 제도를 내놓는 등 빠르게 대처에 나섰지만 현장에선 팍팍해진 ‘월세살이’에 적응하는 것 외엔 다른 대안이 크게 없다.

문경란 건설부동산부 기자 mgr@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