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칸에서 만끽한 '마스크가 없는 자유'

이희승 기자
입력일 2022-05-25 15:07 수정일 2022-05-25 20:17 발행일 2022-05-2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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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승 문화부 차장

세계 3대 영화제로 꼽히는 칸 국제영화제가 3년 만에 정상 개최됐다.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영화제가 취소돼 공식 초청작만 발표했고 지난해는 5월이 아닌 7월로 연기된 데 이어 약식으로 행사를 진행했지만 올해는 달랐다. 

적게는 400여명, 많게는 1000여명의 프레스가 등록되는 탓에 매년 수많은 사건 사고가 일어나는 이곳은 다시금 북적이는 사람들로 활기를 띄고 있다.

올해는 경쟁 부문에 진출한 두 편의 한국 영화와 비경쟁과 단편 등에 초청된 다수의 작품으로 역대 가장 많은 한국 취재진들이 영화제를 찾았다. 타지에서 만난 한국인들을 보면 유독 반가운 건 일로 만난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 단독 경쟁은 하되 취재 현장에서 만나면 비좁은 자리라도 기꺼이 곁을 내주며 든든한 동지애를 발휘한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너나 할 것 없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는 점이다. 프랑스에서는 실내외에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가 아니다. 사실 내리쬐는 햇살이 남달라서 선글라스가 필수인데 마스크까지 쓰고 있으면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하지만 예외없이 마스크를 쓴 사람을 보면 다 한국인인게 놀랍다.

상영관 내에서도 턱시도와 드레스는 아니어도 원피스를 입은 사람들 중 마스크를 쓰고 철저한 방역을 지키는 사람은 한국 취재진이 유일하다. 우리끼리 “영화제가 끝나기까지 가장 무서운 건 체력방전이 아니라 코로나 확진”이라는 말을 나눌 정도다.

솔직히 겨우(?) 마스크 하나 벗었을 뿐인데도 느껴지는 자유는 상당하다. 본의 아니게 노트북 가방을 바꿔 나온 날 하루종일 마스크 없이 취재를 한 날에는 몇 년만에 ‘이게 사는 맛이지’란 말이 절로 나왔다. 한동안 마스크를 쓰는 게 익숙하지 않았으니 벗는 것도 어색했는데 역시나 안 쓰는 게 이렇게 편할 수가 없다. 식당에서도 버스에서도 거리에서도 자유롭게 돌아다녔다. 한국에서도 어서 이런 날이 오기를.

이희승 문화부 차장 press512@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