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효력 없는 정치인의 합의서, 반복되는 '번복정치'

김주훈 기자
입력일 2022-06-08 13:53 수정일 2022-06-08 14:22 발행일 2022-06-0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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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훈 정치경제부 기자
김주훈 정치경제부 기자

‘정치적 책임’은 정치인으로서 지켜야 할 덕목으로 꼽힌다. 그러나 그동안 자신의 언행과 관계되는 정치적인 결과에 책임을 지지 않는 모습에 국민들은 실망했고, ‘정치인은 거짓말을 잘한다’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하지만 일부 정치인에게 억울할 수 있는 이 오명은, 매번 번복되는 여야 합의에 씻겨지기 어려워 보인다.

최근 국회의 최대 이슈인 ‘원 구성’ 협상 문제도 이미 지난해 7월 합의를 마친 사안이다. 당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여러 차례 원 구성 협상 파행을 거듭하다, 박병석 국회의장에 중재안을 받아들여 1년 2개월 만에 상임위원장 배분을 정상화했다.

핵심 쟁점이었던 법사위원장직은 여야가 상·하반기 교대로 맡기로 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합의서에는 ‘21대 국회 후반기 상임위원장 배분은 교섭단체 의석 수에 따라 하되, 법제사법위원장은 국민의힘에서 맡는다’고 명시됐다. 그러나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를 뒤엎고 국회법을 운운하며 원점에서 논의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힘 역시 최근 박 의장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중재안 ‘번복’으로 정국을 혼란에 빠뜨렸다. 검수완박을 둘러싼 첨예한 대립 속에 여야의 중재안 수용은 ‘협치’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불과 일주일 전 권성동 원내대표가 중재안을 수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명분 없는 필리버스터를 통해 국민에게 자신들의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들의 행태가 비록 법적으로 비난의 대상이 되진 않는다. 그러나 정치가 사회의 질서와 안정을 도모해야 하는 책임을 지닌 만큼, 약속을 어기고 국회의 시간을 낭비한 정치적인 책임은 분명히 져야 한다. 그러나 당내에선 그 누구도 이들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 국회는 책임 정치의 의미를 그만 퇴색시키고 반성해야 한다.

김주훈 정치경제부 기자 shadedoll@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