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아수라(阿修羅) 부산 선거판... 주연은 ‘국힘 당협위원장’

도남선 기자
입력일 2022-05-15 15:04 수정일 2022-05-15 15:04 발행일 2022-05-15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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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남선 브릿지경제신문 부산취재본부 기자.

대통령선거 이후 석달이 채 못돼 지방선거가 이어지면서 선거에 대한 유권자들의 피로감이 깊어지고 있다.

생면부지의 위정자들이 우리를 위해 “뭔가를 하겠다”며 나서지만 실제론 그것이 자기들의 밥그릇 싸움에 불과하다고 느끼는 국민들이 늘고 있다.

국민들이 선거를 밥그릇 싸움에 불과하다고 비하할 수밖에 없는 근거는 부지기수다. 서울·경기보다 권역도 작으면서 연일 국민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부산에서는, 지나가는 아이들조차 정치인 욕하기에 스스럼 없다. 사실과 뒤섞인 여러 풍문들 속에 이미 전국민적 비웃음의 대상이 된 부산 선거판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다. 그 중심에 단연 국민의힘 당협위원장들이 주연으로 활약 중이다.

국민의힘 A지역 기초단체장 후보 공천 과정에서는, 3인 경선 진출에 실패한 한 후보가 재심을 신청해 가까스로 경선에 합류했다. 그러나 현직 국회의원인 당협위원장이 중앙당에 이의신청을 했고, 이 후보의 경선 진출은 하루만에 번복이 됐다. A지역 당협위원장과 이 후보가 평소 앙숙지간이었으며, 공천 과정에서도 이를 의식해 당협위원장을 철저히 배제했지만 이같은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진 것이다.

B지역과 C지역 기초단체장 후보 공천 과정에서는 지역 정가에서 ‘금품’ 이야기가 흘러 나온다. B, C 지역 당협위원장이 이해하지 못 할 ‘무리한 공천’을 했다는 이야기가 파다하다. B지역은 단수공천이, C지역은 2명 경선을 통해 당협위원장이 소위 ‘민다’는 후보가 본선에 진출했다. 이 당협위원장은 B지역 공천 과정에서 공관위에 찾아가 눈물을 보였다는 이야기도, C지역 공천 과정에서는 자신의 아이를 방패로 삼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B지역, C지역의 광역·기초의원 후보 공천 과정에서도 이 지역 당협위원장의 ‘비공식 후원회’의 힘이 작용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당협위원장이 OO회, XX회 같은 비공식 후원회를 두고 있다는 건데, 소문처럼 이 후원회의 회장과 회원들이 광역·기초의원 후보에 공천됐다면 정치자금법·공직선거법 위반이 될 수 있다. 실제로 한 시민단체가 이같은 내용에 대해 지난달 경찰에 고발했고, 당협위원장의 한 측근은 경찰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D지역, E지역은 다른 후보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당협위원장들이 자신들의 측근을 기초단체장 후보로 공천했고, 이에 반발한 E지역 유력 후보는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F지역에서는 현역 국회의원인 당협위원장이 경선을 앞둔 예비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찾아가 “꼭 당선시켜달라”고 말해 빈축을 샀다. 이 예비후보는 경선에서 탈락했다. G지역에서는 국회의원 출신 당협위원장이 공천 잡음을 제대로 마무리 짓지 않은 상태에서 타 지역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섰다가 비웃음만 샀다.

이들 지역 당협위원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체로 “특정 인사를 경선에서 배제한다거나, 공천하기 위한 의견을 낸 적 없다”고 공히 말하고 있다.

그러나 그 어느 때보다 국민의힘 후보 공천 과정이 시끄러운 이유는 ‘여당으로 선거를 치르기 때문’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야성이 강한 부산이지만, 희한하게도 언젠가부터 ‘보수정당이 깃발만 꽂으면 당선된다’는 속설이 기본 속성이 되어버렸다. 무리한 공천, 이상한 공천도 이 때문이다. 진정 시민과 지역민을 위하는 사람을 가리는 공천이 아닌, 기초의원과 광역의원, 기초자치단체장을 자기 사람으로 줄 세우는 ‘줄 세우기식 공천’으로 2년뒤 있을 총선에 대비한다는 생각이 기저에 깔려 있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 밥그릇을 빼앗을 힘은 부산시민이 쥐고 있음을 지역 정치인들은 깨달아야 한다.

부산=도남선 기자 aegookja@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