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백화점 특약매입 지침' 누굴 위한 것인가

양길모 기자
입력일 2022-06-23 14:16 수정일 2022-06-23 14:18 발행일 2022-06-2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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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양길모
양길모 생활경제부 기자

24일부터 국내 주요 백화점이 여름 정기세일에 들어간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후 첫 정기세일인 데다 여름휴가 시즌을 앞두고 있지만 마냥 기대감이 커지는 상황은 아니다.

해묵은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규제의 이름은 바로 공정위의 ‘대규모유통업 분야의 특약매입 거래에 관한 부당성 심사지침’(특약매입 지침)이다. 2019년 공정위는 당시 백화점에 정기세일 등 가격할인 행사 시 납품업체 할인액의 50%를 분담하게 했다. 이를 통해 백화점의 ‘갑질’을 막고, 판촉비 부당 전가를 막아 입점 업체들을 보호하겠다는 취지였다.

‘특약매입 지침’의 취지는 분명히 좋은 의도였다. 하지만 당시 소비 촉진을 위해 범정부차원에서 주도하던 ‘코리아세일페스타’의 흥행과 구체적인 지침 마련 등을 이유로 적용시기가 미뤄지더니,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자 적용기간을 1년 연장 올해 12월까지 적용이 미뤄진 상태다.

결국 2019년 제정된 ‘특약매입 지침’은 실제로 현장에 적용이 된 적은 없지만, 백화점의 세일 규모가 줄어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백화점은 점점 소비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갔다. 그 사이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던 온라인 유통업체들이 공격적인 마케팅과 코로나19 영향으로 새로이 유통 중심으로 올라서게 됐다. 적용되지도 않은 규제 하나가 백화점의 유통업계의 위치를 바꾸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정부의 규제는 모호해서는 안된다. 특약매입 지침 적용을 미루며 3년이라는 시간을 보내는 대신 상황 맞는 규제 개선이 필요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이 있듯, 공정위는 코로나 엔데믹 상황에 맞는 새로운 기준을 세우거나 전면 개선해 백화점 세일행사를 소비자들이 기다리게 만드는 해결책이 나오길 기대해본다.

양길모 생활경제부 기자 yg102@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