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원소주’는 맞고 ‘막걸리’는 아니다?… 이상한 전통주 기준

박자연 기자
입력일 2022-05-05 17:46 수정일 2022-05-05 17:47 발행일 2022-05-0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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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자연 생활경제부 기자

일명 ‘박재범 소주’로 불리는 ‘원소주’가 오픈런에 이어 온라인에서도 연일 완판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뜨거운 인기에 힘입어 후속 상품인 ‘원소주스피릿’도 출시될 예정이다.

원소주는 MZ세대 사이에서 ‘힙한 술’로 통하고 있지만, 주류업계에서는 ‘미운털’ 박힌 신세다. 당초 주류는 온라인 판매가 금지돼 있지만, 원소주는 전통주로 분류돼 주세감면과 온라인 판매 허용 등 갖은 혜택을 누리고 있어서다.

주류는 청소년 보호 명목하에 원칙상 온라인 판매가 불가하다. 다만 전통주 시장은 활성화돼야 한다는 취지로, 전통주에 한해 온라인 판매를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가 흔히 알고 잇는 막걸리, 백세주, 일품진로 등은 전통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현행 주세법에 따르면 전통주 기준은 △국가가 지정한 장인이 만든 술 △식품 명인이 만든 술 △지역 농민이 그 지역 농산물로 만든 술이다. 일반적으로 전통주로 인식하기 어려운 원소주는 세 번째 요건을 충족해 전통주로 인정 받았다. 원소주의 양조장이 강원도 원주에 위치해 있고, 주원료도 원주 지역농산물인 쌀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정 주종이나 제조 방식에 따른 분류가 아닌 ‘어디서, 누가 만드느냐’를 기준으로 분류되고 있다. 전통 방식과 거리가 멀어도 전통주로 지정될 수 있는 셈이다.

애매한 전통주 분류 정의에 소비자도 헷갈리긴 마찬가지다. 전통 방식으로 만든 술이 전통주로 인정받지 못하자 전통주 개념에 대해 혼란을 느끼고 있다. 일각에서는 MZ세대에게 핫한 ‘원소주’의 온라인 판매 허용이 미성년자들에게 주류 노출을 증가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같은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낡은 주세법을 개정해야 한다. 적어도 소비자가 알고 있는 전통주의 개념을 제대로 반영해 혼란을 막을 새로운 주세법이 필요하다.

박자연 생활경제부 기자 naturepark127@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