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신뢰 잃은 국민의힘, 명분 잃은 필리버스터

김주훈 기자
입력일 2022-04-28 14:13 수정일 2022-05-24 22:24 발행일 2022-04-2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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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훈 정치경제부 기자
김주훈 정치경제부 기자

검찰의 수사, 기소권 분리 법안인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불과 일주일 전 여야는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수용해 ‘협치’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러나 국민의힘의 ‘번복’에 정국은 혼란에 빠졌고, 더불어민주당은 추진 동력을 얻었다. 결국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 진행 방해)에 나섰지만, 먼저 약속을 깬 이들의 호소는 한계가 있었다.지난 27일 새벽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검수완박’ 법안을 두고 숨 가쁘게 돌아갔다. 전날 밤 민주당이 법사위 법안심사제1소위에서 ‘검수완박’ 법안을 단독 의결했고, 곧바로 요청된 국민의힘의 안건조정위원회는 수적 우위에 밀려 무력화됐다. 다시 법안이 상정된 전체회의는 민주당 의원들의 단독 기립 표결에 결국 통과됐다.그 후 ‘검수완박’ 법안은 국회 본회의 상정 수순을 밟았다. 과반수 의석을 확보한 민주당을 막을 뾰족한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민의힘이 선택한 것은 ‘여론전’이었다. 연좌농성부터 필리버스터까지 국민을 향해 ‘검수완박’ 법안의 부당함과 절차적 문제를 알리기 위해 총력을 쏟았다.국민의힘 입장에선 수적 열위에 억울하고, 민주당의 입법 독주가 부당하게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불과 일주일 전 박 의장의 중재안을 수용한 사람은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아닌가. 의원 개인의 자격으로 수용한 것도 아닌, 소속 의원들이 모인 의원총회를 거쳤고 양당 원내대표가 서너 차례 회동해 합의한 안이었다.무엇보다 이번 중재안 번복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의중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당선인 측과 국민의힘은 부인하지만, 원내대표가 의원들의 총의를 모아 직접 수용한 사안을 번복한 것을 감안하면, 합리적인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더욱이 국회가 합의한 사안에 새정부 수장의 의중이 영향을 끼쳤다면 우려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김주훈 정치경제부 기자 shadedoll@viva100.com